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詩가 되는 시간
김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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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시 나름대로 매력 넘치고, 그 시를 통해 장면을 상상하며 영감을 얻고 풍경을 그려보는 것도 좋다. 이 작품 《사진이 시가 되는 시간》이 그러한 두 가지 참 맛을 느끼게 한다. 읽을거리를 통해 글의 내용을 사색케하고 사진이란 작가의 마음 그림으로 형상화한다. 독자 또한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장면을 추리해보고 직접 사진이 있는 시의 명장면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설거지

삶은 치우는 것이다.

어제저녁에 깨끗이 닦은 식탁도

아침이면 바쁜 일상에 어지러워지고

-중략-

삶은 늘 그렇듯

정리되지 않는 것이다.

인생을 설거지에 비유한다. 바쁜 일상에 우린 치우고, 또 치우며 흐트러짐을 말끔함으로 표현한다.설거지 장면이 연상되기도 할 것이며, 말끔한 주방의 풍경이 그려지기도 한다. 작가는 시와 함께 번잡한 시장통 음식거리 풍경을 앵글에 담았다. 이곳도 사람이 붐빔으로써 빠르게 돌아가고 식기나 음식물 잔재가 남는다.

어느순간 또 깨끗이 닦여지고 새로운 인상들을 맞이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삶을 설거지에 비유하고 인생과 동일한 의미로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사진도 글도 읽는 이의 마음을 배로 치유해주고, 다시 한 번 싯구를 음미하게끔 하는 작품이다.

부드럽고

딱딱하고

보드랍고

거칠고

아프고

-중략-

느끼하고

장난스럽고

......악수의 느낌은 그렇다.

악수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기때문에 <악수하기>란 시의 제목에 그리움이 묻어난다. 악수한다는 것은 서로가 교감한다는 의미이다. 인간관계의 시작이자 확인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악수가 더뎌진 사회이나 마음의 악수로 오감을 자극하는 감정을 충분히 교류했으면 한다. 시란 이러한 바람과 느낌, 그 순간의 감정을 다채롭게 표현한 시인의 마음이다. 따스하고 온화하며, 와닿는 감정, 혹은 또 다른 느낌을 사유하게끔하는 숙제이지만 진심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시란, 어렵지만 오묘함을 던져준다. 거기에 더한 사진은 또 다른 감정을 선사하며 생각을 더욱 확장 가능하게 해주는 힘이 된다. 시 쓰는 저자 김상의 글과 사진이 이를 충분히 담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눈의 피로는 더해지고 읽게 되는 활자의 양도 줄어들며, 노안으로 인해 글이 오타가 되듯 오해의 소지를 불러 일으킬 단어의 결과물이 나타난다. 하지만 시인의 <노안>이란 시에선 이를 살짝 빗겨 간다.

시를 읽을 때는

노안이 좋다.

여인을 애인으로

사람을 사랑으로

어느  비 오는 밤을

어느  님 오는 밤으로

그래서 가끔,

눈을 벗고 나안이 된다.

길거리의 간판들도

메타포가 되고

신문기사도 시가  되고

가십거리도 로맨스가 되고

정말 위의 시같았으면 좋겠다. 차라리 지나치게 건강하면 방종하게 된다. 조금 아프거나 잔병치레가 있을 때 건강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처럼 조금 덜 보이고, 불편해도  그 안에서 긍정의 기운과 울림,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 노안이란 단어가 슬퍼보이지만 웃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자연과 생동 넘치는 풍광이 시 전체를 향기롭게 한다. 꽃과 바다, 산과 계절의 변화 등을 통해 인생 전체가 묻어나는 시집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이다. 시를 먼저 읽다가 나도 모르게 페이지를 넘길 즈음 사진이란 그림에 먼저 시선이 간다. 처음 이야기한 것처럼 어떠한 것을 먼저 선택하느냐의 문제는 독자들의 몫이다. 은유와 사색이 풍성하게 담겨 있는 작품집에서 내 삶의 의미, 인생의 항로를 가늠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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