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두 번째 이야기에서 드러난다. 가족 모두 탈북할 첫 번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불행하게도 아버지는 그곳에서 사망하고 만다. 극적인 기회와 가능성을 통해 먼저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순자는 여동생과 엄마를 순차적으로 한국으로 부르기 위해 전문 브로커를 고용한다. 탈북 후 하나회를 졸업하고 성실히 일하며 주님을 영접한 그녀는 재은이 운영하는 미용실에서도 열심히 일을 이어간다. 미용실에서 그녀의 부재는 탈북 준비를 했던 순영의 탈북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은 것에서 기인되었다. 소설에는 탈북을 준비하거나 성공 혹은 실패했던 탈북민들의 실상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국내에 안착하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례. 경제적 문제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까지 소설을 읽으며 작가가 전하는 생생한 문체에 얼굴을 찡그릴 수밖에 없어진다. 더구나 압록강을 건너는 장면의 묘사는 마치 그 현장에서 그 상황을 직접 목격하는 듯한 사실감을 전달해 준다. 순자가 계획했던 가족들의 순차적 탈북은 주님의 뜻처럼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재은과 순자, 혜진, 순영과 브로커 등 각 시점에서 펼쳐지는 극의 전개가 새롭다. 마치 각 인물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매 챕터가 하나로 결말 되던 크쥬쉬토프 키에슬로프스기 영화 <레드, 화이트, 블루> 와 흡사하다는 생각도 갖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