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손을 갖고 싶어서 열심히 일했더니 아픈 손이 되었다.'
'아픈 나와 마주 보며 왼손으로 쓴 일기'란 부제가 와닿는다. 어려운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자신의 약한 신체 어느부분을 활용해 일상적인 삶을 영위해가는 것이 얼마나 위대하면서도 대단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코로나19라는 병적 재해로 인해 일상을 빼앗긴 과거 3년간을 이제야 서서히 찾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시기에 딱 알맞은 책을 꺼내 읽을 수 있어 마음이 들뜨면서도 한편으론 차분해진다.
'여기서 실린 글과 그림들은 순응과 저항을 겪은 내 마음과 몸이 지나온 기록들인데,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절망스럽지만, 끝내는 유쾌해서 마음이 놓인다.'
내 이야기를 유쾌함으로 끝낼 수 있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20년 이상 쇼콜라티에로써 현업에 종사한 작가, 어느날 갑작스레 굳어버린 오른손 엄지에 절망감도 느꼈겠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다시 일어선 순간의 유쾌함, 그 시작이 가장 힘들겠지만 그것이 기회가 아니었을지 생각해본다. 생소한 왼손, 왼손가락을 움직이며 살았어야 할 시간들, 잠시간이라도 그 감정과 고통, 인내의 시간을 겪어본 독자라면 책을 낸 작가의 마음을 아주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수기로 쓴 그림과 일기가 작가의 일상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직접 그리고 썼다는 것은 작가가 숨쉬며 호흡했던 그 순간을 상상 가능하게 한다. 왜 20년여간 지탱해오던 일을 멈출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림을 익히며 현재의 만족감 넘치는 생활을 지속해가고 있는지도 책을 읽으며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