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주스 가게 - 제9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85
유하순 지음 / 푸른책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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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 가게 사장인 엄마의 갑작스러운 여행에 주인공 건호는 짜증을 낸다. 학교에서 정학을 당한 건호에게 주스 가게를 맡아달라는 엄마의 부탁 아닌 명령이었기 때문이다. 항상 주변에 불량기 가득한 친구들이 많았던 건호에게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듯하지만 엄마의 여행 기간에 맞게 그가 정학을 당한 것은 엄마의 여행을 위한 필연일까?

필연 같은 엄마의 여행으로 인해 가게를 맡게 된 건호는 우연히 주스 가게 단골인 간호사와 마주치고 사실 어머니의 여행 계획은 다른 것이었음을 확인하게 되고, 그 기간 동안 주스 가게를 단단히 지키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꾸준히 정학에 관련된 반성문 쓰는 시간을 할애하고, 불량 클럽의 친구였던 상후, 민기와 작별을 고한다.

이렇게 건후는 아빠의 부재 이후 엄마가 자신을 믿고 맡긴 불량한 주스 가게에서 열심히 일하며 다시 학교로 돌아갈 시간만을 고대한다.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엄마의 때아닌 여행, 불량 서클 친구들과의 관계를 종지부 시킬 기회를 기다렸던 건후. 어쩌면 아빠가 안 계신다는 상황이 그를 더 밖으로 나돌게 했고, 그 안에서 강한 모습을 찾으려 했던 치기 어린 십 대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그런 아들을 믿고, 엄마는 여행이란 이름하에 자신의 신병 치료를 위해 잠시 주스 가게를 아들에게 맡기게 된 것이다. 짧은 에피소드에서 느껴지는 가족의 소중함과 서로의 믿음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 외 몇 편의 이야기들이 메인타이틀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주제와 주인공의 캐릭터를 선보인다.


가는 귀가 먹었을 정도로 의심받는 친구 《올빼미, 채널링을 하다》우주 외계인과 채널링을 하기 위해 동네 편의점 알바형의 모임에 참여하며 의외의 능력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고모를 만나러 가던 지하철 안에서 펼쳐지는 일촉즉발의 에피소드는 소설의 주제를 명백히 해준다. 이처럼 사람이란 단점이 있다면 장점을 지닌 법이다. 하나의 계기가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능력,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우는 것은 서두름이 아닌 시간이 답이며 소설 속 주인공처럼 상대의 이야기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이 진정한 채널러이기도 하다.


《야간 자율 학습》은 야자를 해본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봤을 에피소드라 공감이 갈 만한 작품이다. 야자를 재끼고 쨀 것인가, 그냥 모범생의 자리로 남을 것인가? 하지만 들 시원, 병우, 동혁이 다니는 학교는 자율형 사립고라 그것마저 번거로운 절차가 남아 있다. 야자 마무리까지 사설 경비 업체 직원이 교문을 철저히 지키고, 병을 핑계 대도 보건교사의 정밀한 진료를 통과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뚱보균과 도넛》 가장 민감한 십 대들에게 한 번쯤 오갔을 다이어트에 관한 이야기가 그 시작이다. 소아 비만으로 어쩔 수 없는 10대 여학생 나와 유나, 그들은 갖은 비아냥과 비방을 들음에도 불구하고 먹는 것을 끊지 않는다. 이때 결심한 주인공 소녀는 씹고 뱉는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친구 유나는 다이어트 대신 먹는 즐거움을 이어가게 된다. 그 이후 살이 빠진 주인공에 반해 더더욱 살이 쪄 가던 유나가 일대의 사건을 터뜨리고 교실을 한순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그 결과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개인의 감춰진 성향, 상태를 이해하는 것, 외향이 전부가 아님을 우린 항상 느끼지만 간과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물론 건강한 신체를 위해선 식사 조절과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이다.

《폭풍 속 하이재커》는 지현과 영준 등의 친구들이 현장 체험 숙제를 위해 공항 견학을 시작하는 상황부터 전개된다. 공항 인근의 학교인 탓인지 유난히 공항에서 일을 하는 학부모가 많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까? 주인공 지현 어머니도 정확한 사실까지는 모르지만 공항에서 근무하며 아빠 없는 가장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공항 견학 사이. 사이 지현의 가정사가 브리지처럼 등장하며 왜 어머니가 공항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조종사를 꿈꾸는 영준의 이야기도 마치 사진 액자 속 다른 그림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치듯 엔딩을 장식한다. 영준의 꿈, 지현과 그의 가족이 소망했던 이야기들을 실현 가능한 꿈으로 소화해 내는 마무리가 시원스럽게 느껴진다. 이런 이야기들이 실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바람만으로 아름답고 흥미로운 청소년 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편의 이야기들이 한 작가의 작품이지만, 각각의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창작된 내용이라 흥미롭다. 가족, 우정, 이웃 등 다양한 소재가 중심이 되어 10대의 마음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하며 완성해 낸 이야기. 기성세대에겐 현 세대에 대한 이해와 향수, 10대 청소년들에겐 공감이란 단어를 거듭나게 할 작품이라 여겨지며 한 권으로 묶여진 유하순 작가의 작품집 《불량한 주스 가게》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추천해 본다.

*출판사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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