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김리하 지음 / SISO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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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부분의 책들이 '나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성경 구절과 같은 구절과 같이 강조를 많이 한다. 모든 걸 사랑하는 건 나쁘지 않다. 다만 자신을 맹목적으로 사랑하게 되면 타인을 부정하는 부작용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시기적절하게 필요한 때에 나 자신이 정말 힘들고 세상과 담을 쌓게 된 경우 읽고 생각할 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하는 마음이 든다. 그 어떤 날이 있다. 저자아 김리나 작가도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한때 펜을 내려놓았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힘. 내가 나 스스로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어떤 날의 여정을 책에서 만나 보자. 그게 진정한 나다운 삶으로 가는 길이라 여겨진다.

'중간중간 조금 짜더라도 리드미컬하게 살아보는 것. 오늘도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내 삶의 농도를 맞춰가는 중이다.'

우리 인간은 무미건조한 삶을 배척한다고 생각한다. 오죽했으면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을까? 싱거운 것보다 부닥치고 쓰러지고 일어서며 짜디짠 경험이 우선이지 질퍽질퍽하고 고구마 같은 꽉 막힌 삶은 원치 않는다는 작가의 표현인 듯하다. 김장이나 오이 소박을 담을 때 짠맛 싱거운 맛 다양하게 간을 맞춰보는 과감함처럼, 인생이 내게 주어진 숨이 멈출 때까지 조금 짭짤한 삶이라도 리드미컬하게 좀 다양하게 살아봐야겠다는 다짐이 절로 생긴다.

'내가 아는 것을 상대방도 당연히 알 것이라고 착각하는 현상-중략-이 말이 바로 <지식의 저주>이다.'

이런 경우 한 번쯤 잊지 않을까? 솔직히 두 손을 가슴에 얹고 생각해 보자. 그러한 경우가 1도 없다는 사람은 진정 배려가 넘치고 나와 타자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독자인 나도 가끔 이런 경험을 해보거나 당한 적이 있어 고개를 숙이며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다. 실험 결과에서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에 대한 문제의 성공률이 고작 2.5퍼센트였다니 알만 한 것이라 모두가 알겠거니 착각에 빠지지 말자. 내가 알아도 상대에게 되묻고 모르면 다시 묻는 것에 부끄러워 말고 함께 알아가고 기억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부터 실천하게 되면 그 어떤 날이 날 사랑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시작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재미나게 책 읽으며 사색하고, 세상 구경하며 소통하는 삶. 그런 순간순간들을 자연스럽게 기록해 나가는 것. 그것이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이다.'

개인적으로 사이다 같은 내용이었고 공감 100퍼센트였다. 나 자신도 개설한지 16년 된 개인 블로그였지만 ' 속 좁게 뭐 쓸데없이 블로그 시간 낭비야!'라는 생각이 들던 때도 있었으나 조금 생각을 꺾어보니 이곳이 황금 같은 소통 공간임을 깨달았다. 주제는 각기 다르지만 가장 재밌고 인상 깊은 책 이야기. 그래서 나도 책 블로거가 되었듯이 저자 또한 비슷한 이유로 블로그의 공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얼마 전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새벽 새의 지저귐이다.'

작가는 말한다. 새의 지저귐은 평상시에도 우리 귓가에 들려오지만 침묵하는 새벽 자신을 깨우치게 한 것 중 하나가 새들의 지저귐이란 것. 익숙한 것에 덜 민감한 우리에게 새로운 관찰력과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그간 하지 않았던 소소한 것들에서 만끽할 수 있는 기쁨이다. 고요한 새벽 오로지 나만의 시간에 새들의 지저귐이 얼마나 신비롭고 찬란한 클래식 음악처럼 들렸을까 상상이 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간 하지 못했던 낯선 것들에 도전하는 용기를 내보자. 그럼 그간은 평범했지만 그러한 것조차 마술처럼 신기한 경험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자신의 자리, 자신만의 공간을 찾는데 주력하자.'

