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놀음
박우근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제주를 만든 설문대할망! 하늘로 승천하지 못한 안칠 성의 자식 천구아구대맹이, 그리고 그를 쫓는 제주 판관 시련이 이 작품의 키워드라 할 수 있겠다.

설화와 신화를 바탕으로 시작되는 소설답게 천구 아구 대맹이의 내력이 책의 시작을 알린다. 굴 안에서 도를 닦고 하늘로 용이 되어 승천하기만을 바라는 이무기...... 그러나 그는 그를 처음 목격한 아낙네의 외침으로 인해 그저 지상에서 떠도는 이무기, 즉 구렁이로 전락하게 된다. 하지만 제주 김녕에 위치하며 그곳 일대를 지키는 신의 위치에까지 오르게 된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과 사건이든 맹점이 있듯이 이 작품 또한 천구 아구 대 맹(이하 대맹)이 인간을 돌보아 주는 대신 매년 1명의 처자를 대맹이의 신부로 맞아 목숨을 담보로 자신들의 안위를 살피는데 급급한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렇게 대맹이의 내력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시작은 판타지를 방불케하는 서막과 더불어, 그에 맞설만한 대립자! 선을 상징하는 영웅주의에 입각한 인물 18세의 미소년 시련을 등장시킨다. 호랑이를 때려잡은 소년 판관 서련은 무과에 장원 급제하여 제주 판관으로 부임, 제주 김 목사의 극진한 대접과 환영으로 평화로운 첫 관직 생활을 시작함직하다.

그러나 이야기가 늘 재미있으려면 사건과 사고, 이야기의 흐름을 막아서야만 할 장벽이 등장한다. 젊은 혈기와 정의, 유생으로써의 면면을 두루 갖춘 뚝심 있는 젊은이 서련에 게는 제주 지역의 말도 안 되는 관습과 관례는 유교 사상과 원리, 원칙, 더 나아가 인간애를 중시하는 자신의 뜻과 반하는 행동이기에 매년 한 명씩 대명이에게 재물로 바쳐지는 적폐에 대한 단죄를 올리기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 

여기서 또다시 등장하는 걸림돌? 장벽? 사건의 다변화를 조장하는 여인 ‘마들레‘가 나타난다. 그녀는 판관 서련 과 황홀한 하룻밤을 나누게 되는 천생배필이 되며, 그들은 그 사랑의 언약을 제주의 또 다른 사랑의 신인 ‘문도령, 자청비‘ 앞에서 맹세한다.

그리하여 이어지는 기쁨도 잠시 누구나 예상하듯이 설화와 신화를 바탕으로 꾸며진 이야기들은 선과 악의 공존, 그리고 악의 뿌리를 뽑는 영웅의 등장으로 마무리되는 설정처럼 이야기가 중심부에 다다르자 결국엔 대망이의 신부로 간택된 인물이 ‘마들레‘가 되고 서련은 대명이에게 신부로 간택되는 제행 사인‘시만곡대제‘ 전에 대망이와 맞서 제주 김녕에 잔존해 있는 악습을 철폐하려 하나 이 또한 쉽게 마무리 짓지 못하고, 결국엔 마들레까지 죽음 직전까지 이르게 하며 죄인의 신세로 명마인 ‘웅상백‘과 제주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만다. 

하지만 어려움이 있다면 그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영웅으로써의 의례적인 기사회생의 기회이기에 꿈속에 등장한 자청비의 도움으로 서련은 영등할망이 머물고 있는 매바위로 향하여, 영등할맹과의 내기에서 승리하여 파산 건이라는 대망이를 유일하게 무찌를 수 있는 보검을 손에 쥐게 된다.

이제 다시 한번 ‘마들레‘라는 김녕 총각들에게 납치되어 대맹이의 먹잇감이 되는 위기에 빠진다. 하지만 죽음 일보 직전 영웅 ‘서련‘의 등장으로 삶을 연장과 함께 사랑하는 이와의 영원한 인연을 이어감직 하나 이를 못마땅하게 지켜보던 하늘의 신 중 하나이자 대맹의 어머니인 안칠 성에 의해 득의양양했던 은 서련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또한 작가의 의견은 분분하다. 선과 악의 진리를 찾기 위한 인간으로써의 여정, 악습을 철폐하기 위한 영웅주의의 말로, 신과 인간계의 넘나들 수 없는 상황에서의 어쩔 수 없는 슬픈 결말 등, 이야기는 하나의 결말을 던져주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방식은 이 작품을 읽은 독자 개개인의 몫이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작가의 상상력은 아주 작은 데서부 터 시작되며 그것을 하나의 힘으로 이끌어 나가 끝없는 창의력과 창조력으로 융화시키는 것 또한 작가의 위대함이 지닌 능력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던 현직 변호사 박우근 작가, 아버지가 선물해 주신 ‘환상의 섬, 제주‘ 비디오테이프를 처음 접하면서 제주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작가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이러한 설화와 픽션이 가미된 흥미로운 작품을 탄생시킨 것이 아닐까?

페이지를 넘기면서 대략의 내용은 상상이 되지만, 그것에 더해 그 장면, 장면 하나가 눈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은 읽기 쉬운 책이지만 시각적인 요소도 충분히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 영상적으로나 애니메이션으로도 이러한 장르를 개척해 봄직하다는 생각을 가져 봤다. 굽힐 줄 모르는 젊은 혈기를 지닌 ‘서련‘ 그의 혈기를 잠재우고 보듬어 주려는 제주 김 목사, 그의 조력자 ‘병방‘등 인간계 인물들과 그와 대적하는 구렁이 ‘대맹‘, ‘문도령‘과 ‘자청비‘ 등 우리가 좋아할 만한 캐릭터 또한 다양하게 등장해 우리나라만의 액션 히어로, 신화를 바탕으로 한 근사한 이야기의 소재들이 됨직한 것들이 찾아보면 많을 것 같다는 기분 좋은 결론을 지어 보게 되었다. 

작가의 첫 소설이지만 책장을 넘기고 싶은 재미에 대한 끈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독서하기, 그리 기분이 100프로 좋은 때의 감정은 아니지만 책을 펼지 때 정도는 책 속 신화 속에 빠져 인물들을 탐구하고, 그 매력에 동화될 수 있는 책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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