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진심인 작가는 막걸리 학교도 섭렵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직접 술을 빚게 된 것이다. 막걸리란 전통주를 통해 단순히 술을 만들과 마시는 것을 떠나 인생을 배운다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단순한 재료인 물, 누룩, 쌀, 그 정점을 찍는 것이 정성이라 하니 막걸리의 맛이 각자 다른 것처럼 각각의 인생 형태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함께하는 막걸리 학교는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이 맞는듯해 보인다. 막걸리 맛을 좌우하는 80%가 하나 더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바로 누구와 함께 술을 나누고, 누구와 함께 인생을 논하는가가 중요하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술이 쓸 뿐 아니라 달고 시고, 맵고, 짜고 할 수 있는 것이 분위기 탓이 아닐지 모르겠다. 조금 과장될 수 있으나 직장 상사와 마시는 술, 절친들과 마시는 술맛의 차이는 확연하다. 갑작스레 친한 친구들과 하얀 빛깔의 가장 정통 막걸리 S를 한 잔 걸칠 날을 기대해 본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침이 꼴까닥 넘어가도록 술을 권하는 책. 인생을 술로 논하는 책 《개와 술》이 이토록 친근한 건 우리 일상에서 마주치는 문화를 솔직 담백하게 기록해낸 작가의 힘이 아닌가 싶다.
책의 마무리엔 부록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에서 주로 등장하는 작가의 와이프인 김 여사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책 전반에 주인공급으로 등장하는 김 여사는 함께 술을 마셨다기보다 여행 중, 식사 중 추억처럼 작가가 머문 장소 곳곳에 나타난다. 뜨거운 부부애 이전부터 썸을 타던 회사 동료의 한 사람으로 말이다. 특히 책의 말미 김 여사가 직접 쓴 작가 술딴과의 술에 관한 에피소드는 이 책의 재미에 정점을 찍는다. 그리고 그 둘은 부부가 되었다는 행복한 결말과도 같은 동화 속(?) 이야기처럼 마무리된다. 타자의 이야기 속에서 인생을 배우고 독자인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술을 좋아하건 어려워하건 중요치 않다. 각자의 인생이 소중한 것처럼 이 책을 읽고 즐기며 대리만족해 내 삶의 기쁨을 이어가는 또 다른 무언가, 취미 하나 만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것이 술이든 반려견이든, 그 무엇이든 상관없다.
*출판사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