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래보 경제학] 서평단 알림
콜래보경제학은 협력을 통해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는 ‘협력의 경제학’이다. 더욱 개별화되고 변덕도 심해진 대중의 욕구와 선택을 혼자 힘으로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게 없는 능력을 가진 파트너라면 적이라도 당당히, 그리고 영리하게 손을 잡아야 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시대, 어떻게 콜래보레이션을 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된다.
1장. 왜 콜래보노믹스가 밥 먹여주는가
콜래보노믹스는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로 협력을 통해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는 협력의 경제학을 말한다. 그렇다면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협력을 통한 파트너의 고객만큼 네트워크의 규모와 크기가 더 확장된다. 이는 기업 또는 브랜드가 혁신적이고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로 확산하고 이동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LG 전자는 터치폰이라는 새 카테고리를 개척하면서 프라다와 콜래보레이션을 시도했다. 기존 LG 전자 고객을 넘어 프라다의 주요 고객이자 유행을 주도하는 패션 피플에게까지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둘째, 콜래보노믹스의 묘미는 업계의 게임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콜래보레이션이 브랜드에 대한 고객 인식을 새롭게 하고 혁신적인 제품 카테고리를 폭발적으로 확산시키기 때문이다. 콜래보노믹스 게임 이론의 기본룰은 게임의 상황이나 전술, 즉 전체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게임 이론은 원래 시장에 없던 다른 시장의 참가자를 게임에 참여시킴으로써 전체 파이를 키워나가는 윈윈 전략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LG 전자는 프라다라는 다른 시장의 참가자를 게임에 끌어들임으로써 휴대전화 시장의 화두를 그들의 강점인 ‘터치’, ‘패션에 민감한’ ‘seamless design(끊김 없이 유려하게 연결된 디자인)’에 집중시켰다. 결국 프라다폰은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양상을 ‘끊임없이 새롭게 디자인 된 터치폰 싸움’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처럼 콜래보레이션의 기본은 두 브랜드의 완전한 만남이다. 완전한 만남이 이루어졌을 때만 네트워크를 최대한 확장시키고, 그 안에서 브랜드와 제품 카테고리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재정립한 후 폭발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 그런 후에야 효과적인 콜래보노믹스가 창출된다.
2장. 콜래보레이션의 5가지 유형
1.스낵 컬처 시대, 자주 그리고 많이 팔아라: 아트 콜래보레이션
스낵 컬처(snack culture)는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기는 문화를 뜻한다. 스낵 컬처의 승부수는 자주 그리고 많이 파는 것이다. 이제까지 많은 명품 브랜드들은 희소성 강조를 위해 생산량을 제한했다. 게다가 명품은 유행을 타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의 구매 주기가 길었다. 그렇다면 명품 브랜드들이 어떻게 하면 자주 팔면서도 소장 가치는 높이고, 많이 팔면서도 희소성을 강조할 수 있을까? 해답은 아트 콜래보레이션에 있다.
루이비통의 스테디셀러 모노그램 스피디 30이라는 백은 튼튼하고 유행을 타지 않아 구매 주기가 무척 길다. 또한 매년 같은 모양으로 출시되기 때문에 자주 살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이 백의 디자인에 매년 다른 예술가와 아트 콜래보래이션을 시도한다면 어떻게 될까? 한 해는 일본의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 콜래보레이션해 재치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백을 출시하고, 다른 한 해는 미국의 그래피티(grafiti) 아티스트 스테판 스프라우스와 콜래보레이션해 혁신적이고 도시적인 버전으로 거듭나게 한 것처럼 말이다.
2. 신 소비양극화 시대, 가치를 만족시켜라. 저가와 고가의 콜래보레이션
중산층은 전 품목과 제품에 걸쳐 특정 가격대의 제품을 선호한다는 등의 일률적인 소비 트렌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오늘날 똑똑한 소비자들은 제품마다 그 가치를 다르게 계산한다. 감성적인 만족이 중요하지 않은 일상적인 제품은 초저가 브랜드에서 쇼핑하고, 감성적 만족이 중요한 제품은 다른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해 아껴 놓은 돈으로 과감하게 지출한다.
명품 시장에서 신조처럼 생기던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도 사라지고 있다. 베블런 효과란 가격이 오르는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으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베블런 효과가 나타나려면 중산층이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제품이 고가여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당당하게 고가와 저가 시장을 넘나드는 소비를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중산층의 자산 가치가 절대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가격, 가치, 디자인 측면에서 모두 만족하고 싶어 한다. 고가의 샤넬 수트를 사면서 동시에 저가 브랜드에서 티셔츠를 사는 소비자들은 티셔츠의 디자인을 포기하지 않는다. 티셔츠를 살 때는 샤넬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H&M은 변화하는 저가시장에서 가장 성공을 거둔 예이다. 동사는 스웨덴의 저가 의류 유통업체로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브랜드의 두드러진 점은 2만 원대 티셔츠를 팔면서도 패셔너블한 이미지를 잘 구축했다는 점이다. 저가 브랜드지만 이미지와 디자인의 중요함을 알고 하이패션 잡지에 광고를 실으면서 고급스런 이미지를 살렸다. H&M의 성공과 함께 주목할 점은 앤 테일러 같은 중가 여성복 시장이 사양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H&M보다 가격이 20~30% 이상 비싼데 디자인은 더 뛰어날 것도 없고 오히려 패션을 선도하는 측면에서는 H&M 등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뚜렷한 감성적 매력도 없고 저렴한 경쟁제품보다 많은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중간 가격대 제품들은 가치 소비를 하는 중산층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고가시장과 저가시장을 넘나드는 소비자들의 사각지대인 중가 시장에서 고사하지 않기 위해 고가제품과 저가제품을 모두 제공하는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3. 브랜드 공간을 확보하라: 공간 콜래보레이션
사람들은 이제 밖에서도 공간을 즐기고 싶어한다.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안방이나 거실 같은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하고, 책을 보고 영화를 보는 등 집과 다를 바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 이러한 제3의 공간에 대한 욕구는 과거에는 잠재된 욕구에 불과했지만 스타벅스 같이 실제 공간을 제공하는 브랜드에 의해 현실이 됐다.
