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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의 시대 - 신의 죽음 이후 우리는 어떤 삶을 추구해왔는가
피터 왓슨 지음, 정지인 옮김 / 책과함께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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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후 서구의 세속화 과정을 조망한 책이다. 이와 비슷한 기획이 찰스 테일러의 "자아의 원천들"이다. 테일러는 세속화에 따른 의무론적 도덕 철학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논조를 취한다. 반면 이 책의 저자 피터 왓슨은 그러한 가치 평가를 잠시 유보하고, "신의 죽음" 이후 인간 스스로가 자기목적을 찾아가는 여정을 서술한다.

진정한 무신론은 가능한가? 근•현대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많은 인물들이 스스로 무신론자를 자처했다. 하지만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소 신학적인 사고를 할 뿐 아니라, 미신적이기까지 하다. 형이상학을 버렸다지만, 단지 신의 대체물을 만든 것에 지나지 않은 사상이 많다. 정녕 니체를 뛰어넘는 사람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인간은 신 혹은 신의 대체물 없이 살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난 후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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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의 원천들 - 현대적 정체성의 형성
찰스 테일러 지음, 권기돈.하주영 옮김 / 새물결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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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정치철학자 찰스 테일러의 명저다. 부제는 '현대적 정체성의 형성'이다. 언뜻 철학사 혹은 사회사적 접근으로 보이지만, 실은 계보학적 접근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찰스 테일러는 니체의 반도덕철학을 강하게 비판하는 학자이지만, 니체의 계보학적 접근으로 이런 작업을 해냈다는 것이 참 고무적이다.

그의 현대 정체성에 관한 문제의식은 이렇다. '서구 도덕철학은 본질적 선에 대한 탐구는 버린채, 의무론에만 치중했다'. 실제로 칸트부터 존 롤즈까지 서구의 정치•도덕철학을 살펴보면 '어떠어떠한 것을 하는게 옳다'는 얘기는 많이 하지만, 그것이 왜 옳은지에 관한 설명은 제쳐둔다. 인간이 목적이라는 정언명령,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는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선한 이유를 찾기란 여간 쉽지 않다. 결국 근대 이후 사람들은 신을 떠나보낸 후, 선의 본질을 인간의 자율성과 내면에서 찾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선'이란 것 자체를 의심하고 부정했던 사람이 바로 프리드리히 니체다. 그는 신의 죽음을 선언했지만, 신의 죽음이 갖는 함의를 명확하게 직시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테일러는 이러한 근대이후의 선과 도덕철학에 관한 자아상을 면밀히 추적해간다.

찰스 테일러는 이 책에서 자신의 작업이 불완전하다고 솔직히 시인한다. 그러나 나는 그의 작업에서 한줄기 빛을 본다. 인류의 발전은 진보에 대한 낙관과 구시대 도덕의 폐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인류 스스로에 대한 기억과 공정한 평가로부터 발전이 있으리라 믿는다. 테일러는 그 작업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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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 정신의 체계, 자유와 이성의 날개를 활짝 펼치다 인문고전 깊이읽기 15
김준수 지음 / 한길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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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헤드는 서양철학이 플라톤에 관한 각주라고 말한다. 비슷한 관점으로 근대 이후 철학은 헤겔의 각주로 볼 수 있다.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옹호하든 거부하든 근대 이후의 철학은 헤겔과의 씨름이다.

헤겔은 저서도 방대하고, 그가 다루는 철학의 범위 역시 모든 것을 아우르는 탓에 접근이 쉽지 않다. '헤겔을 공부해볼까?' 하다가 그의 사유의 복잡함에 혀를 내두르며 이내 책을 덮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헤겔을 완벽히 그려내지는 못하더라도, 그의 철학에 한발짝 다가서게끔 하는 약도다.
사실 정신현상학을 처음 읽었을 때, 내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헤겔과 달라서 적잖이 당황했던적이 있다. 무엇보다 그의 사유가 온갖 만연체로 기술된 탓에, 이 게르만인이 도대체 뭘 말하려 하는지 깨닫지 못하고 넘긴 페이지가 많다. 나에게 다시금 이 약도를 참고하여 그의 사유 속으로 뛰어들 용기가 생겼다.

