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꼼지락 대기 싫다. 누군가 충고하길, 몸을 움직이란다. 

들을 땐 무시하고 지나쳤는데 이제서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 

뼈들이,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댄다. '이러다가 죽고 말지...' 

아무렴 어때! 어차피 정해진 걸. 죽음과 친해지는 것도 과히 나쁘진 않을 걸. 

사실, 죽음이 두렵지는 않다. 단지 살아있는 어떤 것에 죄를 짓는다는 게 껄끄러울 뿐... 

조르바가 말하길.. 

"육체에는 영혼이란 게 있다. 육체란 짐을 진 나귀와 같다. 육체를 먹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길바닥에다 영혼을 팽개치고 말 거다." 

나는 '먹이지'를 '달래지'로 읽는다. 몸을 잘 다스리고 얼르고 비위를 맞춰야 끝날까지 영혼을 내팽개치지 않을 테니...  

하지만 그것도 정답은 아니겠다. 어쨌든 육체는 영혼을 버리고 말 테니까. 

그러니, 사는 동안 불협음만 일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 고마워 해야겠지. 

그런데 저 마구다지로 쌓아놓은 책들로 육체의 화를 더 돋구게 될 텐데, 어쩌나.... 

그래도 다행이다. 책들과 잡담하는 시간이 내게 허락되었다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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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1년 11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2010년 11월 29일에 저장
구판절판
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7,800원 → 7,020원(10%할인) / 마일리지 390원(5% 적립)
2010년 11월 29일에 저장
구판절판
환멸스럽고 고통스러우며 지독하게 불편한 자아 들여다 보기...
기막힌 반전이 가히 충격이다.
저지대
헤르타 뮐러 지음, 김인순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11,500원 → 10,350원(10%할인) / 마일리지 570원(5% 적립)
2010년 11월 29일에 저장
품절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진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10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10년 11월 2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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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않음은 죽음'인 그대   

소설가 해이수씨의 단편 '몽구 형의 한 계절'은 신춘문예 당선을 향한 갈망을 이야기로 풀어 쓴 작품이다.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젊은 시절의 재능을 세월에 저당잡혔다고 생각하는 아버지는 아들인 '나'가 대학 학보사 주최 문학상 공모에 당선하자 아들이 자신의 옛날 꿈을 대신 이뤄주길 바란다. 신춘문예 지망생인 몽구 형과 팀을 짠 '나'는 그가 성(性) 도착증보다 더 무서운 소설 도착증에 걸려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증세도 그 못지않다. 어느 날 우연히 화장실 창문을 통해 여자의 엉덩이를 훔쳐보게 된 '나'는 눈을 떼지 못할 만큼 강렬한 유혹을 느낀다. 소설은 신춘문예를 통과하고 싶은 '나'의 열망을 '엉덩이 목격사건'의 참을 수 없는 유혹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몽구 형은 그런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쓰지 않음은 곧 죽음이야."

스무 살 새내기 대학생이던 198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 김인숙씨는 이 '쓰지 않으면 죽음'을 몸으로 실천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동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씨가 오는 24일 열릴 시상식을 앞두고 수상 소감을 미리 보내왔다. 김씨는 "그동안 너무 많이 써서 이제 와서는 '내 인생 단 한 편의 작품' 같은 말은 입에도 올리지 못하겠다"고 했다. 등단 후 27년간 12권의 장편과 7권의 소설집을 묶었으니 3년에 두 권꼴로 책을 낸 셈이다. 그 모든 작품을 낼 때마다 '내 인생 단 한 편의 작품'으로 느꼈을 테니 더는 쓸 게 없을 것 같은 암담함이 그녀를 짓눌렀을 것이다. 김씨는 그 막막함을 "상은 호된 회초리 같은 것이기도 해서, 또 더 쓰라고 하는 것이다. 더 쓰고, 더 많이 쓰고, 더 기를 써서 쓰라고 하는 것"이라는 다짐으로 극복한다.

