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과 은혜의 능력
존 M. G. 바클레이 지음, 김형태 옮김 / 감은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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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바울과 선물'을 단지 요약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현대의 쟁점과 윤리문제에 관해 바울의 은혜신학이 얼마나 전복적일 수 있는지 논한다.

바클레이는 자신이 이전 연구자들에게 빚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아우구스티누스, 루터, 칼빈 같은 고전적인 신학자에서부터, E.P.샌더스, N.T.라이트, J.루이스 마틴까지 폭넓게 인용한다. 바클레이는 이들이 각각 바울의 은혜신학을 다룰 때 은혜의 몇가지 '극대화'를 조합하여 바울을 들여다봤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바울 자신은 은혜의 어떤 부분을 극대화 했는가? 이 부분이 바클레이가 말하려는 바울의 은혜신학의 핵심이다. 바클레이는 바울의 은혜신학이 한 가지 극대화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비상응적'. 즉 은혜는 받는 사람의 가치와 무관하게 주어진다. 그러나 이것이 수혜자가 수여자(하나님)에 대한 감사와 실천을 무효화 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다른 말로 풀면, "하나님의 은혜는 사전 조건이 없지만, 보답으로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 은혜에 대한 비순환적 극대화의 의미에서 사후 조건이 없는 것은 아니다"(179p)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예수의 복음을 바울이 변질시켰다는 얘기는 옛말이 되었다. 오히려 예수의 복음을 적절히 상황화하고 실천 했다는게 올바른 평가일 듯하다. 그렇다면 바울의 신학은 현대에도 의미가 있는가?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바울에게 구약성서가 이미 무덤에 들어간 선조들의 쓰잘데기 없는 글이 아니었듯, 내게 있어 바울의 글 역시 현대를 살아가는데 쓸모없지 않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하나님을 신뢰하는 하나의 방식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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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구하기 - 어떻게 미디어는 '생존'하는 동시에 '민주주의'의 보루가 될 것인가
줄리아 카제 지음, 이영지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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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양이 정보의 품질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많은 커뮤니케리션 이론가들이 제기했던 문제다. 이 책의 저자 줄리안 카제 역시 동일한 문제에서 시작한다. "미디어의 품질을 어떻게 끌어 올릴것 인가?". 이것이 카제의 고민이자 해답의 원천이다.

카제는 "비영리 미디어 주식회사"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현재 국내에서도 논의되는 "미디어 바우처"와도 궤를 같이한다. 미디어는 먼저 비영리적이어야 한다. 수익만을 추구하는 순간 미디어는 광고에 매달리게 되며, 이는 품질저하로 이어진다. 때문에 미디어는 재단의 형식, 즉 기부금을 받되 배당금으로 돌려주지 않는 방식을 택해야한다. 또한 미디어는 주식회사의 형식을 띄어야 한다. 즉 지분을 나눔으로써 권력구조를 쪼개야한다. 이 때 몇몇 자본가가 지분을 잠식함으로 인해 경영권을 독점하지 않도록 상한제를 둔다. 마지막으로 미디어는 협동조합의 형태를 띄어야하는데, 기자 뿐만 아니라 독자 역시 자유롭게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협동조합과는 다르다.

대안을 제시하긴 했지만, 내가 보기에 이는 좋은 회사를 만드는 방법이긴 하나, 이것이 어떻게 미디어의 품질을 보증해줄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기자들이 외부요소, 곧 자본의 흐름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대안인건 맞다. 물론 급여를 제때, 그리고 충분히 풍족하게 받는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문제는 구조보다 기자들의 직업능력 자체가 의심받고 있다. 이들이 기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교육의 영역에서도 대안 마련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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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정부와 정치 - 제10판 국제지역연구소 번역시리즈 14
로드 헤이그 외 지음, 김계동 외 옮김 / 명인문화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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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이해하기 위해선 국제정치학과 비교정치학이라는 두 산맥을 등반해야 한다. 이 책은 비교정치의 정상에 오르기 앞서 사전 유의사항과 몇가지 훈련을 받는 베이스캠프에 빗댈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정치가 왜 중요한가? 현대의 서구화와 세계화 물결 때문이다. 현대의 정부 중 서구의 체계를 이식하지 않은 곳은 없다. 이슬람 국가는 몇몇 예외에 속하며 종교가 곧 정치의 수단이자 목적이긴 하지만, 이들도 서구화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무엇보다 현존하는 국가는 세계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식 국가인지 아닌지 결정하는 문제에서부터 국제기구의 합의를 따르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서구의 산물이기도 하다.

비교정치는 이러한 서구화와 세계화 속에서, 각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정치체계를 토착화하고, 자생적으로 유지하는지 밑그림을 보여준다. 이를 오롯이 이해할 때 한국인이 대한민국 정치를 보는 방식 역시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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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 생각의 역사 2 - 20세기 지성사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피터 왓슨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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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이 지성사에 대한 전방위적 기술이라면, 2권은 범위를 좁혔다. 주로 과학혁명과 문화비평에 관해 다룬다.

흔히 이런 책의 기획을 두고 '두껍기만하지 깊이는 없다'라는 비판이 종종 제기된다. 맞는 말이다. 기어츠가 말하는 '두터운 서술'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그런 비판에 되묻는다. '그럼 여기 나와있는 내용 다 알고있나?'. 좁고 깊은 글 만큼이나 넓고 얕은 글은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

저널리스트답게, 여러 문헌의 내용을 종합하여 간략하고 빠르게 독자에게 전달 해주었다. 이 책을 읽은 후에 해야할 것이 있다. 내용중에 관심가고 인상깊은 부분의 1차문헌을 찾아 읽는 것이다. 전체가 부분을 해석하고, 부분이 전체를 해석하는 순환의 신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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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불편한 예배 - 환대와 우정을 나누는 예배 공동체
김재우 지음 / 이레서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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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를 학문적으로 정리한 책은 많다. 예배에 관한 이론은 크게 두갈래로 나뉘어진다. 전통의 역사와 교리적 평가를 기술하는 예전학(전례학), 예배 디자인을 주로 연구하는 예배학이 그것이다. 전자는 후자를 경박하다고, 후자는 전자를 경직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비록 학자는 아니지만, 주로 후자의 영역, 즉 예배를 잘 디자인하여 청중의 감동을 최대한 끌어내는 일을 했던 현장 사역자다. 그렇다면 이 책은 예배 무대의 구성, 찬양 순서, 세션에 관한 얘기인가? 그렇지 않다.

하나님께 예배로 드려진 한 나그네의 삶이 이 책에 절절하게 녹아들어 있다. 세속사회는 쓸모있는 사람을 찾지만, 예배는 그저 원함의 관계임을. 누군가 예배에 늦더라도, 의사소통이 잘 안되더라도, 공간이 협소하더라도 기꺼이 불편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나그네이기 때문임을. 누군가는 이를 신학적 사변으로 정리할 때, 저자는 몸소 느꼈다. 식탁공동체, 무조건적 환대, 유색인 예수가 세련된 기독교 지식인의 유희로 소모될 때, 저자는 그런 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저자는 소위 열린 예배라고 알려진, 모던워십의 인도자로서 자신이 지향하는 예배의 가치관과 소신을 경험과 엮어 우리에게 되묻는다. 진정한 예배란 무엇인가? 성공한 사역팀 어노인팅의 인도자가 아닌, 한 예배자의 질문이 마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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