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녹는 온도
정이현 지음 / 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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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드디어 저의 맘이 녹기 시작하네요. 가슴 따스하거나 저미는, 혹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품집 형식의 단편 소설집이 작품이 바로 ‘우리가 녹는 온도‘ 정이현 작가가 2017년 말미에 출판한
따끈따끈한 새 책입니다.

책에는 나를 화자로 하는 작가 정이현의  이야기와 그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10편의 짧은 단편들이 교차하듯 
이어집니다.
사랑과 감정, 다양한 삶의 정서가 묻어나는 이야기들은 무척 소박하고 초단편
느낌의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하얀 눈이 
내려 어느 순간 우리에게 내려와 
그 순간을 느낄 수조차 없이 시간도 
모르게 녹아내리지만 그 여운은
크다는 걸 깨닫게 합니다.

우리는 눈이 녹을 줄 알면서 한겨울에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어 꾸미고 
옷을 입히거나 모자를  씌워 전시물을 구경하듯이 뿌듯해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감상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삶이 시작해서 어느 시점에 마무리를 짓는 것처럼
이 소설에서 묻어나는 연인들의 이야기, 가족들의 이야기, 우정 어린 이야기,  
모녀간의 이야기도  어느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눈 녹듯이 사멸해 질 날이 
당연하게 오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때론 반목하고, 서로에게 어깃장을 놓으며 서로 간의
앙금을 그 어떠한 강철도 부르지 못할 정도로의 얼음장으로 확장시킵니다.

하지만 모든 건 녹게 마련입니다 그것이 계절의 변화이고 자연의 순리이든
우리 인간은 그저 상황을 바라보며 서로 간에 쌓인 감정과 골을 녹여가야만 
합니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가족애의 비애든 그 녹는 시점을 기다리며
삶의 유한성에 만족하는 인생의 마무리를 꿈꾸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작가는 책의 말미에 2015년 미국에서 상영된 ‘릴리와 눈사람‘이란 애니메이션을
예로 들며 글을 마무리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합니다.
위 내용에서 눈사람의 예화를 내가 인용한 것처럼,  작가 또한 ‘릴리와 눈사람‘의 추억처럼 
눈사람을 만드는 인간은 그 눈사람이 어느 순간 소멸함을 당연시 여기지만 그것이 오히려
단순히 잊히는 것에 끝나지 않고 그 사실을, 그 상황을 기억 속에 간직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과거와 추억은 녹지만 우리에게 어느 찰나에 문득 다가오는 기억
그 소멸 앞에서 나를 지키고 주변을 둘러보는 것, 그 아련함이 이 책을 탄생하게 했고,
작가 정이현이 이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글을 마무리한 동기 중 하나가 아닐까 
추측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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