11월은 신문사 문학기자들에게는 '대목'이다. 11월 첫 주에 신춘문예 사고(社告)가 나가고 공모가 끝날 때까지 한 달 동안 문학기자들은 신춘문예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 한 달 사이에 전국 방방곡곡, 심지어 해외로부터 1만 편 남짓 응모작이 쏟아져 들어온다. 새해 첫날 신문에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알리는 꽤 극적인 등단 방식은 화려한 비상을 꿈꾸는 작가 지망생에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신춘문예는 문학을 사랑하는 아마추어 애호가와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문예 창작을 배운 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문학의 프로암 대회다. 세계에서 오직 한국만 갖고 있는 문화적 자산이다. 문단의 신인을 뽑는 잔치로 한 해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문명(文名) 얻는 것을 최고의 명예로 여긴 문예 숭상의 아름다운 전통을 현대적 방식으로 계승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2011년도 조선일보 신춘문예 공모를 알리는 사고가 2일자 종합 1면에 실렸다. 지난 1년간 응모작을 다듬으며 "쓰지 않음은 곧 죽음"을 되뇌었을 그대들이여, 1월 1일자 신문의 주인공이 되시라.


 -김태훈 문화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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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꽃이 열흘을 가지 못하는 허무한 세상살이를 잊기 위해 미친 듯이 하나에만 몰입했다. 살고 싶단 나의기도는 사진 작업이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어디에도 얽매임 없이 사진을 찍는 하루하루는 자유로웠다.' 

비록 몸은 아프고 외로웠지만 영혼은 자유로웠던... 

진정한 예술인이며 자연인이었던... 

김영갑 선생의 갤러리 '두모악'을 다녀왔다. 

한 동안은 그의 사진과 글 속에 머물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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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 1957-2005- Kim Young Gap, Photography, and Jejudo
김영갑 사진.글 / 다빈치 / 2006년 5월
55,000원 → 52,250원(5%할인) / 마일리지 550원(1% 적립)
2010년 10월 31일에 저장
절판
숲 속의 사랑
김영갑 사진.수필, 이생진 시 / 우리글 / 2010년 5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2010년 10월 31일에 저장
구판절판
김영갑- 김영갑 5주기를 추모하며
양인자 외 지음, 김영갑 사진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0년 6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2010년 10월 31일에 저장
절판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반양장)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4년 1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2010년 10월 3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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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여행은 나를 놓아두는 일이다. 일상의 틀에 스스로 가둬둔 빗장을 열고 어디에도 무엇에도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채, 최소한의 무게로 가볍게 떠나는 것. 누군가에 이끌리는 게 아니라 자연에, 바람에 나를 맡기고 마음이 가는 대로 따라가게 하는 것. 그래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그저 걷고 생각하고 보고 느끼기만 하는 것. 바람을 따라 길을 걷다가 잠시 '무인카페'에 앉아 마시는 차 한 잔에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것. 그게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내게 허락한 만큼의 시간 동안 풍경을 눈에 담고 느끼며, 그 여행지만이 품고 있는 숨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와 하나 되는 것. 그런 게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다.

제주의 바람을 맞고 돌아왔다.

투명한 가을 햇살이 은빛으로 빛나는 바다, 바람, 갈대, 파도, 그리고 노랑과 초록이 어우러진 감귤 밭과 옹기종기 둘러앉은 검은 돌담. 그 사이사이로 해안과 숲으로 굽이굽이 이어진 길들. 어느 하나 눈길이 머물지 않는 곳이 없었다. 특히 내 발목을 잡았던 곳 중 하나는 김영갑 선생 갤러리 ‘두모악’이다.

