인도 역사를 처음 접하는 이에게 안성맞춤인 책이다. 그간 인도사상이나 역사를 간접적으로만 전해들었을 뿐, 전체를 훑은적이 없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파편화 되어있던 인도에 관한 생각이 정리가 된 느낌이다. 방대한 역사를 500페이지 안에 녹여내기 쉽지 않았을텐데 그것을 해낸 저자의 내공이 돋보인다.
현대우주론 교양서의 고전이다. 왜 미립자 연구가 이리도 거대한 우주를 설명하는데 중요한지 알려주는 책이다.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나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보다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저자가 일반독자를 위해 얼마나 배려했는지 알 수 있다. 수식을 거의 쓰지않고 감각적인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이런 방식으로 우주의 1/100초부터 3분(정확히는 3분 45초)까지 기술했다는게 놀랍다.저자가 말하는 표준모델은 현재도 쓰이지만, 디테일면에서는 약간 변형이 있다. 또한, 저자가 책을 쓴 당시에 검출하지 못한 미립자들도 현재는 검출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감안해서 읽어야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제대로 소화한다면 큰 오류 없이 현대 우주론을 익히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소수민족 문제중심에 두 축이 있다면 티베트와 신장 위그르일 것이다. 이 책은 전자에 관한 상세한 보고서다.자국의 영토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야심을 위해 중국은 소수민 영토를 무력진압했다. 서구 식민주의의 피해자라며 민족자결권을 주장하는 이들이 뒤에서는 온갖 더러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그나마 티베트 편을 들어주며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국제협력기구와 유럽사회는 미온적이다. 특히 영국이 그렇다. 아마 홍콩 중심의 무역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거라는 판단 때문이리라.이런 상황에서도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지도층의 노력과 민중 대다수의 협력은 고무적이다. 중국은 여전히 역사를 왜곡하는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내고 있다.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나라는 거의 없겠지만, 더욱 강한 비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에도 언론에서만 이를 다룰 뿐, 지도층의 강한 비판을 들을 수 없다는게 사뭇 아쉽다.이 책은 1990년에 나왔다. 그래서 현재 G2로 불리는 중국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다루진 못한다. 2021년 현재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당혹감을 느낄수도 있으나, 책이 쓰여진 시점을 감안하기 바란다. 90년대 쓰인 책이 2008년에야 번역된게 아쉽지만, 그래도 이를 번역하여 출간한 역자와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아울러 저자 설명에 4판이 나왔다던데, 하루빨리 접할 수 있길 기대한다.
저명한 정치철학자 찰스 테일러의 명저다. 부제는 '현대적 정체성의 형성'이다. 언뜻 철학사 혹은 사회사적 접근으로 보이지만, 실은 계보학적 접근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찰스 테일러는 니체의 반도덕철학을 강하게 비판하는 학자이지만, 니체의 계보학적 접근으로 이런 작업을 해냈다는 것이 참 고무적이다.그의 현대 정체성에 관한 문제의식은 이렇다. '서구 도덕철학은 본질적 선에 대한 탐구는 버린채, 의무론에만 치중했다'. 실제로 칸트부터 존 롤즈까지 서구의 정치•도덕철학을 살펴보면 '어떠어떠한 것을 하는게 옳다'는 얘기는 많이 하지만, 그것이 왜 옳은지에 관한 설명은 제쳐둔다. 인간이 목적이라는 정언명령,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는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선한 이유를 찾기란 여간 쉽지 않다. 결국 근대 이후 사람들은 신을 떠나보낸 후, 선의 본질을 인간의 자율성과 내면에서 찾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선'이란 것 자체를 의심하고 부정했던 사람이 바로 프리드리히 니체다. 그는 신의 죽음을 선언했지만, 신의 죽음이 갖는 함의를 명확하게 직시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테일러는 이러한 근대이후의 선과 도덕철학에 관한 자아상을 면밀히 추적해간다.찰스 테일러는 이 책에서 자신의 작업이 불완전하다고 솔직히 시인한다. 그러나 나는 그의 작업에서 한줄기 빛을 본다. 인류의 발전은 진보에 대한 낙관과 구시대 도덕의 폐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인류 스스로에 대한 기억과 공정한 평가로부터 발전이 있으리라 믿는다. 테일러는 그 작업을 해주었다.
에릭 홉스봄이 동료학자들과 6편의 논문을 엮어 출간한 책이다.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홉스봄의 이름쯤은 들어봤을테고, 진지하게 역사 공부를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고전이자 필독서다.원제는 'The Invention of Tradition', '전통의 발명'이다. 개인적으로 번역서 제목이 더 와닿는다. '만들어진 전통'은 책의 제목이자 이제는 흔히 쓰는 개념이 되었다. 사실 말자체가 좀 자극적이라 처음 듣는 사람에겐 '날조'의 의미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스코틀랜드 고지대 이야기와 웨일스 이야기는 거의 날조에 가까운 전통이니 틀린 의미는 아니리라.그러나 내 자신은 이를 날조보다는 '조작'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의례전통, 인도와 아프리카의 전통은 영국이 자국이나 식민지 통치의 통일성을 부여하기 위해 민중의 사고와 감정을 '조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조작이란 말은 스코틀랜드 고지대 이야기와 웨일스를 설명할 때도 유효하다.사실 이 책은 죄다 영국 이야기라 한국 독자에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주는 인사이트 덕에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진 전통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아마 소위 '홍동백서'라 일컬어지는 제사전통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는 조선의 전통이 아니라 군부독재시절 국가의 통일성과 통제를 위한 의식화 작업의 일환이었다. 아마 이외에도 만들어진 전통은 많을 것이다. 더욱 다양한 연구와 담론을 통해 우리나라 역사연구가 진일보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