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작가의 묘비문을 서두로 '미술가의 노년에 관하여',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에서 끔찍하지만 계획과 무참한 살인이 만연하는 현세에도 경종을 울릴지 모를 '사형에 관하여' 란 주제로 에세이를 전한다. 솔직하고 거침없다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굳이 이러한 명 문장가를 국내에서 찾자면 유시민 작가님이 아닐지. 다만 논리적인 점에 차이는 있겠으나 시대의 통찰을 발휘하는 지식인의 입장. 자신의 올바른 시각을 피력하는 이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발에서 무릎까지 길이를 재고, 종아리의 근육이 몇 가닥인지 헤아리고, 대상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연민이나 경이를 표현하기 위해 눈썹을 치켜올리고, 분노나 경멸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그리는 것이 미술의 전부였으니 말이다.'
작가는 이처럼 노년이 된 미술가를 소개하고 비평할 때 세밀하면서도 자세하게 소개한다. 작품적 특징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각각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가들의 화법이나 일상적인 특성을 독자들에게 세세함 넘치게 소개하는 것이다. 어쩌면 화가 입장에선 작품으로만 그림을 봐주기 바라나 이런 정밀 묘사에 있어서는 난처함이 없지 않아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