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대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4
이디스 워튼 지음, 신승미 옮김 / 앤의서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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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점잖고 무엇이 점잖지 않은 일인지-중략-운명을 지배한 불가사의한 토템들이 주는 공포'

기존의 관습에 얽매어 있는 시대에서의 새로운 행보, 혹은 일탈이랑 보일 행동들이 시작될지도 모를 전조를 보이는 문장이다. 뉴랜드 아처는 여는 때처럼 뉴욕의 한 오페라 극장에서 '파우스트' 작품을 감상하기 시작한다. 이후 그의 약혼자인 메이 웰랜드를 오페라 극장에서 마주치게 된 후 얼마 남지 않은 결혼식을 위해 약혼 방문이 오가게 된다. 작가는 이것 또한 뉴욕의 당시 관례였으며, 이런 문제엔 꼼꼼하고 완고했음을 소설의 내용 속에서 입증한다.

어떤 곳이든 인간이 살아가는 곳이라면 혼사가 오가는 사이 각종 억측이 검은 그림자처럼 나돌기 마련이다. 뉴랜드 아처 또한 메이 웰랜드가의 대모 격인 밍고트 부인의 갖가지 낭설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하며 약혼자와 결혼식 그날까지 인내하며 자신의 논리적 언행을 수많은 뉴욕커들에게 설명할 수밖에 없다. 이는 기존 관습과 젊은 진보적 관점이 대립하는 현시대의 양상과 변함없게 다가온다.




'결혼은 안전한 정박지가 아니라 미지의 바다를 떠다니는 항해라는 사실'

결혼 후의 삶에 대해서도 우린 고민하고 생각하지만, 그 이전의 단계 또한 풀어야 할 수많은 관문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

뉴랜드 아처는 끊임없이 밍고트 가문의 가족들에게 인사를 해야 할 처지가 된다. 가깝게만 느껴지던 메이 월랜드와의 을 결혼은 멀게만 느껴지고 우연히 파티 행사에서 밍고트가의 백작 부인인 마담 올렌스카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또한 그다음 날 5시 마담 올렌스카와 알 수 없는 약속을 잡게 된다. 그녀는 그간 밍고트가의 관습과 가족 관계 틈에서 어그러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토로하게 되고 뉴랜드 아처는 이런 올렌스카를 위로한다.



이후 밍고트가에서는 가문의 유지, 혹은 자신들의 관습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변호사였던 사위 후보 뉴랜드 아처를 가문의 변호인으로 위촉하길 희망한다. 뉴랜드 아처의 상사인 레터블레어는 회사에 의뢰된 내용을 뉴랜드 아처에게 설명하고 가족의 일원이 마담 올렌스카의 이혼을 막는 변호를 일임한다. 알 수 없는 혼란에 쌓인 뉴랜드 아처는 일단, 올렌스카와 대면을 해본 후 이 일을 맡을지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는 약속을 레터블레어의 식사 자리에서 언급한다. 불필요한 피해와 가문의 먹칠을 막기 위해선 올렌스카의 이혼을 막는 것이 급선무이며 그의 약혼자인 메이 웰랜드를 하루빨리 자신의 아내로 맡는 것이 뉴랜드 아처가 해야 할 일이자, 이야기의 목표일 것이다. 고지식한 미국의 뉴욕 사교계의 악습 같은 관습을 깨쳐 내려는 마담 올렌스카. 다소 보수적이며 부모님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며 결혼의 때를 늦추는 메이 웰랜드. 그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중립주의자(?) 뉴랜드 아처. 이런 이야기는 마치 미국의 또 다른 혁명을 꿈꾸는 세기의 분수령과 흡사한 고비를 보여주듯 긴장감 넘치게 전개된다. 전통이 묻어나는 관습, 그리고 이를 과감히 깨려는 세대의 당돌함. 이러한 과거와 현재가 겪는 어쩔 수 없는 진통은 세기를 지나와도 반복되듯 펼쳐진다. 그 중심에 올렌스카 백작부인이 있으며 그 가운데 이를 중재하려 노력하는 뉴랜드 아처, 그 시대의 관습과 보수적 전통으로 대변되는 뉴욕의 밍고트가가 존재하는 건 아닐지, 책을 읽으며 독자 개개인의 의견에 따라 수많은 생각이 가능한 작품이라 여겨진다. 과연 우리는 《순수의 시대》를 그대로 받아들일지 또 다른 '격변의 시대'에서 만족감을 느끼게 될지, 이디스워트의 《순수의 시대》라는 작품에서 이를 느껴보길 바란다.



*출판사 지원으로 개인적 생각을 정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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