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봉현 지음 / 창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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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반복해 쌓여가지만, 그 시간 속의 기록물들은 우릴 추억에 빠지게 한다. 10년 차 에세이스트, 일러스트레이터 봉현 작가의 뉴스레터 '봉현 읽기'를 엮은 에세이, 그녀라는 작가, 그림, 글을 처음 만나 마음으로 읽어 나간다. 작가인 그녀가 걸어온 시간의 궤적은 일상적이지만 무언가 끊이지 않는 이야기들로 점철돼 있는듯하다. 제목과 유사하게 단순한 반복이 의미 있는 일상으로 변화돼 가는 느낌이었다. 그림이 좋아 시작된 일이 미워지기까지 했던 때...... 프리랜서로서 절대 쉽게 간과할 수 없었던 일. 1억 모으기를 계획하며 패턴을 정해 생활하는 습관마저 기르기도 했다. 게으르고 자유로웠지만 그녀는 어느 순간 계획적 인간이 된 것이다.

어쩌면 하찮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일들이라 해도 작가에겐 이런 작업의 하루, 하루가 생계 수단이었다. 이토록 아프고 찌릿했던 기억들이 모여 십 년 동안의 글이 되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독자들과 호흡하는 소통의 창구가 되었다는 건 소소함과 반복의 과정이 결국, 단정함으로 마무리된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변치 않고 좋아하려면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 한다.'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끝내지 않고 이어가는 책임감. 그것이 어찌 보면 나의 일이 될 수 있고, 진정성 있게 좋아하는 일에 대한 책무를 다하는 프로페셔널의 결과물이 될 수 있다. 실패란 것들 혹은, 피눈물 흘리며 그림을 그리다 펜을 내팽계쳤던 기억도 잊히지 않는 프리랜서로의 삶을 살아온 봉현 작가. 하지만 어느 정도나마 이러한 프리 작가의 시련을 극복한 성장통 속에 계획적인 인생, 비상 통장을 마련할 수도 있었고, 지인들과 먹고 싶은 것을 함께할 여유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녀의 단순 반복되었던 삶에 좋아하는 것과 책임감이 그 결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엄청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서, 가능한 만큼만 행복하면 된다'


마치 힘 빼기의 기술 한 문장을 더한 느낌이다. 우린 성공이란 염원하게 최선을 다해 엄청 잘 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리고 쓰러지면 좌절하게 되고,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도 좋지만 적당한 선에서 나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적절히 잘 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필요한 만큼 하다 보면 결과물이 켜켜이 쌓여 더 큰 성취욕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일상의 소중한 행복이란 것에 동의한다. 그렇게 작은 반복이 나를 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나를 알아가는 모습과 태도들은 일상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작은 조각들이 모여 완성된다. 옷매무새로 시작해 스타일, 일상의 루틴이 자리 잡아가며 평화로운 나의 삶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 작가 봉현 또한 자신만의 루틴을 찾아 글쓰기와 그림 작업으로 시간을 할애한다. 작가의 삶이 우리 독자들의 일상에 비타민이 되는 활력소, 하루를 살아가는데 소비되는 에너지 소모의 충전재 역할이 되었으면 한다. 그녀가 말하는 이런 반복이 내 안의 가장 큰 행복, 평화로 찾아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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