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는 참 정직한 동물이다.'
저 문장을 읽으며 이에 대한 답을 본문에서 찾았으면 한다. 《달팽이 키우기》는 인간과 달팽이 사이에서 느껴지는 상대성을 시작으로 그들이 살아가는 생명력과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도 소개한다. 코로나 이후 실직 등의 불안한 생활로 인해 동거중이던 연인 사이의 소원함은 더욱 거세진다. 하지만 달팽이를 키우기 시작한 기점으로 삶의 변화가 미세하게남 나타나는데......
달팽이란 당근을 먹이면 주황색 똥을, 초록색 청상치를 먹이면 청색 똥을, 계란 껍데기를 넣어주며 살구색 똥을 싼다는 책의 내용처럼 투명하고 솔직한 개체이다. 하지만 달팽이와 다르게 주인공 지애와 동거하는 연인은 코로나로 인해 실직과 더불어 거짓말 또한 잦아진다. 그저 믿을 수 없는 남남과 같은 불안한 동거가 지속되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상황이나 환경이 변할 때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변호하고 자기중심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으나 소설 속 달팽이는 있는 그대로를 복사하듯 사실 그대로 자신을 표현하고 모든게 마치 정답인 것처럼 양육되어 간다. 어떻게 보면 투명함 자체의 상징이라 여길 수 있었던 달팽이(알콩이). 하지만 새로 입양 된 달팽이 달콩이가 나타날 무렵 자신의 생존본능에 힘쓰며 달팽이 역시 사회적 동물로 변화하고 만다.
결국엔 자신의 생명을 위해 입양된 달콩이의 패각을 물어뜯고 위태로운 상황을 연출한다. 주인공 지애는 자신이 겪고 있는 연인과의 상황과 함께 정성 들여 키우던 달팽이를 동일시하기에 바라보게 된다. 달팽이 '알콩이'가 '달콩이'를 물어뜯던 것처럼 지금의 연인에게 자신이 얼마나 가혹하고 무자비한 행동을 보였는지 자책하며 반성학 되는 것이다. 결국 달팽이의 '느림이란 미학'이, 코로나로 인해 실직한 연인의 보이지 않는 장벽에 희망을 선물한다. '알콩이'와 '달콩이'처럼 소설 속 연인들도 종국에는 알콩달콩 사랑을 더 의미 있게 속삭였을런지, 아니면 무너져버린 현실 앞에 마음마저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을지의 결과물은 소설의 엔딩에서 확인하며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대 째 운영 중인 청주 유명 빵집의 대를 이으려는 아들과 이를 만류하려는 아버지. 프랑스인들에게 강탈 당하듯 넘겨진 직지에 대한 애틋한 사연이 빵집의 시작이었으며, '직지 글빵'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것이 주인공의 할아버지대였다. 코로나 이후 기울어가던 빵집의 역사는 대를 이은 손자의 노력이 더해져 방송매체 홍보와 우리 문화 자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소비자들의 도움으로 또 다시 한 번 유명세를 타게 된다. 그간 대 잇기에 반대를 거듭했던 아버지도 아들의 뜻을 받아들이며 할아버지께서 시작하여 본인이 이뤄 온 빵 만들기에 대한 초심만은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바로 정직함이고, 진심이 담긴 빵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는 《발효의 시간》 이란 제목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시간은 결국 그 답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짧은 내용의 소설이지만 청주라는 지역적 특색을 잘 살려 우리의 문화적 교유성과 전통을 알리는 역할을 충실히 한 작품으로 평할만하다.
《유리 젠가》를 메인타이틀로 소개된 네 편의 단편소설 하나, 하나가 작가의 생각과 현재의 관심사를 보여준다. 2030 세대의 방황과 코로나19 사태에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는 현시대의 단면을 사실감 있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사유하는 것은 독자인 우리의 용기이고 미래라는 끈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할 우리의 당연한 몫이다. 승승장구하다가도 언제 무너질지 모를 내 삶의 시간 속에서 보다 긴장 된 마음으로 우릴 단단히 부여잡을 미래의 시간을 이 소설에서 만나봤으면 한다. 네 편의 색다른 이야기들이 여러 독자들을 다양한 생각의 숲으로 안내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라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