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를 규정하는 정의가 돈으로 환산된다는 것, 그것도 정말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가슴 아픈 현실이다. 사회와 역사의 잘못으로 인한 왜곡된 시스템 하에서 고통 받으면서도 선택되지 못한 다수는 결국 각 개인의 게으름과 무능력의 탓으로 질책 받아야 하는가. 낼모레 30인데도 밥벌이를 못한다고 아버지에게 구박받는 사촌 동생과 공무원 시험에 계속 떨어져서 히키코모리가 되어가는 친척 동생을 둔 나로서도 결코 남 얘기가 아니다.  

지은이는 유럽의 젊은 세대, 그것도 고등학생들이 들고 일어나서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었듯이 우리의 젊은 세대도 들고 일어나기를, 아니 적어도 자신들의 실패가 자신들의 탓도 있지만 이 사회의 탓도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기를 바라면서, 사회적인 인정과 기성 세대의 양보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하지만, 사회부 기자 같은 세밀한 보고서로서는 훌륭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해결책이라는 것이 실상 우리 사회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그리 없어 보이는 전망 때문에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보고서이다.

우리나라 전체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 약 119만원. 여기에 전체 임금과 20대의 임금 비율인 74%를 곱하면 나오는 돈이 88만원. 그것도 세전 임금.  20대의 지체된 성장과 늦은 데뷔.  

특징 없는 세대. 변형된 승자 독식 게임에서 세대 내 경쟁 뿐만 아니라 세대 간 경쟁까지 해야 하는 세대.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에서 가장 약자이고 독립된 단위를 운용하기 어려운 세대. 서민들이 어려운 공간에서는 20대도 움직이기가 쉽지 않고 그런 공간을 닫는 마직막 역할을 하는 것이 자영업의 경제적 근거가 닫히는 과정. 전후방 연관 효과, 우회생산의 원칙. 생산과 소비 사이의 간극이 급속도로 짧아지면서 똑같은 국민소득 내에서도 경제 내부의 활동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삶의 자본주의화'. 

'돕는다' 혹은 '같이 잘 산다' 등의 개념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세대.  

BAU(Business-as-usual)대로 진행된다면 IMF 경제위기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지금의 20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커지게 된다.  

포드주의 해체의 전면화와 탈 포드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여기에 맞춰 준비된 소위 '지식경제 1세대'가 등장하는 경우가 20대에게 최선의 시나리오. 지금의 10대들이 다양한 독서를 할 것이냐, 마케팅의 희생양이 될 것이냐가 관건.  

1936년부터 1945년까지 독일에서 청년기를 보낸 사람들은 민족사회주의라는 이름의 각종 폭력의 희생자이며 이들을 '회의적인 세대'로 부름. 일본의 68세대인 전공투 세대는 주류 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된 채 세대의 엘리트들이 소위 가미가제 세대에 의해서 완전히 거세된 뒤 나머지 세대원들이 '덩어리'로 지칭되는 단카이 세대로 전락.  

우리나라의 유신 세대는 유신 경제의 향수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또 한편으로는 박정희가 만든 지역감정의 희생자이며, 20대가 누려야 할 경제적 몫을 가장 많이 노리는 약탈자이면서 집에 돌아가면 그들과 부모 관계로 협력게임을 해야 하는 세대. 정치적 세력화에 성공한 386세대가 가장 강력한 세대. X세대는 386세대와 20대 사이의 세대. 다양성 1세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았으나 사회 진출 시기에 IMF 위기가 발생. '다품종 소량생산 ' 사회로 넘어가지 못하고 20대와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게 됨. 하지만 20대보다는 훨씬 유리한 입장. 결국 20대는 윗세대들과의 경쟁 뿐만 아니라 승자독식의 세대 내 경쟁을 해야 하는 개미 지옥에 있는 입장.  

지금의 10대는 사교육과 관련된 인질범들에게 붙잡혀서 인질 경제에 묶여 있고, 20대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제하에 정부와 기업 사이의 획일성을 강화시키는 승자독식 게임에 갇힌 채 또 다른 인질이 되어 있음. 생산자본에서 중소기업의 붕괴와 유통자본에서 자영업의 경제적 기반이 사라지게 된 점은 모두 한국 경제의 독과점화와 관련되어 있고, 지금의 20대가 맞게 된 사회적 고통들의 직접적인 원인임. 

산업 다양성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경제는 획일적 규모화의 덫에 빠져 있음. 생태계는 다양성을 통해서 안정성이라는 복원성을 만들어 내는데 경제 시스템도 마찬가지. 문화 다양성과 산업 다양성이 중요한 화두. 한국 경제는 다양성이라는 가장 큰 자산을 스스로 파괴하는 중. 경쟁이 극대화되어 있으면서 시스템의 효율성은 극도로 떨어진 사회를 중남미형 경제. 우리나라의 현실.  

다음 세대의 생존권에 대한 문제, 우리사회 시스템을 어떻게 안정화하고 좀 더 인간답게 만드는가의 문제. 자녀들의 경제적 독립은 갈수록 늦어지고 부모의 허리는 더욱 휘어가는 이 악순환. 젊은이들이 처한 사회적 조건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열악하다는 것을 인정해 주고, 자녀 세대를 위한 부모 세대의 양보 필요. 사회적 합의, 미래를 위한 결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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