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13
존 맥그리거 지음, 김현우 옮김 / 미디어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한 여자아이가 실종된다. 각종 소문과 실종 상황에 대한 정황과 목격자가 나타나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쉽게 풀리지 않고, 당시 사건의 재현을 통해 어떻게 어린 소녀가 실종되었는지에 대한 가설까지 세우게 된다. 마을 주민들의 다양한 목격 사례가 실종된 아이를 찾을 수 있는 단서가 될지, 단순 실종이 아니라 누군가에 납치된 것인지도 의문을 더한다. 여기어 덧붙여 용의자로 지목되는 사람은 어떤 인물일지 궁금증을 야기하며 이야기 실마리를 풀어가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사건이 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소녀의 실종과 피의자에 관련된 뚜렷한 증거나 단서 없이 각종의 억측과 추측만이 난무한다. 마을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계절의 흐름에 맞춰 각종 행사가 치러지고, 아이들마저 리베카의 실종에 대한 답답함이 무르익었는지 직접 그녀를 찾기 위한 수색을 펼치게 된다. 밤늦은 시간 동안 수색을 하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다. 그들을 기다리며 걱정하고 있을 부모님들의 냉정한 시선이 상상이 간다. 수색 당시 우연히 리베카의 아버지를 만나지만 아이들은 서툴지만 마음이 담긴 작은 위로를 건넬 뿐이다.




실종된 지 1년이 마저 흐르고 그녀를 위한 예배가 진행된다. 어딘가에 살아 있다면 부쩍 자랐을 그녀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녀는 과연 저수지 어딘가에서 나타나 다시 부모와 친구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생과 사의 한 끗 차이에서 궁금증은 더욱 깊어간다. 이야기는 읽으면 읽어갈수록 소녀의 실종과 함께 저수지라는 특수성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에 대한 의구심, 감추어진 진실 안에서 이 실종사건이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가중된다. 단순한 의문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깊은 심연을 탐사하듯 천천히 읽어 보면 좋을 작품이다.


리베카가 실종된 지 일 년이 지났지만 마을의 일상은 의심스러울 정도로 평온하다. 학교와 마을은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실종 사건의 조사는 간간이 진행되는 느낌의 일상 그 자체이다. 이때 리베카의 친구였던 제임스는 자신이 리베카 실종 전 그녀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부모님께 남긴다. 사실 제임스는 이 증언을 경찰서에선 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그저 두려웠기 때문이다. 단, 실종 당일엔 리베카를 만나지 않았다는 것이 실종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데 찬물을 끼얹는 격으로 사건 해결에 있어서는 애매모호함을 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간다. 이미 오랜 시간 지난 지금 제임스의 증언은 형사들에게도 커다란 단서가 되지 못한다.




일 년이 훌쩍 지나고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서 소설은 무료한 이야기를 달래려는 듯 실종된 소녀의 것으로 보이는 후드 달린 흰색 상의가 황무지 고지대 계곡에서 발견된다. 바로 수색은 이어졌지만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시간은 변함없이 흐르고 빈번한 실종자 수색작업은 이어지지만 성과는 없다. 어느덧 대학 진학을 앞둔 리베카 또래의 친구인 제임스, 로한과 소피는 자동차 안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며 마치 앞에 나타날 것 같은 성인이 되어 있을, 혹은 당시 모습의 리베카를 떠올린다. 그녀의 친구들에게도 아직 잊히지 않는 마음속 상처, 아련함 섞인 씁쓸하고도 안타까운 한 인간의 부재일 수 있다. 제임스는 그 당시를 생생하게 회상하듯 설명한다. 어디에서 살아 있을지 주검이 된 망자의 한을 가슴에 담고 떠났을지 모를 그녀 리베카를......




저수지 13, 13개의 저수지를 지닌 마을에서 발생한 소녀의 실종 사건은 13년이 흘러도 어떠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범죄 스릴러를 바라던 독자에겐 평온한 감정을 느끼게 할 것이다. 단조로움 속에 갑작스러운 반전이나 이야기의 세밀함을 원하는 독자에겐 기다림이란 미학을 선물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기다리다 보면 독자들이 원하는 작가의 의도, 생생한 장면과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긴장의 끈을 절대 늦추지 않게 하는 포인트란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매년 실종 사건의 뉴스는 업데이트되지만 그저 일상의 뉴스,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만 상기될 수 없는 단편적 이야기들에 허무함을 만든다. 다수의 사건 중 하나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일 수 있고 반대의 감정일 수 있는 《저수지 13》은 읽고 받아들이는 독자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13년 전 실종된 리베카가 실종 당시 그대로 독자들 앞에 나타날 듯만 하다

저수지 13......

* 출판사 지원을 받아 개인적 의견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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