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전안나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네 잘못이 아니야.

절대로 네 잘못이 아니야.

태서나서 죄송한 사람은 없어.'

독서 에세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기록해낸 작가 전안나의 진정성, 진심이 담긴 작품이다. 어린시절 아동학대로 마음 둘곳 없었던 그녀의 유일한 친구는 책이자 독서였다. 책으로 치유받고 책을 통해 미래를 다시 준비할 수 있었던 독서법과 글쓰기 책의 저자 전안나 작가의 또 다른 이야기에 더 큰 관심이 앞선다. 웃음을 읽지 않던 그 모습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내면 깊이 담아둘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글로 기록했다는 소식을 듣고 독자로서 충격을 아니 받을 수 없었다. 용기와 격려도 좋지만 아픔을 겪은이들과 더 많은 진실을 나누고, 책의 내용을 의미 있게 리뷰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 작품 《태어나서 죄송합니다》차라리 반어적 표현이 맞을 것 같은 태어나주셔서 모든 독자들의 책에 대한 처방과 고민을 해결하며 독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해주시는 작가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또한 음지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작은 희망의 단초가 되는 작품으로 널리 읽혔으면 한다.




다독가이자 정독가인 작가 전안나는 자신의 내면, 당시 상황을 복기하면서 몸서리치는 심적 고통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이 마음과 정서를 책으로나마 해소하고, 당시 부딪혔던 상황과 책의 내용을 소개하고 음미하며 독자의 이해를 구한다. 이 작품에는 총 30편의 또 다른 작품이 전안나 작가의 시선으로 정리되어 있으며 ,거짓없는 진실된 글귀로 독자들의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다. 여기서 소개 된 책을 접해본 독자라면 같은 생각을 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의 감정적 기복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간혹 ~동화되다란 말이 부정적 의미로 적용되는 수도 있지만 책의 소개와 작가가 걸어온 과거의 현실적 아픔, 쓰라린 경험을 마음으로 위로하듯 흡수하면서 그 고통과 아픔을 나눠보는 것도 좋은 독서의 경험이 아닐런지 생각해본다.

'자기 역사를 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즉 자신의 존재 확인을 위해서이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다치바나 다카시

그리고 작가 전안나는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으로 거슬러가며 나란 사람의 정체성, '김소연'에서 '전안나'로 불려지는 지금의 나를 찾아간다. 이처럼 어떠한 상황에 처하든 일기 형식이더라도 내 개인사를 반추해보는 것, 그것이 슬프고 아프거나 기쁘고 행복한 추억이 겹쳐 있더라도 지금의 나를 다시 확인하는 용기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한 권의 책으로, 에피소드 하나로 나의 지금과 과거를 돌아보는 힘을 키우는 것이 독서의 힘 중 하나임을 깨닫는다.

'나는 나 자신이어야 한다. 누구의 노예도 아니어야 한다. 혼잣말로 한 번 더 다짐한다.

'나는 나'.

나는 나란것에 주목한다. 전안나 작가는 가네코 후미코의 《나는 나》란 작품을 읽고 지금껏 학대 받고 살아온 삶의 무게, 잘못이 자신에 의한 것이 아님을 확인한다. 외부에 보여지는 모습은 나는 화려해보였을지언정 양모 사이의 관계에서 그녀는 항상 피해자이고 약자였다. 어린 화자로써는 그 잘못이 오로지 자신의 것인줄로 착각, 아니 당연한듯 여겼을지도 모른다. 이유없는 언어폭력, 구타에도 '내가 또 뭘 잘못했는가?' 에 빠져 스스로 잘못한 무언가를 의미없이 찾아가며 아픔을 삯였을 수도 모를 일이다. 열사 박열의 연인이었던 나는 나》의 저자 가네코 후미코 또한 할머니에게 미움받고 학대받았던 과거의 악몽을 죽음을 앞둔 막바지에 고백한다. 그 모든 것은나의 잘못이 아니고, 혼나지 않으려 할머니에게 거짓말을 한 것도 결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에 확신을 하고 글을 남긴다. 그 여운은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마치 현재의 작가 전안나, 같은 또래에 겪었던 아픔을 위로하는 말로 보듬어 안아준다. 이 말을 좀 더 일찍 많은 이들에게 들었었더라면 작가 전안나의 상처, 응어리는 더 빨리 치유되지 않았을까? 라고 조심스러운 생각을 보태본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다.'

