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 생각의 역사 1 - 불에서 프로이트까지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피터 왓슨 지음, 남경태 옮김 / 들녘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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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지성사를 이토록 방대하면서도 명쾌하게 서술한 책이 또 있을까? 빌 브라이슨이 자연과학을 주제로 쓴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먼저 한국에 출간된 덕에 같은 제목을 붙이지 못하지만, 이 책이야 말로 진정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 부를만하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사용한 틀은 세 가지다. 영혼, 유럽의 관념, 실험이 그것이다. 혹자는 저자의 틀을 갖고 "유럽 중심주의"라고 비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비판을 일축하듯, 동양인인 나조차도 잘 모르는 중국의 사상과 불교철학을 일목요연하게 써내려간다. 유럽 중심주의로 단순히 평가절하할 책이 아니다.

이 책은 1권이다. 아직 한권 남았다. 아무리 교양서라지만 도합 2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머리속에 담는건 고된 일이다. 마치 백과전서를 읽는 기분이다. 그래도 읽는 맛이 있으니 참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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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치론
존 베일리스 외 지음, 하영선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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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제대로 알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비교정치이고, 다른 하나는 국제정치다. 이 책은 후자에 대한 개론서다.

역시 개론서답게 국제정치의 주요 주제들을 폭넓게 다루었다. 학부용 교과서지만, 국제 이슈가 한국사회에서 가지는 함의를 보다 정확히 알고 싶은 모든 이들의 필독서다. 많은 나라가 그렇지만, 한국만큼 국제정치에 민감한 나라도 없기 때문이다.

아쉬운점은 책의 편집이다. 큼지막한 용지, 다단배열, 빼곡한 글씨는 독자를 지레 겁먹게 한다. 내용은 어렵지 않은데 읽기가 불편하다. 아마 전공서적 특성상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함이리라. 차라리 상•하편으로 분권해서 나왔음 좋았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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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가격 - 증여와 계약의 계보학, 진리와 돈의 인류학
마르셀 에나프 지음, 김혁 옮김 / 눌민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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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돈으로 살 수 있는가? 아니, 더 정확히는 진리를 배우는데 가격을 매길 수 있는가?

저자는 이에 관해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현대 인류학까지 폭넓게 다룬다. 이 책의 첫 질문, '진리의 가격' 문제는 논의를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걸음걸이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의례적 증여, 희생제의, 화폐 등의 이야기와 마주한다. 저자는 뒤르켐의 기능주의, 모스와 경제사가들의 진화론적 화폐관념 등을 차근차근 타파한다. 그리고 다시 '진리의 가격' 문제로 되돌아온다.

저자는 왜 이런 기획을 했을까? 단지 그가 마르셀 모스와 레비 스트로스의 권위자라서? 철학자이자 인류학자여서? 내 생각에 이 책은 저자의 자기반성이 이루어낸 산물이라 본다. 현대의 학자들은 진리를 추구하는 자들인가, 아니면 소피스트와 같이 지식 날품팔이들인가. 이 책은 후자가 되지 않기 위한 저자의 발버둥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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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의 시대 - 신의 죽음 이후 우리는 어떤 삶을 추구해왔는가
피터 왓슨 지음, 정지인 옮김 / 책과함께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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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후 서구의 세속화 과정을 조망한 책이다. 이와 비슷한 기획이 찰스 테일러의 "자아의 원천들"이다. 테일러는 세속화에 따른 의무론적 도덕 철학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논조를 취한다. 반면 이 책의 저자 피터 왓슨은 그러한 가치 평가를 잠시 유보하고, "신의 죽음" 이후 인간 스스로가 자기목적을 찾아가는 여정을 서술한다.

진정한 무신론은 가능한가? 근•현대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많은 인물들이 스스로 무신론자를 자처했다. 하지만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소 신학적인 사고를 할 뿐 아니라, 미신적이기까지 하다. 형이상학을 버렸다지만, 단지 신의 대체물을 만든 것에 지나지 않은 사상이 많다. 정녕 니체를 뛰어넘는 사람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인간은 신 혹은 신의 대체물 없이 살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난 후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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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가 들려주는 티베트 이야기 -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의 역사와 영혼을 이야기한 단 한 권의 책
토머스 레어드 지음, 황정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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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고승이자 종교와 정치의 최고지도자다. 티베트 독립을 위한 비폭력운동으로 노벨상을 받아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또한, 그의 강의와 명상법이 소개되면서 많은 이들이 불교 영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가 생각하는 티베트의 역사와 정체성이라던가, 첸리시 보살의 현현으로서의 자기의식 등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기획은 의미있고 특이하다.

저자는 한마디로 티베트통이다. 오랜기간 불교권 나라를 오가며, 또 직접 살아보며 티베트에 관한 자료를 많이 수집하고 공부했다. 그렇기에 서구 역사관에 의한 정제된 티베트 역사를 꿰뚫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장장 50시간에 걸친 달라이 라마와의 인터뷰를 통해, 서구 지식인이자 기자인 저자가 바라보는 티베트와 달라이 라마가 보는 티베트에 관해 진솔하게 나눴다.

달라이 라마의 관점을 한마디로 말하면 '일반적인 것과 일반적이지 않은 것의 공존'이다. 그는 과학을 좋아하고 객관적 사료비판을 할 줄 안다. 그래서 서구학자가 쓴 티베트에 관한 학술서 내용에 거의 동의한다. 동시에 그는 영적인 세계를 믿는다. 역사는 목적이 있고, 때에 따라 과학을 벗어난 현상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에게는 이 두 가지가 모순되지 않는다. 똑같이 진실인 것이다. 이 책에는 달라이 라마의 그러한 관점이 잘 녹아들어있다.

티베트에 관한 지식보다는, '고귀함'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게 하는 책이다. 종교는 고귀함을 향한 발걸음이다. 달라이 라마는 무엇보다도 종교의 그러한 모습을 현실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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