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기사단장 죽이기 - 전2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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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식PD복지사의 깐죽 서평 나눔

기묘한 이야기 한편을 긴 여행속의
오색빛깔 창연한 터널을 왕복하는 마음으로
마무리 지은 것 같다.

화가인 주인공 나, 하얀 백발의 수수께끼 중년
남다 멘시키. 그리고 주인공인 내가 부인이였던
유즈와 이별 후 살게 된 일본 미술계의 대가
아마다 도모히코의 집. 그리고 항상 주인공
나의 뇌리에서 맴도는 십대의 아스라한
추억을 남기는 먼저 하늘 나라로 간 동생
고미, 그리고 2권이 시작되자마자 본격적
으로 등장하는 멘시키의 딸일지도 모를 소녀
아키가와 마리에와 그의 이모 아키가와 쇼코

이 모든 등장 인물들은 소설의 비중이 높거나
났던간에 주인공인 나가 아마다 도모히코의
집에서 발견 된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과
연관이 되어 있는 인물들이다.
물론 나라는 주인공과 그의 이웃 멘시키라는
중년남자가 극의 중심으로, 현재 주인공이
거주하는 아마다 도모히코의 집 주변, 방울
소리의 정체를 파헤쳐가며, 그 신비함에
정체를 캐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것은 어찌보면 세상에 자신의 마지막
그림이라 여겼던 아마다 도모히코의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작품, 그것을
자신의 추억 속 편린으로만 간직한 채
생을 마감하려했으나, 화가인 나라는
주인공의 등장으로 이야기의 실마리는
다채롭게 구성되며, 주인공인 나가 문제의
키를 쥔, 또다른 아마다 도모히코-실은 기사
단장이란 그림을 실제로는 혼자만이 간직
하고 싶지는 않았을지도 모를-로 분하여
감춰줘 있던 그림에 대한 진실과 거장인
아마다 도모히코가 살고 있던 주변에서
울리던 방울이라는 표상의 구체화를 통해
그 소리가 들리던 잡목림 속에 덥혀있던
가림막이 덥힌 동그란 구덩이를 찾게 한
것이 아니었는지 추측을 갖게 했다.
이는 현재의 나와(주인공) 또 다른 나라는
이데아와의 만남 - 이는 그림의 기사단장
죽이기 작품의 기사단장이 또 다른 나 혹은
그의 분신으로 행동하여 문제 해결을 도왔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을 통해 그림에
가려진 문제의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며,
2부에서부터 등장하는 호기심 많은 소녀
아키가와 마리에를 구제하는 것에까지
영향을 미친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이와같이 작품의 1권이 서막이었다면 2권이 시작되자마자 호기심과 궁금증에 빠져 페이지 넘김의 속도가 읽는 내내 빨라졌으며 각 인물들의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 그 결말을 어서 만나고픈 감정에 빠지게 하는 작품이었다.

그간 하루키라는 작가가 역사와 종교, 즉 이단종교등의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는 해설을 많이 듣고 예의 작품에서도 많이 느꼈던지라, 이 작품이 어떠한 해설에서는 난징대학살을 모티브로 한다는 이야길 들었기에 그 크나큰 아픔을 얼마나 밀도있게 소설로써 접근하였는지 궁금증이 많았으나 기대에 비해 뚜렷한 목적성을 찾지
못한데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것이 차마 아니라면 주인공인 나에게 슬픔으로 자리 잡은 친동생 고미의 죽음이 자신의
부인 유즈, 혹은 아키가와 마리에와 동일시
됨에 있어, 이러한 면이 일본이 중국에 저지른
제국주의의 만행을 어렴풋이나마 떠오르게
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해 본다.

또한 극중 인물인 화가 아마다 도모히
코가 40년대 오스트리아 유학시절 일본과
나치의 잘못 된 만행에 반한 행동을 하려했으나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만이 처참한 죽음을 당하게하고 -기사단장 죽이기의 돈나 안나로 묘사-
자신은 유복한 집안의 자제로써 일본과 독일
의 협약으로 인해 자신만이 살아 돌아온 것에
울분을 금치 못하고 그림을 통해 나 아닌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라도 평화를 위한
침묵의 시위를 제3자인 주인공 나에게 알리며 생을 마감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지 않았을까도 한번 생각해 본다.

그렇게 아쉽게도 난징대학살은 이야기의
소재로 작용할 뿐 이야기의 핵심이 아닌 나
라는 인물의 현상과 또 다를 이데아로 형상
화되는 개체와의 연관성 안에서 이야기의
흐름은 전개되고, 그렇게 신비로운 인물로
그려지던 멘시키와 그의 딸로 추정되는
아키가와 마리에는 평이한 삶으로 돌아가
일상의 평범속에 묻어가는 삶을 지속한다.
그리고 주인공 나 또한 다시 유즈와 결합
그의 딸일지 아닐지 모를 무로라는 이름의
딸을 키우며 다시 초상화 그리기에 매진한다.
하지만 그는 딸에게 새로운 삶, 의미 있는
관념의 이데아에 대한 정보를 흘리듯 자신만이
간직한 기사단장 죽이기의 추억을 공유하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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