맑스주의에 의해 해석된 고리타분한 헤겔만을 알고 있던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그의 철학을 비교적 공정하게 재평가 할 수 있을 것이다. 헤겔은 단순히 평가될 수 없다. 그는 근대철학사 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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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역사 3 : 자기 배려 - 제3판 나남신서 138
미셸 푸코 지음, 이혜숙.이영목 옮김 / 나남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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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푸코다. 현대의 전통과 규범을 뒤집기 위해, 고대의 전통과 규범을 샅샅히 뒤지는 모습은 광적이기까지 하다.

전작 '성의 역사2 - 쾌락의 활용'은 고대 양생술과 관련된 자기절제적 성행위를 탐구했다. 반면 이 책은 보다 넓은 맥락에서, 특히 고대 철학자들의 세계관적 담론 안에 자기절제적 성행위를 위치시킨다. 그래서인지 전자와 후자의 주제가 겹치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확실히 다른점이 있다. 전자는 성행위를 개인의 건강과 덕성을 관리하는 내용에만 할애한다. 이에 반해 후자는 개인 뿐만 아니라 성행위 주체간의 상호성, 공동체와 나아가 국가와의 관계 속에서 성행위를 어떻게 보았는지 파헤친다.

그의 글은 항상 서술적이다. 그리고 전복적이다. 다시 말해, 그의 글에는 가치평가가 없다. 그러나 그의 글을 읽고나면 가치관이 흔들리고 만다. 자신의 목소리 없이 독자를 뒤흔드는 것. 얼마나 비선동적이면서 선동적인가. 그의 탁월함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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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VS 실천 - 19세기 찬란했던 승리와 마르크스의 테제 강신주의 역사철학·정치철학 강의 1
강신주 지음 / 오월의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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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대중강연자의 묵직한 책이다. 마르크스의 실천철학을 쉬운 언어로 잘 풀어냈다. 물론, 감히 평가하길 군데군데 거칠고 어설픈 주장도 분명 있다. 그러나 인문•철학에 어느정도 익숙한 독자는 알아서들 걸러 읽으시리라. 특히 엥겔스의 눈으로 보는 마르크스는 비판하면서, 마르크스의 눈으로 보는 헤겔과 포이어바흐는 지지하는 그의 입장은 자가당착 아닌가 싶다.

사상적 깊이, 글과 실천이 다른 삶은 어느 작가든 공격받는 주제지만, 유독 강신주에게는 더 가혹한 평가가 내려지는 듯하다. "텍스트를 이상하게 해석하는데 돌팔이 아니냐, 너도 글쓰고 강연이나 하는 먹물인데 노동을 논할수 있느냐, 왜 그렇게 페미니즘에 대해서 적대적이냐". 굳이 강신주를 변호해보자면, 철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딴 제도권 학자고 텍스트 해석도 자기 생각이기보단 다른 학자의 해석을 녹여낸거 뿐이라는 것, 어떤 작가든 사상과 삶의 간극은 넓다는 것, 페미니스트 역시 그를 가부장제에 쩌든 엘리트 남성으로 적대한다는 것으로 반박할 수 있겠다.

철학사 책도 많고, 번역된 주요 철학자의 책도 많다. 그러나 전달력을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을 읽는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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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3-09-12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딴지를 걸자면, 이분이 욕먹는건 기존 학계와 주장이 다르기 때문에 욕을 먹는 거에요. 박사학위 논문으로 쓴 장자도 노자와 다르다고 하는 논문인데 이거 강신주가 전세계 처음이예요. 그의 동양철학에 대한 해석이나, 서양철학의 해석과 접근은 독창성이 있고 날카로움이 있어서 많이들 좋아하기도 하지만, 학계에선 미움의 대상으로 공공의 적이 된 거죠. 대중에 알려진 학자라는 이유로 굳이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앵무새 처럼 떠드는 학계의 비판이 그를 더 빛나게 해준다고 생각되네요ㅣ

St.Silverstone 2023-09-12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한 가르침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신주씨의 다른 책이나 논문 등 읽을 기회가 생겼을때 참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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