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비움 공부 - 비움을 알아간다는 것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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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의 의미는 '애초에 아무것도 하지 말라'라는 의미가 아니다. 자신의 개성과 특징에 맞는 각자의 것을 발견해 가꾸라는 뜻이다. 저자는 장자의 비움을 현대적 해석으로 재평가한다. 고전을 단 번에 이해하고 깨달음을 얻기 힘든 경우 이런 해설서는 본편을 읽기 위한 마중물이 된다. 무조건적인 비움이 아니라 이 책을 읽을 독자의 특성에 맞게 비움을 터득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저자의 희망처럼 이 책을 독자 개개인의 것으로 숙성시켜 미래 변화를 꿈꾸는 인생에 대입시켜보길 바란다.

이 책은 총 3장의 비움으로 구성되었다.

우리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내가 꿈 안에 있었던 것인지의 화두로부터 시작되는 1장 장자, 비움의 공부에서 삶을 겪으며 얻게 되는 지식의 원천을 발견할 수 있다. 이로써 독자들의 비움 공부도 시작된다. 2장은 비움을 통한 통찰이다. 비움을 통해 터득하고 앎의 파고를 높여가며 인생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가능하게 한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교훈과 지혜의 습득은 우릴 변화시킨다. 3장 비움의 창작. 장자의 가르침이 바탕이 되어 현대에 응용되고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실용화된 기기, 예술성 넘치는 창작물들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비움의 미덕이자 미학이 현대에까지 이어지는 확장성은 앞으로 무궁무진하리라 예견된다.

비움이란 결국 인간이 바라는 욕망의 추구이냐 자신의 분수에 맞는 행복한 삶을 영위하느냐에 결을 같이 한다. 지나친 성공을 갈망하여 열심히 공부한다. 그리고 원하는 대학에 가서 공부하고 대기업에 취직한다. 결국 돈을 많이 벌지만 회사에 헌신하는 삶이 전부일지도 고민해 볼 일이다. 이러한 때 비움의 자세가 필요하다. '장자'와 '혜자'는 큰 나무를 하나 두고 언쟁을 펼친다. 한곳에 머물고 볼품없는 나무를 보며 '혜자'는 '장자'를 비웃는다. 마치 그 나무처럼 쓰임새가 다한 모습으로 '장자'를 평가한 것 같다.

'장자'는 반론한다. 큰 나무가 자연에 있건 대도시 한복판에 있던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에 있음으로 해를 당하지 않는다 말한다. 지나친 일중독에 의해 물질적 풍요를 이루지만 몸이 상할 수 있다. 또한 자연에 있던 나무와 대도시에 자리 잡은 나무도 다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오래되고 자연에서 병충해를 겪으며 더 오래 생존하는 나무들이 더 많을 것이다. 다다익선이 아니라 조금 부족해도 풍요롭지 못해도 비움으로 더 유유자적한 삶을 바라는 것이 장자가 말하는 비움이란 배움이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온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도 한다. 일찍 성공해서 몸을 해친다거나 일찍 예쁘게 핀 꽃이 짧은 시간에 사멸할 수도 있다. 무릇 다 때가 있다고 장자는 말한다. 미래를 위해서 지금의 조급함과 걱정을 비워내는 것도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성공하지? 매일 끊임없이 발버둥 치는 것보다 시간의 여유라는 미덕을 통해 내가 나가야 할 방향과 도달점을 위해 안정된 마음이 중요함도 경험할 수 있다. '좋은 나무가 먼저 죽는다.'라는 교훈으로 뒤처졌다고 조급해하지 말고 그 방향 따라 걸어갔으면 한다. 너무 급히 풍족하다 보면 가진 것이 없었던 시기와 주변을 돌아볼 겨를도 없어지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천천히 서두르지 말자.



어떻게 보면 비움이란 태어날 때부터 시작해서 죽을 때에야 마무리되는 것일 수도 있다. 책에선 죽음에 대해 언급하는 장자의 입장을 설명한다. 비움의 끝은 결국 죽음이다. 우리 인간은 어떤 적정 연령 시기가 되면 죽음이란 단어, 피할 수 없는 삶의 결과에 다다른다. 이때 장자는 마음의 평화를 찾으라 한다. 죽음이 영원한 끝이 아닌 휴식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불교에선 윤회일 수 있고, 기독교에서는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일 수 있다. 일단 죽음은 평화이고, 휴식이라는 명제에 접근해 비움을 추가시켜 마음을 누그러트리는 것이 가장 쉬운 해석이다. 비움은 정말 죽음 앞에서까지도 끝이 없어 보인다. 장자가 던지는 문장 하나, 하나가 가르침이며 예화들도 작금의 현상에 비춰보면 버릴 것 없는 교훈을 지니고 있다. 공자의 배움, 얻음과 다른 장자의 비움 공부를 배우려는 초심자라면 꼭 한 번 만나봐야 할 《장자의 비움 공부》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비움을 강조하며 인간 본연의 모습에 생을 바쳤던 장자의 자연스러움이 어렵지 않게 담겨 책 읽기의 재미와 장자를 알아가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장자는 책을 경계하라고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왠지 목에 가시가 박히는 조언이다. 쉽게 말해 이론으로만 무장하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나를 비워가는 삶 안에서 적절한 균형이 필요함을 배운다. 우리는 책을 파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의 말실수와 패착을 수없이 반면교사 삼는다. 우리가 장자의 가르침을 책으로 터득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장자의 도를 완전히 까먹거나 이해 못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론짓자면 제대로 읽지 못했거나 책 내용을 실제 적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집에 가득 쌓인 책들, 높을 대로 높아진 콧대도 낮추는 겸손이 우리 인간이 갖춰야 할 미덕임을 깨닫게 된다.