남편에게 사실을 고백했던 때 아마 작가는 저러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신영복 교수의 담론에 나온 문장 하나가 가슴을 져며들게 한다. 함께 피해가는 것보다 그 위기 상황을 함께 극복해가면서 더 단련이 가능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왠지 결혼 생활에 서툰 나 또한 새겨들어야 할 명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항상 순탄한 길만 있기보다 그보다 더 힘겨운 시간과 상황이 많은 것이 인생이란 이야기도 들어본 듯 하다. 좀 더 내 생각의 지경을 넓혀 작가 전안나가 울컥하며 함께 맞는 비의 일부분이 되어준 남편을 언급한 것처럼 내 가정, 그리고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함께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생각해 보니 나는 인복이 많았다. 남들 다 있는 엄마 복은 없었지만, 다른 인복이 참 많았다.'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를 묶은 작품에서 작가는 저러한 생각을 했다. 고흐도 늘 소외받으며 가난하게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 단, 그의 동생 테오의 전폭적인 지지로 인해 버티며 그림에 영혼을 붙이고 후대에 이르러 인정 받은 화가가 되었다. 작가 또한 《반 고흐, 영혼의 편지》에서 위와 같은 동질감을 느낀듯 하다. 어려운 과거의 기억을 머금고 있지만 책을 통해, 수많은 인복을 통해 작가는 지금의 독서 전문 작가로 성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나 혼자가 아니라는 의지, 용기가 있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 가능하다. 책이 시작이었다지만 그로 인해 만난 사람들,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섭렵한 독자들로 인해 영혼의 친구들이 그녀 앞에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일호가 작가의 남편, 아이들이란 생각이 들고, 많은 직장 선후배들, 그녀를 울타리처럼 둘러 싸고 있는 많은 독자들이 서로를 밀고 끌어가며 사랑을 이루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혀 태어나서 죄송할 것이 아닌 감사할 일이 더욱 더 쌓여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은 값진 것이고 소중히 여겨야 할  값진 것이라는 느낌"  반 고흐

작가는 집 외의 돌파구로 학교를 선택했다. 중학교 시절 왕복 네 시간의 거리임에도 학교를 오가며 라디오에서 녹음 한 테잎으로  음악을 듣고, 평범한 일상을 만끽하려 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형편없었던 영어 점수와  친했던 친구들의 외면 등이 마음의 상처로 변한 것이다. 가뜩이나 양어머니의 꾸중과 질타, 폭력으로 인한 자존감 하락이 학교에서마저 이어지다보니 그녀는 결국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 자살 대신 얻게 된 '접촉성 피부염' 은 그때의 기억을 상기시킨다고 한다. 누구나 작은 상처, 생체기를 겪게 마련이다. 그런 작은 조각이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것은 그 별 것 아닌 작은 것에 둘러 쌓인 무언가의 그늘이 우리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인 예, 죽음과는 다른 일이지만 옷을 입은 채 물이 옷에 묻거나 몸에 의도치 않게 물이 닿으면 크게 화를 내는 내 모습도 어린시절 물에 빠져 공포를 겪었던 당시의 기억이 회상되어 그럴지도 모를밀이다. 작가는 하지만 그때의 기억을 이제 최대한 자연스럽게 끄집어낸다. 그 중심엔 가족이란 힘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녀는 말한다.

'내가 이렇게 내 이야기를 꺼내는 걸 보니, 남편과 아이들에게 현재의 감정을 공감받고 살고 있나보다. 그리고 이렇게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내 말을 들어주누 당신이 있어서 감사하다.

누군가 등이 되어주고, 그늘막이 되어주는 사람, 사랑이 있다는 건 참 흐뭇한 일이다. 그것이 가족이라는 것은 더 큰 선물이다. 이렇게 작가 전안나는 서서히 조금씩 세상 앞에서 당당해지고, 어둠을 비추는 작은 등불의 존재로도 거듭나고 있다.

작가는 사회복지사이다. 아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분은 이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자신의 상처를 타인에 대한 치유를 통해 거듭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기때문이다. 직업인으로서 최선을 다하지만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는 복지사들, 본인도 그러했고  그 열정이 지나치다보면 소진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 전안나 작가는 사회복지학을 통해 좀 더 사람의 심리에 대해 연구하고 다양한 형태의 인생과 마주서게 된다. 그로 인해 점점 더 성장해갔으며 자신의 상처까지도 세상에 드러내게 된 것이다. 그것이 결혼을 통해 만난 남편이며, 사랑으로 잉태한 두 자녀이다. 그 덕분에 마음의 분노라는 독기가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잘못도 아닌 일을 드러내기 힘든 사회, 그저 자신을 좀 더 당당히 드러내며, 세상에 우뚝 서서 세상의 불의에 대해 고백해야 할 분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마치 그 씨앗, 필요한 불꽃의 발화가 이제야 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하는 기분을 이 작품 《태어나서 죄송합니다》에서 느끼게된다.

