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를 올리며 - 나를 키운 작은 가게들에게
봉달호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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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주이자 책을 출간한 작가라는 특색이 흥미를 돋우고 있다. 기존 작품을 읽은 독자, 혹은 그러지 못한 이들도 《셔터를 올리며》란 제목에 눈이 갈듯 하다. 우리 대부분이 노년을 아름답게 보내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런 점에 하나를 더 찍어본다면 창업, 자영업에도 눈길이 간다. 제목 그 자체를 보면 셔터를 올리는 자영업자의 정겨운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실패와 도전이란 이름의 대명사 소상공인의 애환으로 가득 찬 내용인지도 궁금증으로 다가온다. 물론 두 가지 이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듯싶다. 아무튼 저자 봉달호는 자신이 직접 실행에 옮겼던 자영업자로서의 경험과 부모님이 경영해 온 작은 업체의 오롯한 기억을 이 에세이에 담고 있다. 일 년 365일 온전히 셔터를 오르내릴 수 있는 일. 그 기간이 영원 무궁하길 바라는 자영업자의 꿈, 그 도전과 실패의 번복 속에 자리 잡는 달콤한 열매를 머금는 시간이 작가 본인에게도 독자들에게 명확히 전달되는 작품이길 기대한다.




부모님 세대로부터 본인의 세대에 이르는 대물림? 저자에겐 마치 유전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사업자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것일까?-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살아온 시대의 역신, 그 시점의 생생한 증언과 추억을 영화 보듯 이해할 수 있다-현재의 작가인 봉달호는 편의점의 점주이기도 하다. 또한 정확한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전원일기가 시작할 시기 즈음 초등학생-국민학교가 아닐지-이었던 그의 집도 아주 작은 구멍가게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 보면 부모님이 작게 이루며 살아가던 꿈을 점점 더 키워가며 편의점주가 되고, 그 안에 담긴 소소한 이야기들을 글로 적으며 출간하는 작가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다시 그 기억을 거슬러 맨 처음 그, 혹은 그의 부모가 셔터를 올리기 시작했던 추억을 모든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 신작 《셔터를 올리며》가 탄생한 것은 아닌지 마치 남의 일 같지만은 않은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책은 부모님의 정자교 슈퍼마켓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자녀인 저자에게도 엄격했던 엄마. 슈퍼 물건 하나, 하나에 엄격했던 엄마의 기억이 서늘할 수도 있겠으나 한마을 슈퍼집 자녀의 삶은 뭔가 으쓱거릴 수 있는 비장의 무기 같은 것도 아니었을지, 그 장면을 상상해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같은 세대라면 경험해 봄직한 이야기들, 특히 부모님이나 어른의 심부름을 막걸리를 받아왔던 기억이 지금 40~50대에겐 한 번씩 있었을 것이다. 뚜껑이 없는 양은 주전자에 막걸리집에서 받아 오던 그 막걸리는 어느새 아이들의 호기심으로 인해 몇 분의 일은 비어있던 경험을 상기한다. 막걸리 조기 교육이랄까? 술에 철저했던 나와는 먼 이야기였으나 주변 친구들은 한 번쯤 부모님 몰래 그 막걸리를 홀짝였던 경험을 털어냈던 적이 있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내용이었다. 이런 다양한 종류의 가게를 운영했던 부모님과 저자 봉달호의 경험은 수많은 독자들에게 잊힌 아름답고도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마치 나의 이야기들, 그 과거 속 스쳐 지나갈 것만 같았던 기억 혹은 추억을 다시 한번 떠오르게끔 하는 묘한 매력을 전해준다. 어쩌면 누군가의 작은 추억, 에피소드, 경험 등이 제3자에겐 더 큰 나비 효과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책을 통해 전해진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 이상의 변곡점은 오게 마련이다. 작가인 봉달호의 가족들, 부모님 또한 그러 했다는 것을 작품의 에피소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작가와 동시대를 살아온 세대인 3040세대 독자들의 삶과도 비슷한 맥락이 있음을 인지할 수 있다. 한 가족의 희로애락이 가득했던 80년대부터 90년대, 2,000년대란 MZ 세대가 등장하는 시기에 이르기까지 우린 좌절하거나 혹은 이를 발판 삼아 다시 일어서며 우뚝 서는 변곡점, 생의 전환점을 거쳐 온 것이다. 단순히 《셔터를 올리며》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뉘앙스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더 묵직한 감동과 사유를 이어갈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을 더해본다. 인생이란 셔터를 올리고 닫을 때까지 고민해 봐야 할 우리 생애,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의 모든 역사가 이 작품 《셔터를 올리며》에 담겨 있는 듯하다.

*출판사 지원으로 개인적 생각을 정리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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