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에프 클래식
버지니아 울프 지음, 김율희 옮김 / F(에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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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과 페미니즘을 소재로 한 에세이라 진지함을 더해 호기심을 유발하는 작품이다. 평생 소설을 통해 자신의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해가며 결국 안타까운 죽음으로 세상과 독자들 품에서 떠나간 버지니아 울프.

허구가 아닌 사실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과 여성과 문학의 시대상을 정의한 에세이 《자기만의 방》결과적으로 우리에겐 무언가 실현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수많은 번역본으로 출간된 작품이지만 '출판사 에프'와 김율희 번역가가 의기투합하여 원작 그대로를 구현하려는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버지니아 울프는 글에서 시인, 소설가, 학자 등 다수의 작품을 창작해내고 연구한 여성 작가들을 소개하고 시대의 차별, 어려움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19세기에는 여성 문학가들이나 학자들이 완전한 기득권과 참정권을 획득하지 못한 시기였음을 그녀의 글과 분석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버지니아 울프도 그중 한 예술가였으므로 꾸준히 사유하고 창작하며 소설과 시를 세상에 내놓은 여류 작가의 대표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솔직하게 강연과 글로 표현하고 있다.

'모든 여성들이 몇 년 동안 일한 뒤에도 이천 파운드를 모으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삼만 파운드를 모으기 위해 그 이상의 노력을 쏟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여성이 겪는, 비난받아 마땅한 가난에 냉소를 터뜨렸습니다.'

삼만 파운드의 금액. 남성 학교를 건립할 때의 자금은 그렇게 쉽게 모인다고 한다. 반면 여성에게도 마땅히 교육받을 권리가 오히려 사회에서 지탄을 받고 이러한 돈을 모으는 것조차 무리인 시대였음을 위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의 여성들은 가장 노력하기 쉽고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도구로 글, 문학을 선택한 건 아닐까?

남성 중심, 모든 것의 목적과 목표가 남성 위주였던 시대의 버지니아 울프는 문학적 재능을 바탕으로 당시대를 사실적이며, 여성적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결과물인 이 글이 20세기 페미니즘 운동의 선구적 이론서가 되었다니 시대를 앞서가는 지침서임에 틀림없다. 당연함에 우린 기득권자인 남성 위주의 언행에 길들여져 있었음도 반성한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성격이라는 것이 아예 없다. 여성은 극단적이다. 남성보다 탁월하거나 열등하다.'

이런 망언이 21세기 지금 터졌다면 위의 말을 한 '작가 라브뤼예르'는 대중의 무수한 지탄을 어찌 감내할 수 있었으랴. 그뿐만 아니라 버지니아 울프는 나폴레옹의 말을 인용해 '여성은 교육받을 능력이 있는가? 아니 그런 능력이 없다'라고 결론 내린 말을 인용한다. 아무리 위대한 업적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존경을 받는 위인들도 말 한마디, 잘못된 가치관으로 인해 나락에 떨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내 경우도 당대의 페미니스트, 시민들의 영웅이었던 사람들조차 위와 같은 언행으로 삶까지 버리는 극단적 선택의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버지니아 울프는 편견 자체를 거부한 신여성이었다. 여자라고 못 하는 일이 없고, 남자라고 해야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로 나누어지지 않는 평등. 그것이 미래 여성을 위한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외침일 수도 있다. 끝없이 질문하는 것, 그녀가 에세이 속 강연 주제로 제시한 '여성과 소설'에 많은 독자들이 셀프 사유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유익할 것 같다.

'남성은 미움과 두려움의 대상인데, 그녀-윈칠시 백작부인-가 원하는 것, 즉 글쓰기를 가로막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써 표현하는 것마저 거부했던 강력한 남성의 시대가 17세기를 대변하는 것처럼 시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윈칠시 백작부인 글이 분노의 역류처럼 솟구친다. 남성들은 여성들이 했던 것들 모든 면을 부정하고 개, 돼지 못한 것들로 비하하는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버지니아 울프의 끊임없는 연구와 기록이 담긴 작품이 여전히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페미니즘의 기초 이론서가 되었음을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확인하고 공감의 영역을 확장해갈 수 있는 동기를 강화 시켜준다. 어떻게 보면 과거나 현재 가장 무지한 존재는 명예와 권력을 더 우선시하는 일부 남성들의 억압적 태도가 아닐지 생각하게끔 한다. 작가가 소개한 윈칠시 부인의 시를 소개한다.

우리는 얼마나 추락했는지!

그릇된 풍습으로 추락하고

자연보다는 교육으로 바보가 되었구나.

정신적 발전은 모두 금지당하고

아둔하게 여겨지고 그리 만들어지는구나.

누군가 더 열띤 상상력과 밀려오는 야망으로

다른 이들 위로 솟구친다면

격렬한 반대파가 등장할 테고

번영의 희망은 두려움을 압도하지 못하는구나.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과 소설, 제인 오스틴과 셰익스피어의 시대 상황을 비교하며 언급한다. 이 둘 모두 훌륭한 작가였으므로 남녀라는 편견과 차별 없이 글을 완성했고, 특히 마음속에서 모든 방해물을 소멸했을 정도로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자신의 작품을 쓸 수 있었으리라 설명한다. 울프가 소개한 제인 오스틴에게 여행이나 외출 등의 사회활동은 제한적이었으나 스스로 지닌 재능과 환경을 적절히 활용해 작품을 쓰는데 적용시켰음을 의미한다. 문학이란 분야에 있어 여성을 향한 남성들의 비판과 비난을 극복했던 그녀들의 능력과 인내가 하나 되어 우린 현재까지도 묻히지 않은 훌륭한 작품에 매료되고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에 존중과 존경의 의미를 더할 수 있다.

소설을 쓰고, 시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세상과 나눈다는 의미이다. 대다수의 남성 작가들이 문학 장르의 중심이 되었던 시대에 살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은 그만큼 쓰고 나누며 공부할 기회가 희소했다.

이 에세이는 그런 젊은 여성 후배 학생들에게 전하는 작가 버지니아 울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 그녀는 써야 한다는 것이 자신의 공간이자, 자신의 방을 하나쯤은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그저 가족을 부양하거나 남편의 뒤치다꺼리만을 하며 한평생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여성이란 이름으로 자신의 족적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고 소중함을 피력한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메리, 주디스 등의 가상 인물들은 모든 여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울프는 이 평범한 메리 카마이클에게 기회를 준다면, 지적 자유가 보장된 공간에서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준다면, 백 년이라는 시간이 걸릴지언정 결국 시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예견한다.'

못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마련해 주는 것. 당장은 힘들었었겠지만 시간이 흐른 뒤 여성들의 문학적 위대함을 세상에 공표할 수 있었던 날은 분명히 존재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그 의미에서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도 논쟁의 중심이 되고 페미니즘의 이론서로 꾸준히 읽히고 있는 것이다. 쓸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은 자유와 평등이 강조되는 지금 사회에도 자연스럽게 존재해야 한다. 과거를 거울삼아 끊임없이 발전해가는 모습은 남녀를 구분 짓는 편견을 버리고 하나라는 가치를 더욱 강화시켜 줄 것이란 희망으로 《자기만의 방》은 꾸준히 회자될 것이다.



*출판사 지원을 받아 개인적 의견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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