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아버지를 부탁해
김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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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자녀와 몸이 아픈 우파 아버지의 관계. 《우파 아버지를 부탁해》라는 제목부터 흥미롭다. 어찌 보면 지금 3050세대는 자신을 좌파로 여기는 쪽이 더 많을 듯싶다. 반면 60대 이상의 어르신 경우 그 반대인 우파가 많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맞지 않을 듯한 세대 차이 속에 좌우가 세대를 넘나들며 어울려 사는 조합이 흥미롭게 펼쳐짐을 확인할 수 있다. 70대 우파 아버지를 간병하는 40대 좌파 딸의 웃음과 감동이 표출되는 돌봄 에세이. 가족의 소중함이 힘겨움 속에 더욱 단단해지는 기적을 《우파 아버지를 부탁해》에서 경험하길 바란다.




언제나 힘이 되었던 작가의 아버지. 첫 책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의 성공도 잠깐, 아버지의 뇌경색으로 인한 아픔과 슬픔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후 3년간 아버지의 병구완을 도맡아 하며 지난 시절의 아버지를 회상해 보기도 한다. 아버지 덕분에 가진 것 없었지만 당당하고 야무지게 자랐다는 작가 김봄의 글이 심금을 울린다. 아버지라 부르면 바로 또렷하게 답해주고 큰 목소리로 격려해 줄 것 같았지만 세월이란 무게가 더해 아버지를 병마로 내몰고 만다.



평소 어머니인 손 여사보다 아버지와 더 대화가 통했던 작가의 이야기. 반면 강한 표현을 쓰는 어머니에게는 그에 맞게 응수할 수밖에 없었고 은유를 즐겨 쓰는 아버지에겐 그에 걸맞은 은유로 화답했다는 문장에서는 부녀의 관계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어 흐뭇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 책에는 아버지 이야기 외에 교육인 김봄 작가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종강 후 딸뻘의 학생들에게 보낸 편지로부터 온 답장. 종강 후 회식을 주최했던 작가는 회식 종료 후 황당한(?) 사건을 경험한다. 제자 A가 교수인 자신을 신흥 종교의 포교자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종강 회식 자리에 너무나 친절한 동료와 언니들. 작가의 친구인 주점 주인의 무한 친절 등이 술김에 오해로 오인된 것인지 경찰까지 동원되는 해프닝으로 끝나고 A 제자는 사과했다. Mz 세대에게 인간관계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던 글이었다. 어찌 보면 30대 이상 진보적 생각이 많은 반면 더 곱게 귀하게 자라온 지금의 20대, 할 말은 하지만 관계성에 있어서는 아직도 낯선 그들의 일부가 저러한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겠구나. 이해는 되었다. 살갑게 다가가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조금씩 서로에 대한 애착을 넓혀 가는 관계. 코로나19 종식 이후 이 무게감은 더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나눠본다.




부모가 아프기 시작하면 들게 되는 전조증상. 그 시작부터 작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원체 눈물이 많기로 유명했다는 작가. 아버지의 작은 아픔에도 약국 심부름 사이 눈물을 펑펑 흘려대는 그녀의 마음처럼 부모와 자식 간의 끈은 단단히 얽힌 동아줄 이상으로 단단함을 새삼 느낄 수 있다. 그 안에서 지지고 볶더라도 가족은 가족이고 부모와 자녀는 그 끈을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뇌경색 전조증상에서 아버지의 간병까지 이르는 과정과 작가의 고뇌와 사색이 담긴 글에 많은 독자들이 깊이 빠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양이란 이름만 있을 뿐이지 오히려 홀대받을 수 있을 요양원 생활. 병원의 잦은 드나듬은 그 시작부터 마음을 무너지게 하는 가장 큰 아픔의 시작이니 말이다. 우파 아버지라지만 자식 사랑, 특히 작가라는 딸을 무던히도 아끼던 그의 삶. 《우파 아버지를 부탁해》 간병비와 작가의 사색을 통해 대신 경험하고 무엇보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으면 한다.



*출판사 지원으로 개인적 생각을 정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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