장자는 칼을 말에 비유하고, 나 자신의 수양을 기본으로 시작해야 가족, 사회, 국가가 올바르게 변화한다고 조언한다. 제후의 온화한 칼은 필요에 의해 적절히 사용되는데 반해 서인의 칼은 이유와 목적 없이 휘둘러 됨으로써 잘못된 표적을 겨누게 되며 왕 앞에서도 그릇되게 사용된다. 결론은 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칼이 그런 것처럼 세 치 혀로 국가, 개인의 운명을 불운에 빠트리는 경우도 역사를 통해 익히 많이 보고 들어왔다. 모든 문제는 우리 개인,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온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개인의 변화와 깨달음-자기 수양-을 통해 살아가며 의미를 키워나가야만 이 위에서 말한 가족, 사회, 국가에 이르는 변화를 꾀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내가 기본이 되며 스스로 낮아지고 비움이 본질이어야 함을 강조하는 책의 내용에 귀 기울여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비움은 통찰을 낳는다. 장자는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저자 조희 님은 이를 현대인의 관점에 맞게 보다 알기 쉽게 해설한다. 능력 있는 자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며 오히려 인생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한다. 조금 부족해도 묵묵히 일하고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것이 오랜 시간 버티고 자라는 힘이 될 수 있다 한다. 장자는 말 4,000마리를 묶어 놓아도 그늘이 남는 나무를 예화로 들며 엄청난 능력이 없더라도 그 나름의 쓰임새, 오래감을 설명하고 있다. 장애 인식 개선에도 현실을 앞서가던 장자의 생각에 나도 모르게 소리 없는 박수를 보낸다. 자신의 상황을 하늘에 뜻이라 순응하며 자유로움을 만끽해야 한다고 한다. 공자를 비롯해 일반적으론 그들을 도와줘야 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요즘 장애를 지닌 분들을 도우려 하면 오히려 스스로 하려는 의지도 강하며, 자유를 충분히 누리고 있는 것에 오히려 존경이 따르게 된다. 저자는 장애를 극복해 희망 메신저로 활동했던 닉 부이치치의 사례도 덧붙이지만 그들 스스로 살아가는 삶, 편견 없는 동일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미덕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인간은 평등하고, 조금은 부족해도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돕고 살아간다면 무엇이든지 극복하고 이루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욕망이 없다면 소박할 수 있고, 원래의 자기 모습대로 살 수가 있어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이 장자이다.'

우리는 욕망 발산으로 성공하려 한다. 자기 계발 전문가의 성공이란 이름의 꿈에 현혹되기도 하고 공자의 말씀을 인생 상승 곡선의 징검다리로도 여긴다. 장자는 이와 반대의 소박함, 비움, 빌공을 의미하는 버림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 한다. 사실 성공해서 행복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그 중간이라도 가면 감사한 것도 욕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장자의 말은 머리에 가볍게 도끼를 스쳐 피를 뿌리듯 정신을 번쩍 뜨이게 하는 명문이다.



작은 것, 크게 쓰임 받지 못하는 것들에 이르기까지 하찮음으로 시작해 큰 빛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욕심 없는 청렴이다. 장자가 살아온 인생처럼 우리 현대인의 삶도 팍팍함보다는 진솔함, 웅대함보다 소박함에서 답을 찾는 것을 더욱 추천한다. 책의 끝부분에는 장자, 비움의 창작이 그 믿음을 더욱 굳건하게 해준다. 고철이 작품이 된다. 접착이 잘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빠진 포스트잇을 살린 3M 연구원 '아서 프라이' 새들이 멀리 날 수 있는 것은 가벼운 뼈대가 그 중심이라는 것에 이르기까지 우연 혹은 부족한 것들, 덜어냄이 세계의 중심이 된 것은 비움이 기본이 된 원칙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무작정 빠르게 발전하고 성공하며 물질적 풍요를 이루는 것보다 더딤과 느림, 덜 가진 것의 소중함을 《장자의 비움 공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판사 지원을 통해 개인적 의견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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