후배가 새 아파트에 이사해 윗집 지인과 지내며 발생했던 문제와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란 노벨 수상작을 소개하며 나만의 자리, 공간에 대해 설명한다. 앞서 두 가지 이야기 핵심은 자기만의 자리를 찾기 위해 떠났으나 새로운 걸림돌인 제3자의 등장이 오히려 처음의 목적을 잠식했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혼자를 위한 공간, 나를 위한 쉼은 누구나 필요하다. 그렇다고 작가의 조언이 100퍼센트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기에 실제 후배의 경우 에피소드는 후배 스스로에게 결정권을 남기고, <#행복한 그림자의 춤> 소설은 저자 앨리스 먼로의 이야기 흐름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생각을 가치롭게 사유할 수 있는 여유를 던져 준다. 가급적이면 많은 것들을 내려두고 잠시라도 내 생각을 조각하고, 설계할 수 있는 우리 각자의 아지트, 공간이 생겨났으면 한다.

'남은 대접해 주면서 나는 홀대받고 돌아다니는 삶, 이미 가치 없어져 버린 관계에 계속 미련을 두는 삶, 내 존재를 초라하게 만드는 사람과 자꾸 시간을 나누려는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고 모아 두었다가 나의 진심을 믿어줄 믿을 만한 사람이 나타났을 때 내보여야 한다. 그래야 덜 후회하고 덜 상처받게 된다.'

간혹 무한 애정을 나누는 사람이 있다. 주는 것은 분명 나쁘지 않은데 이것에 감사마저 결여된 상대의 반응이라면 의미가 없다는 저자의 말이라 여겨진다. 관계란 것이 서로 꾸준히 피드백이 되어야지 절대 일방적이고 맹목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이처럼 저자는 글의 꼭지마다 작가 본인이 겪고 느꼈던 상황을 공감하기 쉽고, 독자들이 생각 정리 또한 자유롭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글이 주는 힘이 무엇인지 선물한다. 오히려 직접 만나보지 않은 작가이지만 글을 통해 주변을 환기 시키고 치유받으며 선한 마음을 나와 통하는 이웃들에게 나눌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 이것이 타인과 내가 더 큰 신뢰감을 쌓아가는 방법이란 것을 배우게 된다.

책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시간과 에너지를 정말 나누어 쓸 사람들이 많아질 때까지 기다려보는 것도 인내를 키우고 사람에 대한 분별, 능력을 키우는 방법이란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비가 많이 오면 홍수가 나고, 적게 오면 가뭄이 드는 것처럼 감정도 그런 것 같다. 슬픔이든 기쁨이든 차오르다가 넘쳐버리고 메마르다가 바닥을 보이기도 한다.'

항상 좋을 수만도 없고 나쁠 수만도 없다. 상황에 맞게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추스르느냐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고 절제할 수 있는 것도 우리이다. 자연의 변화에 우리가 스스로를 맡기며 이에 순응하는 것처럼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사이에서 이를 당당히 받아들이고 함께 나누거나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이 인간으로서 자신을 제어하고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힘이다. 우린 인생을 살면서 저자의 경험처럼 삶의 지혜를 조금씩 터득해 간다.

'내가 무언가를 사용하는 순간순간 좋았던 것들을 함께 나눠 쓰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그 사람을 떠올린다.'

소소한 것들을 나만이 아니라 주변과 나누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나눔이 상대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동기하에 전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성 그 자체가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받았던 것들, 나눠 주었던 것들이 문득 떠오르고 그들과의 추억에 웃음 한 잔 들이켤 수 있으면 그만이다. 작가의 지인이 시상식장에 그녀를 위해 준비해 간 은갈치 한 마리. 향수를 뿌려도 모자랄 판에 그 지인은 작가를 위해 은갈치의 냄새도 무릎 쓰고 비닐에 꽁꽁 동여 매 가져왔을 것이다. 시장에서 은갈치만 봐도 정성스러운 지인의 모습이 떠오를 것 같다. 그래서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으란 말이 당연하게 다가온다.

인생의 숫자, 살아오면서 많은 어려움과 힘겨움 속에서도 희망과 행복, 즐거움이란 빛을 찾기 위해 살아가는 우리이다. 김리하 작가 또한 동화를 써오며 무수한 사람과 만나고, 다양함을 경험하며 우울함과 노곤함도 극복하는 거침없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일상 속 사유를 담은 창작물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를 세상에 내놓았다. 책의 에필로그 '인도고무나무'의 에피소드처럼 작은 나무에서 여러 뿌리와 가지가 피어올라 숲을 이루는 것과 같이 독자 여러분들도 독서를 통해 단단한 자신만의 막뿌리를 길러 넓고 깊은 사유의 숲을 이뤄나가길 희망한다. 이 작품이 여러분께 인생 교훈과 편안한 안식처가 될 것이다.


*출판사 지원을 받아 개인적 의견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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