공간 연출 마케팅의 권위자 크리스티안 미쿤다는 매장을 집, 직장에 이은 제3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상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매장만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으며, 그럴 때에만 고객이 가고 싶어 안달하는 제3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소니의 플래그십 스토어(전문매장)는 공간 활용에 관한 유용한 팁을 보여준다. 소니 플래그십 매장의 특징은 매장 운영 목적이 판매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소니라는 브랜드가 제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갤러리인 셈이다.
이러한 소니를 넘어서는 것이 애플의 플래그십 스토어이다. 애플은 고객이 수시로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도록 임대료가 비싸더라도 큰길가에 매장을 마련했고, 최고의 전문 지식을 가진 직원들을 배치하여 신제품이 구제품 및 향후 애플이 출시하고자 하는 제품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스토리를 통해 알렸다.
4. 시장 점유율이 아닌 마음 점유율: 하이컨셉 콜래보레이션
소니의 경쟁상대는 누구일까? 삼성전자 혹은 파나소닉? 놀랍게도 소니의 경쟁상대는 가전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싸이월드처럼 더 큰 재미를 제공하며, 고객의 시간을 더 많이 점유하는 인터넷 기업이다. 최근 들어 산업 간의 컨버전스가 진행되면서 예전에는 경쟁자 또는 동업자로 간주되지 않았던 산업들끼리 유기적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시장 점유율보다 마인드 쉐어, 즉 한정된 고객의 마음에서 더 큰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업계의 시장 점유율은 큰 의미가 없다. 고객의 마음을 많이 차지하는 기업이 모두 경쟁자인 것이다.
5. 스타의 스타일을 채집하는 인포러스트 시대의 소비자들: 스타 콜래보레이션
스타들의 스타일 전성시대를 이끈 것은 스타들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찍어대는 파파라치를 통해 스타일에 대한 정보를 공급받고 공부하는 인포러스트(inforust: 정보information + 욕망rust) 시대의 소비자들이다. 인포러스트란 인터넷 댓글, 미니홈피, 블로그 등 여러 장치를 통해 실시간 피드백을 하는 정보 열광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가장 발 빠르게 정보와 상품을 흡수하고 틈새를 찾아낸다. 인포러스트한 현대인들은 스타일 정보를 찾고, 파파라치들은 스타 아이콘의 스타일을 제공하면서 패션을 재생산하고 또 다른 파급력을 작용한다.
스타 콜래보노믹스를 창조하려면 다음 3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브랜드가 지향하는 정체성을 담아야 한다. 애플의 아이팟과 뮤지션 그룹 U2의 콜래보레이션이 대표적이다.
둘째,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는 스타만의 스토리, 즉 레거시(legacy)를 이용해야 한다. “패션은 살 수 있지만 스타일은 소유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스타일은 총체적 개념이다. 그 안에 담긴 DNA, 정체성, 삶과 발자취, 철학과 문화가 고스란히 그것을 표방해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 스타의 레거시를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더욱 확고히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스타가 죽어도 그 제품이 영원할 수 있다. 에르메스의 켈리 백은 사망한 지 몇 십 년이 지나도록 ‘할리우드에서 가장 우아한 배우’라는 닉네임을 간직하고 있는 그레이스 켈리의 이름에서 따 왔다.
3장. 콜래보노믹스 실전 활용술
콜래보레이션은 바이럴 마케팅의 미래
풀 바이럴(pull viral) 전략이란 고객 및 구성원의 자발적 입소문을 유도해 양적으로 크게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발적으로 바이러스를 확산할 수 있는 전염적인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여론을 형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소수의 의견 선도자를 찾아내고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프라다폰도 출시 초기에 패션업계 종사자들에게 협찬하고, 파파라치들에게 노출시킴으로써 입소문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주체, 즉 이노베이터를 집중 공략했다.
풀 바이럴을 통한 자연적 확산만으로는 콜래보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2% 부족하다. 그래서 푸시 바이럴(push viral) 전략이 필요하다. 이 전략은 소비자들이 자사 브랜드에 대해 잘 모르는 정보를 확산시키거나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홍보 기사를 의도적으로 퍼뜨림으로써 입소문이 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들은 의도된 입소문을 통해 고객에게 자사 브랜드를 새롭게 인식시키고, 새로운 경험과 인식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충성도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