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줄게요 - 늘 괜찮다는 당신에게
박지연 지음 / 어바웃어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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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누군가를 안고 <수고했어>라고 등을 토닥이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힘들었던 마음이 녹아 눈물이 되었고, 나는 곰 인형 품에 숨어 잠시 울었다.‘ p5 ​

누군가를 안아주기 힘든 시대에 곰 인형에게 안김을 받고 해주다. 작은 감정에도 우린 울고 웃을 수 있는 그러한 상황을 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큰 곰 인형을 만나 나눈 박지연 작가의 교감이 우리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진다. 36.5도의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온기가 이 책에서 가득 묻어나 서로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으면 한다.


전신주, 눈사람, 헌 옷장 우리가 안아줄 생각 한 번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곰 인형이 대신 치유해 준다. 전신주에 일을 보거나 전단을 붙이거나 기대어 울거나 우린 알게 모르게 전신주에 수많은 기댐을 허락받는다. 하얀 눈이 내리면 눈사람, 눈싸움을 생각한다. 날이 풀려 눈사람이 녹아 사라질 것에 대한 아픔은 눈이 그치면 깡그리 잊게 된다. 옷장도 마찬가지다. 새 옷장에 대한 기대감이 클 뿐 버려진 옷장에 그저 폐기물 딱지가 붙여질 뿐이다. 안아주자. 우리가 즐거워했고 고마워했던 것들에 대한 추억이 우릴 현재의 나로 만든 게 아닐까 생각해 보자.
곰인형처럼 마음을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작은 것부터 받아들이는 것이 미덕이란 생각이 든다.


꿈과 희망, 좌절과 고통, 아픔과 슬픔 속에서 내게 힘이 되는 것은 그다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행복하세요‘ 한 마디, 가벼운 포옹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그 이상의 기쁨, 여운과 감동을 전한다. 《안아줄게요》를 통해 그것이 어렵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어 마음이 흐뭇해진다. 사람들끼리의 온정만이 포옹을 통해 전해지는 것이 아님을 느낀다. 위에서 언급했던 전신주의 일상을 통해서도 그렇지만 한 해, 혹은 한 철 멋들어지게 피어 우리 마음을 붉으락푸르락 가슴 들뜨게 했던 화분에 가득 핀 꽃송이 또한 그렇다. 시간이 지나 시들면 또 다른 아름다움에 감동받지만 그들의 ‘소리 없는 분투‘도 우리 인간에겐 감사이자 소중함이다. 그래서 더욱 마음으로 꼭 안아 줄 대상 중 하나가 아닐지 생각해 본다. 아직까지 정말 우리에겐 사랑과 배려가 부족하구나.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그림과 글에 마음 한구석이 쓰려온다. 갈 길은 멀지만 조금씩 서로를 안아주면서 따스한 온기가 올바르게 전염되는 세상이었으면 한다. 하찮은 일도 없고,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없다. 당연히 목숨을 내놓을 일도, 누구를 해하려는 것도 없어야 한다. 그런 이들, 약자들을 포근하게 안아주는 《안아줄게요》 책으로 위로받지만 이젠 표현할 때이다.





요즘 가장 힘든 분들은 누구일까? 생각해 보니 《안아줄게요》의 택배 기사님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들은 어른이들의 산타이다. 우리는 택배 문자를 받으면 설렌다. 도착하고 언박싱을 할 시간만 기다린다. 택배 기사님의 마음도 그랬다. 하지만 시대가 이를 허락지 않는다. ‘더, 빨리빨리‘가 가중되다 보니 그들 마음의 짐 무게는 더욱 늘어간다. ‘늦어도 좋아요‘ 한마디가 필요하며 곰인형의 다정한 포옹이 소중한 때이다. 그들은 어른이의 산타이다. 





찢기가 할큄 당하는 자연. 그리고 동물들도 마찬가지이다. 밀림을 벗어나 딱딱한 콘크리트에 널브러져 이게 뭐 하는 것인지, 여기가 내 동물 생애 전부의 땅인지 여길 수 있을 동물원 친구들이 있다. 던져주는 먹이만으로 야생을 잃어가는 동물. 자연, 환경 파괴로 등이 굽은 어류, 바닷가에 버려진 재활용 쓰레기들로 온몸에 상처가 난 물개들에겐 이제 진정한 사랑이 필요하다. 온정을 다해 환경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그 어떤 뜨거운 포옹보다 더 큰 빛을 발할 것이다. 서로의 자리와 환경을 생각해 주는 행위로부터 값진 사랑은 시작한다.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나눔은 잊지 말았으면 한다.

‘내게 실패는 일상이었다네. 나는 그때마다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 애썼다네.‘ ​

수많은 직업을 전전하고 실패도 마다 않던 사람이 있었다. 60이 돼서야 자신의 레시피를 개발해 1009번째 식당에서 오케이 사인을 받는다. KFC의 창업자 커넬 샌더스의 이야기이다. 끝없는 좌절이 그를 승리가 고프게 했다. 우리 주위에 쓰러지고 넘어지는 이들에게도 격려를 포옹을 전해 보는 건 어떨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잊히는 것들에 대한 감사도 배우게 된다. 열심히 달렸지만 수명이 다한 자전거라 불리기 힘든 바퀴와 고철들. 심심풀이 발길질로 당황스러워하는 싸구려 커피 자판기. 누구에겐 최고의 맛일 수도 있는데...... 가장 세균이 많다는 기준점이 되는 고민 해결소 변기. 누구보다 깨어나 일하는 늦은 밤중 출퇴근러의 고단함을 다소곳이 감싸 줄 필요가 있다. 미소 지으며 《안아줄게요》부드럽게 건네는 한 마디가 그간의 설움, 피곤함을 단 번에 날려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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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못다 한 말, 표현들은 챕터의 마지막 원고지에 직접 적어보는 건 어떨까? 이야기를 읽고 난 뭉클한 감정이 글로 발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독자인 내가 뒤돌 아 보지 못한 미세한 틈까지 보고 공감하며 나눠주는 세밀함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안아줄게요》 함께 이 책을 읽으며 감동 전할 날을 기대해보자.

*리딩투데이 신간 살롱 지원 도서로 개인의 생각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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