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동무들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노은희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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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친애하는 동무 재은. 그녀는 작은 동네 미용실의 원장이다. 믿고 함께 했던 새터민 리순자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이야기의 발단이다. 비 오는 날 출근하지 않는 이틀째가 되어 재은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진다. 순자를 좋게 여기던 고객 미자 할머니도 그녀의 안부를 묻는다. 순자가 인근 교회에 다니며 원장인 재은 자신도 전도하려 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순자를 찾기 위해 그녀의 섬기던 교회로 찾아간다. 코로나19 시절 교회 출입도 힘들던 당시 재은은 김미양 전도사와 통화ㅈ후 그녀의 행방이 묘연해졌음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 더불이 순자와 친했던 새터민 동료 해진이 일하는 시내 미용실까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찾게 되는데......

교회에 대한 아픈 기억을 지닌 재은은 순자를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하기에 이른다.





순자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두 번째 이야기에서 드러난다. 가족 모두 탈북할 첫 번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불행하게도 아버지는 그곳에서 사망하고 만다. 극적인 기회와 가능성을 통해 먼저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순자는 여동생과 엄마를 순차적으로 한국으로 부르기 위해 전문 브로커를 고용한다. 탈북 후 하나회를 졸업하고 성실히 일하며 주님을 영접한 그녀는 재은이 운영하는 미용실에서도 열심히 일을 이어간다. 미용실에서 그녀의 부재는 탈북 준비를 했던 순영의 탈북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은 것에서 기인되었다. 소설에는 탈북을 준비하거나 성공 혹은 실패했던 탈북민들의 실상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국내에 안착하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례. 경제적 문제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까지 소설을 읽으며 작가가 전하는 생생한 문체에 얼굴을 찡그릴 수밖에 없어진다. 더구나 압록강을 건너는 장면의 묘사는 마치 그 현장에서 그 상황을 직접 목격하는 듯한 사실감을 전달해 준다. 순자가 계획했던 가족들의 순차적 탈북은 주님의 뜻처럼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재은과 순자, 혜진, 순영과 브로커 등 각 시점에서 펼쳐지는 극의 전개가 새롭다. 마치 각 인물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매 챕터가 하나로 결말 되던 크쥬쉬토프 키에슬로프스기 영화 <레드, 화이트, 블루> 와 흡사하다는 생각도 갖게 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장을 넘길수록 명확한 주제와 이야기의 사실성을 제공한다. 주요 인물들의 탈북 이유와 이를 돕는 사람들, 기독교라는 신앙이 어떤 관계와 과정을 통해 연결된 것인지. 탈북민인 새터민이 종교라는 뿌리를 마지막 기대와 기회로 여기며 탈북을 해야만 했는지. 믿음의 종교와 남과 북이라는 상징적 연관성은 순영, 브로커, 다시 재은에 이르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흩어진 퍼즐 조각을 맞추듯 조금씩 완성된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터민의 과거와 현재, 그들이 우상이 아닌 종교를 통해 조금씩 현실을 파악하고 탈북을 바랄 수밖에 없었던 상황 등을 소설 《친애하는 동무들》에서 확인했으면 한다. 독자들이 그간 관심 깊게 보지 못했던 낯선 새터민의 삶. 종교적 확신과 신념이 북한이란 고립된 사회에서 벗어나게끔 어떠한 용기를 주는지 독자의 시선에서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그들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지나친 편견과 거리 두기보다 대한민국 사회의 꼭 같은 일원이라는 생각도 나눠볼 수 있는 독서가 되었으면 한다.





*출판사 지원으로 개인적 생각을 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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