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대중과학의 거두라 할만하다. 이 책이 번역되어 나온지 20년 가까이 됐음에도 여전히 얻어갈 아이디어가 많다. 무엇보다 난해하고 복잡한 물리학의 미시적 매커니즘을 대중의 언어로 풀어썼다는건 기적 같은 일이다.저자는 오랫동안 끈이론을 연구한 학자다. 이 책 역시 그간 학계에서 논의되었던 끈이론을 중심골자로 하고 있다. 끈이론은 물질, 질량, 힘 등이 아주 짧고 진동하는 고리형 끈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이 끈은 각각 다른 '장력'과 진동수를 갖고 있다. 읽다보면 끈이론에 너무 과한 기대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theory of everything, 즉 만물을 설명하는 '궁극의 원리'를 찾는데 끈이론을 능가하는 모델은 아직까지 없다.앞으로 '중력자'를 발견할 수 있을까? 시공간을 넘어선 다른 차원의 영역을 실험적으로 탐구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 앞에 과학은 아직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그럼에도 과학이 여전히 매력적인건 이 모든 것에 열려있다는 점이다. 모든걸 신이 했다고 하면 아무것도 설명할게 없다. 그러나 인간은 설명하기 위해 끝없이 도전할 것이다.
현대우주론 교양서의 고전이다. 왜 미립자 연구가 이리도 거대한 우주를 설명하는데 중요한지 알려주는 책이다.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나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보다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저자가 일반독자를 위해 얼마나 배려했는지 알 수 있다. 수식을 거의 쓰지않고 감각적인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이런 방식으로 우주의 1/100초부터 3분(정확히는 3분 45초)까지 기술했다는게 놀랍다.저자가 말하는 표준모델은 현재도 쓰이지만, 디테일면에서는 약간 변형이 있다. 또한, 저자가 책을 쓴 당시에 검출하지 못한 미립자들도 현재는 검출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감안해서 읽어야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제대로 소화한다면 큰 오류 없이 현대 우주론을 익히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교양서 수준을 가뿐히 넘는다. 외면과는 달리 물리학부 이상은 공부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이 책을 완전히 소화하지는 못했다. 간신히 흐름만 따라갔다. 훗날 이 책을 다시 읽기 위해 좀더 공부해야겠다. 그럼에도 파인만이 말했던바 '양자역학을 완전히 이해한 사람은 없다'는 말에 위로를 얻는다.
짐 배것의 '퀀텀스토리'가 교양서치곤 좀 하드하다면, 이 책은 확실히 교양서 수준에 맞춰져있다. 가능한한 수학을 덜 쓰고, 이야기로 이론을 풀어간다. 그러니 책 제목은 '양자(이)론이란 무엇인가'로 고치는게 낫겠다. 양자역학이란 양자세계를 '수학적'으로 정리하는 학문 분야만을 일컫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굉장히 좋다. 양자론에 기여한 과학자들의 간략한 개인사부터, 실생활에 응용하고 있는 양자론까지 포괄적으로 다뤘다. 책 내용을 뽑아먹는 재미가 있다. 양자론은 이제 과학자들의 공상적 가설이 아니다. 우리 실생활과 너무 가까이 맞닿아 있다. 고전 물리학으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양자론이 풀어나갈 때마다 우리 삶의 방식은 급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