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게 머리가 없다는 건 상식적으로 보면 아주 위태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동화적 상상력으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런 발상 자체가 신비로운 작품입니다.
이 작붐의 귀친구 또한 머리가 없다는 것에 큰 상심을 하지요. 머리가 없다면 대체 귀가 무슨 소용이냐고 까지 자신을 자책합니다.
귀는 걱정투성이가 되구요, 머리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 낼 수 없네요. 그저 슬퍼할 따름입니다. 여기저기 헤매다니며 어딘가로 갈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마침 길을 가던 도중 여럿의 친구를 만나게 되죠.
개구리에서 코끼리, 토끼, 거미에 이르기까지 여러 친구와 악동같은 동물(?), 곤충(?)과도 마주치게 되요. 그림 또한 개성 넘치고 색다른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 동화입니다. 동화 속 그림을 보며 여러가지로 그림을 표현할 수 있고 생각도 할 수 있답니다. 물론 너무 많은 생각은 머리를 아프게 하지요.
귀는 개구리의 노래를 들어주고, 그의 마음을 풀어 줍니다. 굳이 머리가 필요 없어도 귀 자체로 노랠 들으며 만족할 수 있었답니다. 귀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코끼리의 말을 그냥 들어줍니다. 또한 토끼가 말하는 자신의 잘못한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들어 줍니다. 이상하게 귀에게 말하는 모든 동물들의 마음이 누그러집니다.
이곳, 저곳에서 귀에게 들려줄 고민을 몰고오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이게 바로 경청의 힘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머리로 억지로 만들어 말하지 말고 귀로 듣고 호응해주는 고마움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머리로 잔꾀를 부리려던 거미는 귀를 자신의 손아귀에 놓으려하지만, 귀에게 도움을 받은 친구들이 그를 구합니다. 큰 이유는 없어요. 그저 자신의 이야기에 귀가 귀기울여준 것 그뿐입니다.
그들은 친구로 영원히 남게 되고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귀와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합니다. 동화를 읽으며 듣는 것의 소중함, 계산 된 머리의 결과가 아닌 마음 그대로의 결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너무 남의 말을 들으려하지 않는 이때 꼭 필요한 동화 《귀》입니다.
*출판사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