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부모님의 정자교 슈퍼마켓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자녀인 저자에게도 엄격했던 엄마. 슈퍼 물건 하나, 하나에 엄격했던 엄마의 기억이 서늘할 수도 있겠으나 한마을 슈퍼집 자녀의 삶은 뭔가 으쓱거릴 수 있는 비장의 무기 같은 것도 아니었을지, 그 장면을 상상해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같은 세대라면 경험해 봄직한 이야기들, 특히 부모님이나 어른의 심부름을 막걸리를 받아왔던 기억이 지금 40~50대에겐 한 번씩 있었을 것이다. 뚜껑이 없는 양은 주전자에 막걸리집에서 받아 오던 그 막걸리는 어느새 아이들의 호기심으로 인해 몇 분의 일은 비어있던 경험을 상기한다. 막걸리 조기 교육이랄까? 술에 철저했던 나와는 먼 이야기였으나 주변 친구들은 한 번쯤 부모님 몰래 그 막걸리를 홀짝였던 경험을 털어냈던 적이 있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내용이었다. 이런 다양한 종류의 가게를 운영했던 부모님과 저자 봉달호의 경험은 수많은 독자들에게 잊힌 아름답고도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마치 나의 이야기들, 그 과거 속 스쳐 지나갈 것만 같았던 기억 혹은 추억을 다시 한번 떠오르게끔 하는 묘한 매력을 전해준다. 어쩌면 누군가의 작은 추억, 에피소드, 경험 등이 제3자에겐 더 큰 나비 효과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책을 통해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