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기 위해 쓴다 - 분노는 유쾌하게 글은 치밀하게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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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라 에런라이크는 독자인 내가 이 책을 읽기 전 이미《노동의 배신》이란 작품을 시작으로 세계 언론과 노동 인권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빈자가 빈자'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사회적 현상을 깊이 있게 파헤치고 거침없는 글로 소통해서이기 때문일까? 이 책도 어쩌면 같은 선상에서 기록물이란 가치가 얼마만큼 처절하게 필요한 이유를 피력한다.《지지 않기 위해 쓴다》는 이미 그녀가 출간했던 작품들을 뛰어 넘는 작가의 생애 정점을 찍는 작품이 될 수 있으리라는 조심스러운 예상도 해본다. 필요한 부분에서 우리가 놓치고 간과했던 사회적 부조리를 꼼꼼하게 핀셋으로 끄집어 내주는 느낌이다.

책에서 설명하지만 애런라이크는 빈자와 약자들의 생활상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펜을 들었다. 그녀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국내 작가가 한 분 있다. 바로 '은유 작가'이다.'애런라이크'라는 작가와 동일선상의 글쓰기를 하고 있는 작가처럼 와 닿았기 때문이다.

닮거나 비슷한 글을 쓰는 작가들을 떠올리게 되고, 이러한 생각들이 중첩되어 글을 읽다보면 작가 애런라이크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한 발 더 앞으로 다가서게 되는 느낌이다. 지지 않기 위해 쓰는 작가의 힘-그녀는 약자들의 편에 서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권리가 우리에게 상실되었음을 증명한다.-처럼 이 작품과 마주하는 독자들 또한 지지 않기 위해 읽고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의 한 방편일 수 있음이 쓰고 기록하는 것이다. 인생 노년의 말미를 장식하는 저자의 조언과 가르침을 느끼며 보다 낮고 약한 곳에 시선을 돌리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손을 잡아주면 된다.



경영진이 중심이 되는 회사는 직원들의 복리 향상이나 필요한 부분의 충원등에 전혀 관심이 없는걸까?

전작에서 다양한 직종과 함께 레스토랑에 웨이트리스로 취업해 많은 동료들과 일하고, 그들의 노고를 비롯한 사실적 진실, 다양한 고객들과의 만남을 유지하며 자신이 써야 할 사실이 명백한 이야기를 글로 정리했다.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회사의 강압적인 태도이다. 식재료의 적절한 사용,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한 휴게실의 사용 요건 강화, '약물 없는 일터' 등을 강조하듯 선언하고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조사하고 단속하려는데 혈안을 다하고 있다. 이러다가 숨도 마음대로 쉴 수 없는 일이 생겨나지 않을까? 돈을 벌기 위해 일터로 나온 노동자들이 제 풀에 지쳐 나가는 꼴을 보길 바라는 것인지, 아직까지 우리의 일터는 내가 아닌 남이 우선 되는 남의 일터란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럴수록 바바라 애런라이크는 좀 더 솔직하고 사실적인 글로 생생함을 전하고 악덕 기업에 대중의 공분을 밖으로 드러내게 한다. 이 작품 또한 그녀가 보아온 많은 부분에서의 약자 계층, 소외 계층, 시스템의 문제, 젠더 이슈, 중산층의 몰락 이유에까지 다양한 분야의 글을 촌철살인처럼 뽑아내고 있다.



하나의 사례로 저소득층 계층이 아르바이트건, 파트 타임이건 한 가지 일 이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요인은 복지의 사각지대가 늘 존재했음을 명시한다. 또한 민주당 정권이었던 클린턴 정부를 비롯해 조지 부시의 정권기까지 과연 정부의 복지 정책과 개혁은 정당했는지, 여성을 비롯해 중산층과 하위 계층에 이르기까지 불평등의 끝은 어디일지 고민하며 현 상황이 처한 그대로를 글로 담기 위해 노력했다. 독자들은 적나라하게 쓰여진 사실에 분노하고 혹시 우리 주변에 그러한 사건 사고-인간 노예 혹은 폭력과 핍박-가 없었는지 다시 한번 분위기를 환기하는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글의 힘이 이러한 모름을 앎으로 바꾸며 단합과 단결력을 강화한다. 그래서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명언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불법 이민자들의 문제에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 극소수 또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이민붐을 일으킨 시대가 있었다. 책에서 또한 불법 이민자를 이해하는 측면과 그들이 미국인들의 직업을 빼앗아간다는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는 입장에서의 사례도 제시한다.



국내의 경우도 돌아보면 어떨까? 우리가 3D업종으로 여겼던 어려운 일에 불법 이민자들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의 일을 대체한다. 그건 오히려 감사한 일일 수 있다. 미국이란 선진국에서도 간혹 이민자의 고용을 비판하는 입장을 펼치지만 그들을 고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채우는 기업이나 개인의 뉴스가 종종 보도되는 것을 보면 무엇이 옳고 당연하지를 무시하는 경우도 많음을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자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인권 문제에서는 서로가 협력하며 동반자라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빈곤의 악순환 문제도 같은 선상같다. 책을 통해 바라보는 약자가 느낄 수 밖에 없는 폐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깊어만 간다. 유색 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전과자라는 것으로 직업을 얻지 못하는 사회적 불평듯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이 거대 선진국가라는 미국에서 현재도 자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담배 꽁초만 잘못 버려도, 갱단이 입을 만한 티셔츠를 입어도 의심받는 것이 현재의 미국 법체계, 권력이 약자를 옥 죄이는 오만과 편견 가득한 진정한 모습이란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모든 것이 동등하게 이뤄지고, 균등한 기회와 해명의 가치가 자유롭게 통용되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굳건히 다져주는 작품이다. 단순히 읽고 휘발해버리지 말아야 할 글, 바바라 애런라이크의 글은 팩트가 전하는 강한 폭발력의 여운이 강한 작품 《지지않기 위해 쓴다》이다.


​*출판사 지원을 받아 개인적 의견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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