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쓸 언어를 허둥지둥 찾으려 하지 않고 다만 귀를 기울입니다.'
이 책은 작가가 만난 많은 인물들, 작품들 -어린 시절부터-속에서 얻은 영감을 소개한다. 창작자의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창작자, 예술가들은 위의 문장처럼 무언가를 새롭게 구현하고자 할 때 억지를 쓰지 않는다. 차분하고 겸허한 자세로 그때가 오기를 기다리기 마련 아닐까? 글을 쓰기 위해서도 예전부터 엉덩이 무게가 무거워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말도 있었다. 끝없이 인내하고 사색하며, 작은 미물에게까지 귀 기울일 수 있는 넓은 마음과 아량, 배려가 진정한 창작의 산물, 이야기라는 선물을 작가에게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언급한 수학자의 일도 작가의 일과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을 소개한다.
'수학자의 일은 어떤 존재가 세계의 여기저기에 숨겨놓은 그런 비밀을, 동굴에서 보석을 캐듯 찾아내는 것이다.'
글이나 그림, 음악을 창작하는 작가, 예술가들 또한 위와 비슷한 맥락으로 자신만의 보석을 캐기 위해 꾸준히 매진한다는 것에 공감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책에서 소개하는 작가의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 이러한 방식으로 구성, 창작, 완성되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것도 수학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작가에게서 말이다. 우리가 돌아보지 않은 것에까지 호기심이 자극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읽고 쓰기의 힘, 착상에서 창작으로 이루지는 마법 같은 글쓰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