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하게 살고 미련하게 사랑하기를
차재이 지음 / 부크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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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란 직업이 그다지 녹록지는 않다. 서른을 맞이한 배우이자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딛는 가슴 솔직한 이야기들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일상에서 느낀 감정, 배우로서, 서른이라는 나이에 무모하게 살아왔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고자 했던 한 사람의 진솔한 자기 고백이 담긴 에세이이다.

'모두가 만류하는 일을, 나는 했다. 질타와 만류를 뿌리치고 나는 견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에, 내 마음속 불로 만류의 말들을 태우고 꿋꿋이 일어섰다.'

그녀는 당당히 연기를 시작했고, 타향살이를 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 현재에 이르게 된다. 자신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며 그 꿈을 지속 가능한 현실로 이어가고 있다. 어머니라는 그늘을 뒤로하고 오로지 자신의 이름 하나를 통해 어렵고 혼탁한 연기의 세계에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좋아해서 시작했으며 진정 원하는 일이 연기였던 배우 차재이는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말한다.

'조금은 무모한 삶을 살기로 했다. 답이 뻔히 보이는 결말만 바라보고 쳇바퀴 돌 듯 사는 하루하루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하루를 살더라도 나는 조금 무모하고, 도전적이고, 재미있게 살련다.'

다양한 도전과 삶을 누리려는 저자 차재이 배우의 생각이 담겨 있다. 같은 일이 반복되는 일상은 배우에게 특히 곤욕이라 생각된다. 배역을 맡을 때마다 달라지는 기분처럼 끊임없이 도전하고 무모하리만치 자기 자신의 변신을 꾀하는 노력이 배우의 여러 가지 덕목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용기를 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책을 내놓은 것도 그녀가 바라는 여러 가지 일들의 하나이자, 하고 싶은 것을 도전해 깨 나가는 정신력이 깃든 실체적 증거일 수 있다. 그녀는 계속 새로움을 위해 달려가고 색다른 것들에 흥미를 붙이고 있음을 작품에서 공감할 수 있다.

'내가 내뱉은 말의 책임은 오롯이 나의 것이다. 그로 인해 얻거나 잃는 신용에 대한 책임도 자신이 져야 한다.'

저자는 말한다. 사랑할 때 존중과 신뢰, 이별할 때도 상대를 욕하지 않기. 말이란 어떻게 맺고 끊느냐에 따라 그 훗날까지 좌지우지한다. 과거의 막말로 고통받는 공인들의 뉴스가 허다했다. 말은 정말 깊이 있게 생각하고 정리해 표현해야 한다. 독자인 나의 경우도 가볍게 던진 실수의 말이 상대의 감정을 할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고치고 고쳐서 그 뿌리를 걷어내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차재이 저자의 말처럼 어떤 상황이든 존중과 신뢰로 상대를 대하며 말을 이어가고 책임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듯하다. 말은 곧 자신의 인격이다.

'손해 볼 줄 아는 용기를 가져 보기로 한다'

서로를 위해 베풀다 보면 언젠가 답이 온다. 하지만 의식하지는 말아라. 이 말을 믿고 있으며 조금 손해 보더라도 더 나누고 베풀고 싶은 마음에 공감한다. 부족한 사람이 있는 사람의 기부보다 자신의 것을 더 많이 떼어준다고 하지 않나? 용기란 이처럼 자신을 내려놓고 너 먼저 챙기는 대서부터 시작한다. 소소한 것부터 실천하다 보면 그 작은 가치가 자라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가치의 힘,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밀려와도 격려와 위로가 샘솟는 관계 형성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용기 내어 믿어본다. 조금부터라도 나누자. 약간 손해 보더라도 이것이 용기 있는 내일의 희망이란 믿음으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거기에 보태 오는 것이 사랑이라고 차재이 저자는 말한다. 그 확신을 믿어 본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관계에 대해 두려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지금의 주위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관계란 살아 있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지속될 수 없으며 자신에게 맞는 사람이 있다. 어디까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 깊이를 오래 간직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면 충분하다. 사랑과 배려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현재 억지스레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면 과감히 내려놓자. 인생은 불필요한 것에 허비할 시간보다 가능한 것들을 나누고 아낄 수 있는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것이 사랑과 관심이 주가 되는 관계가 아닐까?

'설렘이 묻어 있던 시작처럼 끝도 마냥 믿지 않다. 그래야 끝이 또 다른 시작임을 인지하고 포용하고 사랑할 수 있다.'

시작과 끝은 탄생과 죽음과는 조금 별개인 것 같다. 종교적인 입장에선 끝이 새로운 시작일 수 있으나 위에서 저자가 언급한 시작의 설렘과 끝의 아쉬움은 숨 쉬고 살아가면서 느낄 감정일 것이다.

