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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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매력적인 작품이다. 근거리에 둔 것? 결국 앞에 둔 것에 관심이 없고 왜 멀리서만 찾으려 하나 그런 의미처럼 들린다. 얼마나 많은 풍자와 해학이 담긴 에세이일지 기대된다. 요즘 대다수가 힐링이라는 치유를 목표로 책을 내기 때문에 이렇게 왠지 모르게 강함이 느껴지는 작품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작가 윌리엄 해즐릿은 논쟁가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촌철살인. 혹은 거침없이 투명한 비평이 작가 해즐릿이 특징이 아닐까도 싶다. 소개처럼 당대 최고의 문장가 반체제 운동의 열렬한 옹호자였다고 소개한다. 만약 그가 현생의 대한민국 비평가라면 얼마나 신랄한 비평을 했을지도 상상해 봄직하다.



이 책은 작가의 묘비문을 서두로 '미술가의 노년에 관하여',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에서 끔찍하지만 계획과 무참한 살인이 만연하는 현세에도 경종을 울릴지 모를 '사형에 관하여' 란 주제로 에세이를 전한다. 솔직하고 거침없다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굳이 이러한 명 문장가를 국내에서 찾자면 유시민 작가님이 아닐지. 다만 논리적인 점에 차이는 있겠으나 시대의 통찰을 발휘하는 지식인의 입장. 자신의 올바른 시각을 피력하는 이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발에서 무릎까지 길이를 재고, 종아리의 근육이 몇 가닥인지 헤아리고, 대상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연민이나 경이를 표현하기 위해 눈썹을 치켜올리고, 분노나 경멸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그리는 것이 미술의 전부였으니 말이다.'

작가는 이처럼 노년이 된 미술가를 소개하고 비평할 때 세밀하면서도 자세하게 소개한다. 작품적 특징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각각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가들의 화법이나 일상적인 특성을 독자들에게 세세함 넘치게 소개하는 것이다. 어쩌면 화가 입장에선 작품으로만 그림을 봐주기 바라나 이런 정밀 묘사에 있어서는 난처함이 없지 않아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이 있다. 내게도 풍족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 자체로는 긍정적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오히려 타인의 생소한 무언가가 더 멋져 보일 때가 있는 것이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또한 이러한 맥락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인간은 한마디로 욕심쟁이이고, 현재의 것에 만족하지 못해 과거를 끌어오거나 알 수 없는 미래를 담보로 잡는다. 책에서도 이야기한다. 어리거나 아기일 때는 미래를 내다보며 그것들에 대해 상상하고 갈망한다.







반면 지금 나이 든 누군가가 자신이라면 지금의 처세보다 어린 시절 찬란했던 영광을 더 찾기 위해 에너지 낭비하듯 발품을 팔 것이 아닌가. 이처럼 사람이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기도 하나 욕심이 과하거나 얻은 것이 풍요로워도 또 다른 어딘가를 향해 시선이 흐른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철학적 모색과 현실을 직시한 작가의 문장이 세월을 거슬러서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시대는 반복된다는 점을 확인하게 한다.

윌리엄 해즐릿의 통렬하고도 통쾌한 이야기들이 이를 대변한다. 고전이란 이렇게 또다시 우리에게 찾아오며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도 그 일부가 아닐지 생각한다. 또한 먼 것과 가까운 것의 차이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진실을 찾게 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A가 포악한 캐릭터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아픈 상처가 있었다는 것. 이처럼 먼 것과 가까움의 차이 등 우리가 지켜보는 인간이란 관점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다 같은 책이 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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