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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로 가니 - 식민지 교실에 울려퍼지던 풍금 소리 ㅣ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8월
평점 :
이어령 선생은 꼬부랑 고개 열두 길에 대한 화두를 《너 어디로 가니》 시작으로 삼고, 그 주제에 맞는 열두 고갯길의 다양한 옛날, 옛적 이야기를 풀어 갑니다.
3040세대, 그리고 그 이상의 선배들에게도 익숙한 꼬부랑 할머니, 꼬부랑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새삼 주목됩니다. 덧붙여 어린 시절 즐겨 듣던 꼬부랑 할머니란 동요도 절로 생각납니다.
그 의미조차 모르고 들었던 노래와 이야기들, 천천히 추억을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이어령 선생이 그간 쌓아온 글의 업적과 깊이가 담긴 《너 어디로 가니》를 통해 한국인의 뿌리, 정서, 한이 담긴 이야기의 묘미를 익혀, 나아갈 미래에 등불과도 같은 존재로 활용하길 바랍니다.
한국인 이야기 혹은 저자 이어령 선생께서 어린 시절 경험했던 한자를 통한 역사적 흐름, 이를 통해 인식했던 문장과 해설이 마치 역사의 한 편을 감상하듯 작품으로 승화한 것이《너 어디로 가니》라 여겨집니다. 가장 쉬운 예로서 일본의 일제 시절 외쳤던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이란 한자어의 뜻풀이입니다. 당시 일본이 자국의 입장에서 아시아의 침략을 도모하려는 목적의 의미라고 합니다. 한자에 대한 궁금증이 시작될 무렵 저자인 이어령 선생에게 다가왔던 호기심이 마치 구슬을 꿰듯 다양한 당시 시대상과 함께 정리된 글들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또한 독자들은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는 옛이야기처럼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할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아픔이 한자와 역사적 이야기 속에서 교훈처럼 다가올 수 있는 내용들이죠.
책 속에서 저자가 전하는 인물과 작품, 한자어의 설명 등이 글의 중심 소재인 꼬부랑길이라면, 각 챕터 마무리에 주석처럼 등장하는 샛길이란 제목의 챕터는 글의 내용을 마무리하며 각 단락의 내용들을 정리할 수 있게끔 도움을 줍니다. 마치 부록과 같은 글, 낯설었던 문장이나 지명을 해설해 주는 것이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생명수와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 여러 가지 이야기와 형식이 결합된 작품 《너 어디로 가니》 열두 꼬부랑길을 여행하듯 통과하면서, 우리가 살지 못했던 과거의 어느 순간, 역사의 단편과 이면을 배워 나가는 힘도 기를 수 있습니다.
'교육 주체가 배우는 쪽에서 가르치는 쪽으로 바뀐 것은 근대 이후다. '수 우 미 양 가','갑을 병 정'으로 매기는 평기와 서열도 그때 생겨난 것이다.'
마치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들이 알지 못했던 궁금증을 풀어주듯 저자가 배우고 익혀온 지금은 알지 못하는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을 습득하게 합니다. 왜 교실이 아니고 학(學) 실이어야 하는지? 가르치는 입장의 장소가 아니라 배울 학(學)인 학생의 입장인 학실, 학습실이 돼야 하지 않는지 생각하게끔 합니다. 어떤 문제에 대한 의문점 제시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어령 선생을 통해 배움을 얻는다는 것, 이 책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같습니다. 국민학교란 용어의 시초, 찬란한 고유의 한글을 사용하지 못했던 설움과 추억을 고스란히 전하는 절절함에 지금 세대의 우리가 해야 할 의무, 과제가 무엇인지도 다시금 생각 가능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결국 독자의 한 사람인 나의 인격, 성품, 성향이 어디로 흘러가야 할지에 대한 진실.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나란 존재의 정체성을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요? 이어령 선생은 이 세상에서 이제 함께 할 수 없지만 생동감 넘치는 문장을 통해 함께 공유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너 어디로 가니》에서 마음껏 누려 보았으면 합니다.
*출판사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