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있는 1등급 아빠
이혜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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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사랑스러운 나의 짐이었다. 뭐가 그렇게 아빠를 좋아하게 했는지 모른다. 이유가 있겠는가? 아빠니깐...'

안타깝게 아버지의 임종 5분 전 요양병원 도착한 저자는 아직까지 따뜻한 아버지의 손과 팔을 만지며 어떤 기분이었을까? 쉽게 아버지를 보낼 수 없었던 엄마와 딸은 그 돌봄의 시간을 기록으로 대신한다. 저자는 이해진 작가니는 절대 독자들에게 간병이 힘든 것이 아님을 알리고자 한다. 어쩌면 내 피와 살이라 해도 거짓말이 아닌 가족, 혹은 아버지의 돌봄이 얼마나 빛나는 일이었는지 함께 공유하고, 그 기록의 소중함을 나누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저자는 어린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와 한글을 모르는 엄마 밑에서 자랐지만 그들의 아이 사랑은 극진했다. 아무리 부부 싸움을 해도 술을 마셔도 하나뿐인 외동딸을 믿음과 사랑으로 키웠기에 지금의 자신, 그리고 가정을 이루게 했다고 저자는 자부한다.




월남전 참전 후 중매로 만난 저자의 엄마. 어려운 살림에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렸지만 아이였던 이해진 작가를 알뜰살뜰히 키우며 사랑을 나눈 것이다. 어쩌면 이 어린 시절의 긍정적 기억이 아버지를 간병하면서도, 건널 수 없는 강을 걷게 된 순간까지 담담하게 안타까운 기억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게 한 힘이 아니었나 싶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기록은 아버지가 이미 저세상으로 가셨지만 항상 남은 가족들이 망자(忘者)를 기억할 수 있는 기억 저장소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다니던 직장을 잠시간 내려놓고 아버지의 간병을 시작한다. 그녀는 자리를 떠나있던 엄마를 탓하지 않고, 오히려 다시 자리를 지키며 아버지를 간병한 엄마를 간병의 달인이라 말한다. 이 이야기는 누워 계시던 1등급 아버지와 가족의 노고가 한 땀 한 땀 정리돼 기록된 작품이다. 저자 이해진 작가는 작업 치료사라는 직업적 전문성을 지닌 의료인이다. 그녀가 소개하는 전문적 지식이 바탕이 된 실생활에서의 간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절대 힘들고 고생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생명을 지키며 유지하려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일임을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넘기기 힘든 페이지가 마음을 울먹이게 하고, 눈물을 한가득 쏟아내게끔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이란 힘, 사랑과 정성을 담아 아버지를 간병하다 안타깝게 떠나보낸 모녀의 이야기를 함께 공감하고 격려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출판사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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