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1년
이인화 지음 / 스토리프렌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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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영감'이라 불리는 제이슨 심재익은 복역 기간 4년만을 남겨두고 있다. 살인, 사기, 상해치사도 아닌 크로노도프(시공간) 보호법 위반으로 12년형을 언도받았었다. 그리고 은밀한 거래, 아니 조선으로의 탐사를 거래로 남은 형기를 감해준다는 미국 정부가 그에게 접근한다. 초공간 역사학회의 회원이었던 그였지만 그런 제안이 탐탁지 않아 보인다. 탐사의 실체가 진정한 연구 목적이 아닌 밀수꾼의 영역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결국 심재익에게 매우 중요한 제안을 제시하며 과거 세계에서 현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초공간 역사학자였던 심재익을 확정 짓는다. 이것이 인간과 기계가 결합된 호모 마키나 미합중국 대통령 다말과 첫 만남이었으며, 과거 세계로의 이동, 임무에 뛰어든다.

세상이라 불리는 지구별의 파국은 어쩔 수 없이 인간들이 뿌려놓은 씨앗의 결과물이다. 2019년 창궐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그 시작이며 세상은 코로나 펜더믹으로 일대 혼란을 겪고 무분별한 정부 예산의 투입과 봉쇄 조치 등으로 세계는 변혁 아닌 또 다른 미래를 위한 변곡점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영화에서나 보았던 기계의 인간화는 세계를 더 크게 파멸화 시키고 평화를 외쳤던 강대국 미국과 중국은 오히려 내전의 심화와 암투로 혼란을 더욱 야기하게 된다. 그 중간에는 샌드위치처럼 낀 한반도 한국이 피해의 중심에 선다. 이것이 2049년 전쟁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아직 통일되지 못한 한국과 북한은 중국과 미국의 틈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지속한다. 가히 100년 만에 찾아온 전쟁으로 인해 초토화되어 가는 한반도는 과거나 현재나 초강대국이라 불리는 제국주의적 국가 이익에 희생만 당할 뿐이다. 결국 한국의 국민들은 뿔뿔이 흩어져 패망하고 새로운 땅에 뉴코리아라는 이름으로 2061년 서울과 강남이란 도시를 세운다. 한때의 영광과 환희는 그저 구시대의 화석처럼 굳어 버린 채로......

이후 재익과 다말 대통령의 미션-과거로 귀환해 팬데믹 바이러스 원형과 훈민정음해례본의 소각을 도모-에 대응할 한국인 방역 연합 팀장 수지가 등장한다. 양강도 출신 조선족 수지는 가족을 잃고 한국에 입국해 온갖 고생을 하며 의대에 입학, 현재는 방역 연합의 팀장 위치까지 오르게 된다. 미합중국 다말 대통령과 한때는 탐사학의 일인자로 여겼던 재익의 등장은 방역 연합을 긴장하게 하며 수지마저 그 소용돌이 중심에 서게 되는 서막을 알린다. 수지는 이런 소용돌이와 같은 거친 황무지를 돌파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결국 1896년 조선 말기로의 탐사를 떠나는 심재익은 '경무관 박진용'을 숙주로 해 투입되어 자신이 해결해야 할 임무에 돌입한다. 조선 말 격변기에 접어든 때 심재익은 박진용의 신체를 빌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현재로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며 방역 연합의 또 다른 탐사자 이수지 팀장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주목되는 이야기이다. 어쩔 수 없었던 임무의 수행은 자신을 보호해 주고 필요한 것을 충족 시켜주겠다 인공지능 '미 합중국 대통령 다말'의 약속만이 그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박진용을 숙주로 사용한 심재익은 자신의 핏줄이자 훈민정음해례본을 지니고 있을 인물로 추정되는 젊은 청년 김응수와 유종식을 비롯해 김노인을 체포하지만 그들의 몸에서 원하던 물건은 얻지 못한다. 이 상황과 함께 '영국인 스코트 털리'가 사망한 대불호텔이란 곳으로 향한다. 사건 현장에는 영국인 총영사, 일본인 영사를 비롯해 일본 측 관료들도 자리한다. 문을 열고 들어선 박진용은 충격의 도가니에 휩싸이게 된다. 호텔 객실에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피비린내 나는 충격적 현장의 주인공이 돼 있는 상태를 목격한 것이다. 점점 더 이야기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박진용. 즉, 심재익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이와 함께 방역 연합의 이수지 팀장은 1896년 심재익과 동시대 같은 시간대 여성 병원 '간호사 강마사'의 몸을 숙주로 활용해 심재익과 경쟁을 벌이듯 대불호텔 살해 사건의 사체에서 적출한 허파를 봉인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후 2061년 사용할 '데모닉 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쓰일 허파를 잘게 자르는 표본 작업까지 함께 진행한다.

영국 공사관 직원들은 자국인 털리의 죽음을 '여진족 김오룡'이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경무관 박진용에게 그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다. 숙주가 된 박진용의 몸에 들어간 심재익은 왜 이 살인 사건의 중심을 여진족 출신 김오룡에게 뒤집어 씌우려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이도 문자의 여진족과의 관계에는 어떠한 역사가 잠들어 있는지 연관성을 찾아가며 소설을 읽는 것도 재미를 더할 것이다. 서양이라는 제국주의 힘, 한반도는 그저 대륙으로 진출을 위한 통로일 뿐이라 여기는 일본의 생각이 당시대를 대변하며 이를 소설로 극화한 것도 역사란 거울을 통해 현재를 되돌아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그 중심에 과거와 현재를 잇는 '데모닉 바이러스'와 '훈민정음해례본 이도 문자'에 대한 궁금증은 꾸준히 증폭된다. 여진족 출신 김오룡도 일본 경찰에 의해 체포되지만 경찰서에서 한바탕 난리를 벌이며 일본 순사들을 다치거나, 죽게 하며 경찰서를 탈출하게 된다. 어쩌면 김오룡에게도 그의 몸을 숙주로 활용한 탐사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까지 들 정도이다. 동시에 '경무관 박진용'의 몸을 숙주로 한 심재익. '강마사'를 숙주로 사용한 이수지 이외에 다양한 인물 군들이 자국의 이익과 '이도 문자'라는 '훈민정음해례본'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임무를 수행한다. 과연 '이도 문자의 역사적 진실''데모닉 바이러스'는 어떠한 연관성이 담겨 있을지 소설 《2061년》은 조선과 한국의 과거, 현재를 하나로 엮은 판타지 장르의 묘미를 다양한 관점과 구성을 통해 깊이감 있게 전달하는 소설이다.



*출판사 지원을 받아 개인적 의견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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