'그냥 살아남으면 돼. 그게 다야'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중에서

어떤 일이나 자신을 불태우다보면 몸과 마음이 소진될 수 있다. 일 밖에 모르던 작가 또한 그런 경험을 충분히 해왔다. 양부모님 밑에서의 억압과 폭력이 그 시작이었다. 물론 성인이 되어서는 이들의 늪을 빠져나올 수 있지 않았겠나. 라는 독자들의 상상은 가능하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성인이 되어서도 학비를 비롯해 생활비, 양부모를 위한 용돈까지 끊임없이 자신을 소진시킬 수 밖에 없었던 작가. 직장에서만은 조금 쉬어갈 수 있었음직한데 그녀는 그러하지 못한 것 같다. 책임감의 문제였을까? 어린시절 어려웠던 환경을 극복하려는 굳은 의지때문이었을까? 한때 직장 업무와 독박 육아등으로 인해 우울증까지 겹쳐 또 다른 삶의 포기를 경험하고, 결국 책이란 매개체를 통해 그녀는 다시 일어선다. 또한 '열정'으로 여겼던 자신의 프로페셔널했던 삶이 실은 '결핍'으로 점철되었다는 점에서 소진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던 것이다. 누구나 휴식은 필요하다. 일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뒤도 돌아보고 주변도 살피는 것이다. 전안나 작가 또한 그것을 깨달으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이야기한다.

'나에겐 휴식이 간절히 필요하다.

쉬어야 할 때이다.' 

지금 이 순간이 여러분의 때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작가 전안나는 힘겨운 시절들마저 미래를 위한 긍정의 키워드로 전환한다. 그녀가 읽은 책 《나폴레온의 힐의 성공의 법칙》이 그 한가지 또 다른 사례이다. 이 책에선 남을 밟고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남과 손잡거나 남을 돕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성공이란 문턱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고 말한다. 성공한 500여명 이상의 핵심 인터뷰이들과 함께 한 데이터이므로 신빙성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보면 이를 실천한 전안나 작가도 그 반열에 이미 들어선 인물이 아닐까도 싶다. 열 번 유료 강의 후 한 번의 재능 기부. 그리고 이어지는 또 다른 신호가 작가 전안나를 더욱 더 긍정의 신호로 전환시키는 힘이 된다. 이렇게 나누다보면 또 다른 연결고리가 이어져 다양하고 행복한 일들이 생기기 마련인 것도 기적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말과 일을 이어가겠다는 확신에 찬 책의 글이 와닿는다.

'앞으로도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도와주는 더욱더  구체적 행동을 고민해 보려고 한다. 지난 시간 동안 진 빚을 앞으로 살아갈 날 동안에 다 갚을 수 있을까? '

독자의 한 사람인 나로서 전안나 작가는 충분히 그에 합당하고 가치있는 일을 진행중이란 생각을 더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사람을 잃지 않는다.'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말씀에 작가가 공감하듯 나 또한 공감대가 더한다. 독자인 나도 최근 《논어》해설서를 통해 조금이나마 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내 나이 또한 불혹, 나만 바라오고 있던 시간들, 내 관심사에만 주목하던 시간들이 다수였다. 그 와중에 사람도 잃어갔다. 또한 나도 사람을 잃기 싫어하는 한 명이지만 눈을 질끈 감고 과감히 버린 사람도 있다. 지금 와서 후회한들 무엇하랴, 현재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나를 다지는 방법이다. 전안나 작가 또한 헤어짐의 상처도 있었고, 갈등으로 뒤섞인 관계 안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도 있을터이다. 과거의 상처에 대한 완벽한 봉합은 힘들지만,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다시 시작이라는 확신을 통해 지혜를 모아 사람을 다시 잃는 행동은 취하지 않은 건 어떨까? 세월이 흐를수록 주변에 사람들, 가진 재화들이 처음의 풍족했던 때 이하로 줄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존재하는 영역 안에서의 적절함은 유지 가능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우리 사람 지키기는 꼭 평생 이어졌으면 한다. 단, 그럼에도 과감히 정리해야할 관계에는 단호함도 필수란 걸 잊지말자.

'나같이 평범한 직장인도, 엄마도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고 생각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을 보탠다. 작가는 1994년 성수 대교 붕괴 사고를 시작으로, 2021년  정인이 아동 학대 사망 사건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 걸쳐 우리가 민주시민으로서 잊지 말아야할 많은 사건, 사고, 사회문제에 대해 언급한다. 정말 라떼 시절말로 세월가면 잊힌다는 말은 이제 망언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잊히지 않고 함께 기억하며 기리고, 그때의 아픔을 상기하며 미래를 올바르게 내다보는 임무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사회문제란 관심을 갖는 모든 이들이 어깨동무하고 앞으로 나아갈수록 보다 많은 동역자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인간 모두를 위해, 분노하고 투쟁할 줄 아는 시민, 사회문제의 관심은 내가 앞장선다는 자세, 어려운 입장일수록 더욱 견고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어쩌면 이 책은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이보다는 '나'를 치유하는 글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것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했다.'

솔직함이 묻어나고, 있는 그대로를 독자에게 전하는 전안나 작가의 엔딩이 마음에 사무치듯  와닿는다. 이 작품은 누구를 위로 하고 감싸는 것 이상의 자기 치유, 세상 속으로 나를 전진시키며, 다수를 감싸 안는 넓은 포용력까지 보태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전개 될 현재 진행의 삶이, 어떠한 방식으로 살아가야 올바른 길로 나아갈지, 스스로에게 용기어린 질문을 던질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출판사 지원 및 애독자로서 개인의 자유로운 사견을 담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