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리석음과 둔함, 작은 일에도 쉽게 넘어가는 건 어떻게 보면 아직 세상을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 어른이들의 공통적 특징이 아닐까 생각한다. 쉽게 속아 넘어가더라도 그 안에서 교훈을 얻어 미래의 가치를 만드는 것은 성숙된 어른의 모습이다. 하지만 《피노키오》의 주인공 피노키오는 세상 이치를 모르는 그저 순수한 어린이이다. 또다시 만난 고양이와 여우에게 당하고 만다.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포도를 따먹다가 농부에게 잡히지만 또 나름 기지를 발휘해 어려움을 이겨 나간다. 시간이 경험을 사게 하는 것이다. 또한 파란 머리 요정에 대한 그리움과 미사랑, 아빠인 제페토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하는 피노키오의 마음이 동화 전체에 묻어난다. 게으름과 나태, 장난꾸러기였던 피노키오는 우리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는 것처럼 산전수전을 겪으며 스스로를 깨달아간다. 이 과정에서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 및 성인 독자들도 삶의 방향이 어떻게 흘러가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깨닫게 된다.
더불어 부모, 친구 입장으로 안타깝게만 느껴지는 피노키오를 응원하게 된다. 또한 피노키오가 이럴 때 다르게 행동했다면? 이란 추측도 해보며 부모, 자녀 간에 대화와 토론도 해본다면 보다 큰 교훈과 가치가 넘칠 작품이 《피노키오》이다.
끝까지 어른의 의견을 따르고 성장했다면 이 이야기는 이미 끝났을 것이다. 엄마로 부르게 된 요정과 살게 되며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게 되는 피노키오는 이제 그가 바라던 인간이 되는 날을 코앞에 두게 된다.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던 독자들도 해피엔딩을 기대하지만 또다시 나쁘게 평가되는 친구 루치뇰로의 꾐에 빠져 장난감 나라로 떠나게 된다. 몇 개월간 장난감 놀이로 인해 행복했지만 또다시 당나귀로 변한 피노키오는 자신을 장난감 나라로 데리고 온 마부의 손에 의해 서커스단 단장에게 팔리고 만다. 피노키오의 시련과 부침은 끝이 없다. 아마도 이 책을 처음 읽는 독자들은 피노키오의 불행과 잘못이 언제쯤 깨달음으로 귀결될지 조급함까지 더하며 이야기의 완결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희망의 빛을 향해가는 피노키오의 마지막 사투와 깨달음과 다시 태어남의 경지에 이르는 막바지 광경까지 숨죽이며 책을 마무리하길 바란다. 결말을 알고 있는 독자도, 처음 접하는 독자도 이 책 첫 페이지의 호기심 어린 시작으로부터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