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기의 기술 -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유연한 일상
김하나 지음 / 시공사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주변에서 지루하고 바쁜 일상에 찌든 사람들에게 권해볼 만 한 작품이다. 누군가 제3자, 타인의 일상을 책으로 경험해보고 대리만족하는 쾌감을 얻는 것. 그것이 책읽기의 장르 중 에세이를 만날때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김하나 작가의 ‘힘빼기의 기술‘ 또한 이 공식에 맞게 잘 버무려지고 조합 된 일상성의 유쾌함과 감동,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40대를 맞은 작가가 30대 중반 언저리에서 지금 이 순간까지 그녀가 느끼고 사유한 삶의 짜릿한 경험, 슬프고도 아름다운 경험, 때론 강렬한 에메랄드 빛 잔영을 오래동안 머금게하는 지속 가능한 뇌리에 ‘팍‘ 박힐 만한 경험담이 흥미롭게 정제되어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쓴 장소는 가까운 자신의 집에서부터 20시간 이상 비행을 거쳐야만 당도할 남미에 이르기까지 작가 그녀가 느낀 사고와 진정성어린 이야기를 친구 대하듯이 편하고 담백한 글들로 옮겨 놓은 작품으로 평하고 싶다.
그리고 공감하거나 가슴에 꽂힐 만한 명언과도 같은 문장도 내포해 있다.

‘사랑은 개체에서 전체를 발견한다.‘

함석헌 선생의 ‘뜬으로 본 한국사‘에서의 내용을작가가 살짝 바꾸어 놓은 문장이다. 그렇다. 사랑이란 처음엔 남과 여의 만남, 개인 대 개인의 좋아함, 사랑에서 시작되었다가 온 인류를 비롯해 전 우주를 가로지르는 영원무결한 빛과 같은 사랑의 결실로 승화될 수 도 있기에 이런 표현이 공감이 되는 것 같다. 물론 그 개체가 결국 시궁창에 빠져 파토난다면 블랙홀이 되 버리겠지......


‘배움을 청하지 않았는데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뭔가를 가르치려 들 때, 꼰대가 탄생한다.‘

이 문장에도 그 자체로 짜증이 밀려온다. 다 얄고 있는 내용이나 선배이므로, 어른이므로 인내하며 고뇌하며 받아들여야하는 부지불식간의 관습, 당연한 관례, 남자라고해서, 여성이라고해서 편을 가르듯 당연시하는 잘못되고 오만방자한 사례들을 깨자.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그저 이유없이 당연시 되고 받아들여지던 통용을 잘라버리고 좀더 진실되고 합당한 사유와 이유를 통해 서로를 느끼고 받아들이며올곧은 맘으로 이해하는 사회가 되어야 당연한 것이란 걸 뻔히 인식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에 책을 읽은 독자로써 한마디 던져본다.

이 외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웃음과 심금을 전한다. 어머님의 직접 쓰신 육아일기를 딸인 작가에게 전달하는 어머니의 심정, 그것을 항상 머리맏에 두며 세상 그 어떤 책보다 많이 읽고 공감하며 추억을 포장하듯 꾸며보는 작가의 마음, 부모의 마음이 되다보니 좀 더 마음이 울렁대고, 그 순간순간의 애틋함과 정서가 파도처럼 밀려오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동시대인이라 여길만했던 김하나 작가와의 같은 시절 향유했던 음악가이자 가수였던 유정연 작곡가와 만남의 시간에 대한 에피소드.

그녀가 그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때는 그저 유선생으로 불리던 그 남자.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비행기 시간을 변경하면서까지 먼 타국 아르헨터나에서 며칠밤을 더 보내며 이국의 정취를 지속하다가 김하나 작가와 유선생, 즉 유정연 작곡가는 서로의 추억을 더듬어가듯 통성명을 해가며 팬이었던 작가 김하나가 즐겨듣던 그의 음악 작품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 안의 또 다른 의미로운 추억여행의 마무리를 장식한다.

가장 내가 좋아했던 곡 유정연 작곡가가 속해 있던 ‘아침‘이란 그룹의 ‘숙녀예찬‘, 책에도 언급되어 있었지만 다시 들어도 감미로운 음성의 유정연 작곡가의 보이스와 작곡 실력이 돋보였던 작품이자 내가 좋아했던 그룹 ‘아침‘의 첫 데뷔작품이었다는 걸 나 또한 뒤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자 선물과 같은 ‘힘빼기의 기술‘ 독서 시간이었다.

말 그대로 쟤지 않고, 계산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일상과 여행자의 삶이 묻어나는 작품, ‘힘빼기의 기술‘.
그런 의미에서 카피라이터 출신 김하나 작가의 다음 이야기도 무척 기다려지는 건 너무 성급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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