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달콤한 인생입니다 - 아픈 나와 마주보며 왼손으로 쓴 일기
고영주 지음 / 보다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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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손을 갖고 싶어서 열심히 일했더니 아픈 손이 되었다.'

'아픈 나와 마주 보며 왼손으로 쓴 일기'란 부제가 와닿는다. 어려운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자신의 약한 신체 어느부분을 활용해 일상적인 삶을 영위해가는 것이 얼마나 위대하면서도 대단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코로나19라는 병적 재해로 인해 일상을 빼앗긴 과거 3년간을 이제야 서서히 찾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시기에 딱 알맞은 책을 꺼내 읽을 수 있어 마음이 들뜨면서도 한편으론 차분해진다.

'여기서 실린 글과 그림들은 순응과 저항을 겪은 내 마음과 몸이 지나온 기록들인데,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절망스럽지만, 끝내는 유쾌해서 마음이 놓인다.'

내 이야기를 유쾌함으로 끝낼 수 있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20년 이상 쇼콜라티에로써 현업에 종사한 작가, 어느날 갑작스레 굳어버린 오른손 엄지에 절망감도 느꼈겠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다시 일어선 순간의 유쾌함, 그 시작이 가장 힘들겠지만 그것이 기회가 아니었을지 생각해본다. 생소한 왼손, 왼손가락을 움직이며 살았어야 할 시간들, 잠시간이라도 그 감정과 고통, 인내의 시간을 겪어본 독자라면 책을 낸 작가의 마음을 아주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수기로 쓴 그림과 일기가 작가의 일상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직접 그리고 썼다는 것은 작가가 숨쉬며 호흡했던 그 순간을 상상 가능하게 한다. 왜 20년여간 지탱해오던 일을 멈출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림을 익히며 현재의 만족감 넘치는 생활을 지속해가고 있는지도 책을 읽으며 확인할 수 있다.


왼손의 그림, 글로 전해지는 일상은 이렇게 시작된다. 작가는 친구들과의 통영 여행에서 숙소로 자신의 집을 선뜻 빌려주고 '나가주신' 밥장님을 알게 된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인 밥장님의 책을 읽고, 줌수업을 듣게 된 것이 결국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 당시 작가의오른손은 통증이 점점 더 심해져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었다. 그래서 길들이기 시작한 왼손 사용법. 매일매일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로 기록한 일상들이 모이고 모여 책으로 완성되었다.



왼손으로 쓴 제주 올레길의 여행기록은 마치 어린이의 그림일기를 넘겨 보는것 같은 느낌이다. 해삼, 전복, 문어, 우뭇가사리...귀여운 그림들과 그의 일상이 적힌 글을 읽으며 차분한 마음치유의 느낌이 오는 것은 바로 작가가 그리고 쓰면서 느낀 감정일 것이다.



부드럽고 달콤한 디저트.

루바브잼, 젤라또, 초콜릿 잼...

그의 이 달콤한 기술을 소비자와 연결시키는 것이 바로 장사! 2001년 처음 '쇼콜라티에'라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장사를 하고 지금까지 겪었던 일들과 생각들을 책에 녹여내며, 매일쓰는 왼손일기로 나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이 아름답다.

"그동안 '나'라고 생각했던 '나'가 옳았을까 의심했고 헷갈렸고 깨졌다.

그래도 다행히 그런 낯선 나를 피하지 않고 봐줬더니 점점 나를 알아 가고 있다." 201p

왼손 글씨로는 복잡한 생각을 다 쓰기가 힘들다. 그래서 덜어 내고 건너뛰며 쓰고보니 결국 굳이 쓰지 않아도, 혹은 버려도 상관없는 생각들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작가.

나도 그의 왼손 글씨와 그림을 따라가며 덜어낼 것은 덜어낸 왼손 그림 속 달콤한 인생을 맛 보았다.

*출판사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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