특히 그녀가 해오고 있는 일에 공감한다면-배우라는 직업- 더 마음에 와닿는 글이 될 것이다. 공연이나 드라마를 시작할 때의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러한 것이 마무리될 시기에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가고 공허함도 찾아오겠지만 끝이란 결국 새로운 시작이란, 설렘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큰 기대를 품고 입사했으나 그 안에서 즐기는 이도 있고 그것이 고통이 될 수 있다. 둘 중 하나이다. 새로 시작을 위해 끝내거나 버팀이다. 그걸 끝낸다고 아쉬워 말고 저자의 말처럼 후회나 미워할 필요가 없다. 다시 설렘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다. 이 글이 젊은 독자들을 겨냥해서 쓰였다고도 할 수 있으나 우리 삶의 시작과 끝은 나이에 편견을 두지 않는다. 시작과 끝의 동등함과 이 안에서 '배우고 연습하자'라는 차재이 배우의 말이 더 깊이 있게 다가온다. 시작과 끝은 모두 동등하고 설레는 일이다.

'나는 특별하지 않다. 그래도 괜찮다. 나름의 방식으로 빛나고 있다. 그대가 그러하듯이'

특별하지 않다고 개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즉, 사람들은 나름의 개성으로 자신을 빛내고 있다. 그 빛이 하늘의 별까지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을 지닌 것이 우리 인간이다. 저자는 예능 출연 사전 인터뷰 중 취미에 대한 질문에 이렇다 할 답을 하지 못했다 한다. 집에 콕 하며 책을 읽는다거나 뉴스를 몰아본다거나 반려묘 산이와 놀아주는 것이 일상이다. 특별하지 않다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즐기는 태도이다. 위와 같은 질문의 답 앞에서 머뭇거리며 자괴감에 빠진 적도 있다지만 절대 아니다. 나름의 방식이며 현재 삶의 방향성인 것이다. 각자의 틀에서 인생을 즐기고 그것이 취미다 여기며 살아가는 삶이 특별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배우 차재이는 빛나고 있으며 글쓰기란 또 하나의 취미가 생겼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우선 책 읽는 취미, 또 자신을 무수히 밝혀줄 많고 하찮은 취미마저 누릴 자유와 자격이 있다.

'어떠한 걸 못한다고 해서 즐기지 못하는 건 아니다.'

비단 책에서 언급한 골프를 못해 즐기지 못했다지만 과정을 통해서 조금 서툴러도 즐김을 깨달은 차재이 배우의 말처럼 무엇을 못한다고 즐길 수 없는 건 아니다. 책을 읽고 쓰기를 좋아하지만 서툴다. 독자인 나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드는 건 자괴감이었는데 저자의 글을 보니 억지로 자신을 억누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냥 쓰는 걸 즐기다 보면 조금씩 잘해지고 더 좋아해지지 않을까? 잘못된 건 고치면 되고 그것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우린 누구나 처음부터 잘 할 수 없다는 걸 간혹 잊게 된다. 좋아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그것이 잘 해가는 과정이므로 순간을 즐기자. 어느 날 갑자기 고수가 된 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확신을 주고 사유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솔직한 글이 차재이 배우가 쓴 에세이의 장점처럼 다가온다.

'다른 출발점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데에 쏟는 시간을 잠시 나 자신에게 내어 주자. 열정과 시간은 남이 아닌 나에게 우선되어야 한다.'

진정성이 얼마나 중요함을 의미하는 말이다. 남이 잘 되면 칭찬은 가능하나 부러움이 동반된다. 그 시간을 단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저자는 부러워할 시간에 나 자신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 올바름을 잘 알고 있다. 그 남은 시간에 부러워했던 이상으로 나 자신을 위해 모든 걸 투자한다. 그것이 삶의 올바른 의미를 넓혀가는 마음의 다짐이라 여겨진다. 질투 대신 축하, 부러움 대신 열정으로 그들처럼 나 또한 시간에 최선을 다해 나만의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모든 감정을 희석 시키는 결정체가 되는 것이다. 어느 순간 박수갈채가 당신 앞에 밀물처럼 다가와 있을 테니.

배우라는 세계, 연예계라는 세계가 화려함 뒤에 존재하는 외로움과 갑갑함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가 마음 깊이 내려 안는다. 금수저, 흙 수저, 많고 적음은 중요치 않다. 성공과 실패도 한순간일 수 있음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글로나마 저자 차재이 배우의 솔직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한 책 읽기 시간이었다. 처음엔 유명인들이 글을 쓰는 것이 자신을 더 알리려는 수단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글을 읽다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솔직한 감정으로 독자, 팬들과 소통하려는 노력, 진정성이라는 오롯한 자신의 감정이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된다. 덜 알려지든, 누구나 아는 이름이든 이젠 중요치 않다. 얼마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실제 대화하듯 나누는 글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미안스럽지만 잘 몰랐던 배우 차재이. 그의 어머니 차화연 님은 너무나 익숙해 인자한 대한민국의 엄마 상이라고만 여겼지만, 이제 어머니의 그늘이 아닌 글 쓰는 차재이 배우의 모습을 꾸준히 만나고 싶은 바람이다 그만큼 신선한 시간이었다.

배우 차재이의 솔직 담백한 고백을 나누고 싶은 젊은 독자들에게 《무모하게 살고 미련하게 사랑하기를》를 추천한다.

*출판사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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