‘절망의 끝에 서니까 제주를 들여다 볼 수 있었고, 제주도 토박이 마음을 볼 수 있었다’던 선생이 병 깊은 몸으로 폐교의 운동장에 손수 만든 ‘삼다’의 정원, 그리고 작품 속의 쓸쓸하고 고독한 선생의 모습이 그가 혼신으로 남긴 작품들 사이에서 나고 드는 이들의 눈길을 잡는다. 길고 고독하고 치열하게 살다가 이제는 제주의 바람이 된 선생이 그의 정원 돌담 사이를 혼으로 걷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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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문 -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박민규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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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딛고 서서 숨 쉬는 이 세상은 더 이상 평안한 안식처가 아니다. 매일 아침 눈뜨면 어김없이 전해지는 소식이 끔찍하다. 폭력은 세상에 질병처럼 퍼져 있고, 자신을 살해하거나,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무참히 살해하는…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 왜일까? 왜 세상은 갖가지 증을 가진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판이 되어버린 것일까.

그들이 사는 세상은 생명 자체가 갖고 있는 존엄이나 신성 따위는 냄새나는 골목의 쓰레기통에 처박힌 지 오래다. 죄책감도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의 괴물들이 사는 세상에 남은 건 오직 두려움뿐이다. 그 두려움은 우리의 본능에 잠재되어 때때로 스스로를 위협하고 또 위협당하며 살아간다. 그런가하면 그러한 현실의 문제를 회피하거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거나 무뎌진 채 살아간다. 이런 세상에서 축복은 고사하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쏟아지는 혹은 엎질러지는 생명에 무슨 존엄이 있을까. 그럼에도 생명은 탄생하고 또 죽어간다. 사고처럼.

그런 의미에서 <아침의 문>은 오히려 지나치게 순화시킨 감마저 든다. 다행이다. 허약한, 무방비 상태의 생명들이 공격받는… 안팎으로 위협받는 이 세상에서 그나마 누군가는 희망을 읽으려 했다는 사실이.

한 남자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자살을 선택했다. 죽었으나 살아났다. 사고事故다. 한 여자의 뱃속에서 생명이 꿈틀거린다. 어쩌면 똥일지도 모른다.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자가 빈 옥상의 정화조 뒤로 숨어든다. 짐승처럼! 할 수만 있다면 칼로 배를 찢고 싶은, 낙타의 혹 속에 든 고름에 다름 아닌 고통의 덩어리를 안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쏟아지는 생명. 우연이든 필연이든, 남자는 문으로 형상화 된 죽음의 올가미를 통해 엎질러지는 탄생을 목격한다. 이 또한 사고다.  

 

바람이 분다. 낡은 건물의 옥상에. 황폐하다. 바람은 인간의 삶에 대해 어떠한 긍정도 부정도 없이 무심히 불어왔다 불어간다. 아무도 없는 그곳, 축 늘어져 흔들리는 타원형의 문. 끝이자 시작인, 죽음의 문이자 탄생의 문인. 그 문을 사이에 두고,

이곳을 나가려는 자와

그곳을 나오려는 자의

기이한 대면.

사고다!  

 

묵직한 운명의 구가 지나간 난간의 끝. 위태롭게 서서 맞닥뜨리게 되는 탄생의 사건. 엎질러져 버리는 생명. 남자는 울음을 터뜨린다. 이유도 모르면서 한 쪽 다리를 질질 끌며, 들어가려던 문의 반대편으로 이끌려 간다. 엎질러져버린 삶을 끌어안는다. 그의 울음과 아이의 울음이 하나가 된다.  

 

바람 부는 옥상 위에 쏟아지는 아침 햇볕이 뜨겁다. 비록, 징그러운 동물의 내장 같을지라도 뜨겁다는 건 살아있는 감정이다. 콘크리트보다 따뜻한 온기를 지닌 인간의 감정.

삶은 비로소 가능해진다.

세상을 부정하려는 몸짓에도 불구하고 위태롭고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생명에 대한 연민이 존재하는 한은 어떻게든 살아질 수 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절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진짜 이유, 그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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