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3
메리 셸리 지음, 김나연 옮김 / 앤의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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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형식의 글로 소설은 시작된다. 어딘가 멀리 여행을 떠난 남자 동생인 로버트 윌턴이 누이 사빌 부인 앞으로 보내는 서간문이다. 윌턴은 항해 중 이방인을 구한 에피소드를 자신의 누이에게 또다시 전한다. 온화한 성품의 이방인이자 신사에 대한 성품이 드러날수록 망망대해의 항해 중 외로움이 가득했다던 윌턴에겐 낯선 이방인의 등장이 마치 어둠 속의 빛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이 상황을 편지글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며 독자의 시선에도 그려지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방인은 썰매를 탄 채 누군가를 쫓고 있던 모양이었다. 이어서 이방인은 어느 정도 가까워진 윌턴에게 자신이 불행했던 과거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기에 이른다.


이방인은 자신의 과거사를 소개하면서부터 소설의 시점을 1인칭으로 바꾼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어린 시절과 성인이 되었던 인연의 끈을 하나로 끄집어내어 실타래를 풀어간다. 아버지의 친구 보포르의 발견과 죽음. 그의 딸을 거둘 수밖에 없었던 사연과 주인공 자신이 만난 인연들에 대해 과거를 회상하는 것처럼 설명한다. 재혼한 고모부의 딸 엘리자베스, 친구였던 앙리에 이르기까지 그의 유년 시절은 다복해 보였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어머니의 죽음은 또 하나의 시련이었다. 자연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설레는 마음을 지닌 채 독일로 향하려던 거대한 마음 상처의 장벽이 드넓게 펼쳐진 것이다. 어머니를 보내드린 후 숙연한 마음을 안고 가족과 엘리자베스, 절친 앙리와 작별을 고한다. 대학은 일생일대의 변화이자 또 다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생의 전환기, 변곡점이 올 수 있는 것처럼 이방인 남자도 그의 미래를 잉골슈타트 대학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전도 유망이란 말이 있다. 앞으로 잘 될 희망(希望)이 있음. 또는 장래(將來)가 유망(有望) 함. 을 뜻한다. 이방인으로 여겨지는 과거의 청년은 자연철학에 몰입하며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기 위해 약 2년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다. 그 결과물은 신경성 열병과 내면 가득히 들어찬 실제인지 허상인지 구분조차 힘든 괴물의 등장이다. 연이은 가족의 비보는 그의 신경성 열병을 더 악화시키고, 일상을 환영 가득한 질병으로 점철되게 만든다. 과학적 호기심과 열의가 긍정의 결과를 가져온다면 최고의 발명이자 연구 가치이지만 이 천재 프랑켄슈타인 박사에겐 이것이 짐이자 병이 되어가는 수순일 뿐이었다. 우리 인간 또한 몰입과 집착이란 종이 한 장 차이에 자신을 헌신하듯 매몰시키는 경우가 흔하며 그것은 과거나 현세에 어김없이 반복되어 오는 것이다.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이 좋다지만 집착이 되지 말아야 할 인생, 그것은 그저 마음의 병이자 정신병으로 전락할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한다. 하물며 가족의 부재는 이를 더 배가 시킬 뿐이다.


그의 동생 윌리엄의 죽음은 갑작스러웠다. 그리고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급히 고향으로 돌아간다. 먼저 찾은 곳은 윌리엄의 살해 현장. 그는 마치 실제 상황을 바라보듯 그곳에서 윌리엄의 살해한 범인의 형체, 괴상함 자체의 그를 발견한다.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의 몫은 책 읽는 독자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빅터는 엘리자베스를 비롯해 아버지, 남은 남동생 에르네스트에게 윌리엄 살해의 진범에 대해 듣고 나서 또다시 경악을 금치 못한다. 만남의 행복도 잠시였고, 죽음이란 단어는 그들에게 절망감을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윌리엄의 죽음과 그를 죽인 진범의 명확성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범인으로 지목된 이는 유죄 선고를 받았으며 이 모든 아픔을 상쇄시키기 위해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가족들은 알프스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또 다른 나, 혹은 자신이 만든 유일무이한 생명체인 괴물과 마주 서게 되는 프랑켄슈타인은 그에게 그간의 행보를 듣게 되는데...... 그것이 사실인지 상상인지는, 책을 읽는 독자들의 확인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인간이자 괴물은 인간의 따스한 면과 차가운 진실을 동시에 경험하며 인간 본성의 심연에까지 다다르며 고뇌와 번민 속에 또 다른 여정을 계획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 하지만 그것이 가장 극명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 같다. 시대를 앞서간 이야기 속에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인간의 양면성에 대한 명암은 세상 모두가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이자, 풀어나가야 할 문제의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여겨진다. 간혹 나 자신, 함께 호흡하는 사람들이 《프랑켄슈타인》이 아닐까 상상하니 두려움이 앞선다. 그럼에도 우린 이 책을 통해 삶에 대한 다양성을 이해하고 서로가 호흡하며 살아가는 공존 사회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출판사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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