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받을 권리 - 팬데믹 시대, 역사학자의 병상일기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강우성 옮김 / 엘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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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병상일기로 시작하지만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자유, 치료에 대한 권리에 대한 외침이다. 19년부터 20년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병마를 이겨내며 쓰고 그린 기억들이 정확히 기록돼 있는 작품이다. 역사를 연구하고 비평했던 작가이기에 이야기의 생동감이 고스란히 느껴질만한 작품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맞춰 최고의 의료 기술을 자랑하던 미국 의학 시스템은 어떠했고 자본주의라는 이름하에 최첨단 의료현장에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 책을 통해 그 진실의 명암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아이들 존재의 모든 조각들이 나의 생존에 대한 희망과 연관되어 있었다.'

선진국 미국의 의료 체계와 시스템을 신랄하게 평가하고 분석하는 병상 일기의 주제로 흘러갈 수 있는 팩트의 폭로가 시작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인이자, 한 가족의 가장이고 아버지로서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극한의 순간 '생존'이란 동아줄을 작가에게 잡게 해준 희망이 아니었는지 생각할 수 있다. 나만의 삶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 일상이 무너지지 않게 하려는 작가의 투지가 병상 일기를 통해서 발휘되며 독자들에겐 희망과 용기, 쉽게 버릴 수 없는 삶이란 애착에 긍정적 신호를 제시한다.



전 미국적인 측면의 안타까움도 주장한다. 최대 다수의 행복이 아니라 소수에게 이윤을 보장하는 미국 정치의 최신 증상이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 더 큰 악영향을 불러일으켰다는 예측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타 선진 국가에 비해 저하되는 기대 수명도 문제이며, 미국 내 거주하는 소수 인종, 흑인들의 인권 문제 등이 의료계에서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모습 중 하나라고 언급한다. 단적인 예로 흑인 임산부의 높은 사망률, 마약 중독 등으로 증가하는 백인 중년 남성들의 사망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 모두가 작가 티머시 스나이더의 병상 일기를 통해 공개된다. 심각한 것을 등한시했던 미국 정부, 또한 익히 들어온 부익부 빈익빈의 미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이 작품에서 적나라하게 확인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간 '나치즘과 스탈린주의의 참상'을 연구해온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쓰인 병상 일기 형식의 작품이라 좀 더 명확한 증거와 사실이 접목 되 현장 르포를 읽고, 보는 느낌이 들 것이라 여겨진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작가는 과연 미국 질병의 한 부분에서라도 위의 문장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반문한다. 누구 하나의 잘못-수련의나 응급의를 떠나-이라고 볼 수 없는 현상이자 미국이라는 거대 국가의 허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연 인간 복지를 위한 의료 체계인지, 정치적 대상으로 국민을 농락하고 표밭을 형성하기 위한 말뿐인 의료 체계의 순간적 신기루인지도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숙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한 명의 개인의 병상 체험이 아닌 더 큰 그림의 체제 변화를 요청하는 작가의 외침 속에서 과연 대한민국의 의료 체계는 어떤지 함께 생각해 보면 더욱 좋을 듯싶다. 사실 저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대처 능력과 의료보험 체계에 대해선 한국을 모범 사례로 꼽고 있다. 필요한 칭찬은 받아들이며 틈새에서 놓칠 수 있는 국내 의료보험 체계 혹은 영리 추구 목적의 병원의 법인화 문제 등도 함께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출판사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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