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필요할 때 수필 한 편
오덕렬 지음 / 풍백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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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감성의 수필집을 읽어 오다가 오랜 된장, 묵은지의 느낌이 가득 베어 있는 오덕렬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말 그대로 어린시절 외갓집 처마 밑에 앉아 수정과 한 잔에 고구마 까 먹고 모습이 상상 된다. 어머니의 자녀에 대한 사랑과 헌신 가득함을 노송에 비유한 첫 수필의 해설도 적절하다. 책에는 수필집 저자의 제목은 나와 있지 않지만 21편의 수필을 작가의 오랜 연구의 노력과 감성을 더해 소개하고 설명한다. 찬찬히 한 페이지씩 음미하며 읽어보면 더욱 소중한 구절들이 넘쳐나는 작품집이다. 말 그대로 힐링이 필요할 때 수필 한 편을 읽어보자. 지금이란 시간도 좋지만 우리 아버지 세대, 선배들의 시대에 걸친 옛 추억과 기억들이 아련하게 정제 된 수필 한 편도 얼어버린 우리 마음을 녹여 준다. 오덕렬 작가의 작품은 그런 면에서 묵직하지만 받아들이는 독자 입장에선 가볍게 소화할 수 있으며 추억하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 수북히 담겨 있는 작품집이다.



'고향을 그리는 마음, 옛집을 못 잊은 마음이 나에게는 유독 별난 것 같기도 하다.'

-중략-

'고향집, 당신들의 삶 전체가 투영 된 곳이요, 일생을 두고 이룩한 예술품이다.'

책에서 한 대목을 이끌어 온다. 예전에 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고향이 어디요? 학교는?  나이는?  이러한 순으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심문하듯이 물었다. 나때는 말이야 같이 들리지만,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가 과연 고향이란 단어를 최근 어느때 썼는지 상기시켜준다. 생각해보면 몇 년 사이 내게 고향이 어딘가? 묻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던  것 같다. 고향, 거주지의 개념을 놓고 사는 글로벌한 사회이기도 하다. 잊고 사는 것을 떠오르게 해주는 것도 작가들의 글임을 깨닫게 된다. 내가 태어나 처음 숨결을 느끼게 해준곳 고향, 흙에서 와 흙으로 돌아가듯이 인간이라면 태어난 고향이 삶의 시작이었다면 마무리마저도 고향에서 하고자하는 바람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고향이란 의미와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하는 경험이 묻어나는 작가의 글에 생각이란 가지를 뻗어 나갈 수 있다.


'에세이가 지난 약 5백년간 창작문학 쪽으로 진화하여 세상에 나타난 모습이 현재의 제 모습입니다.'

에세이란 장르는 시, 소설과 다른 또 다른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수필의 변용을 통해 시와 수필이 만나면 시(운문)수필(산문), 소설과 수필이 만나면 소설 수필, 희곡과 만나면 희곡 수필이 되듯 다양한 학문과의 조화를 꿈꾼다.

우리는 흔히 수필, 에세이의 소재를 일상에서 많이 찾기도 한다. 일상을 어떻게 버무리고 저자의 생각을 담는 것은 개개인의 개성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책에서 수필을 김치 담그기에 비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김치란 각 지역에 따라 다양한 식재료를 첨가하고 어떻게 어떤 재료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갓김치, 무김치, 파김치, 배추김치 등으로 탄생한다. 에세이도 이러한 다양성의 특징과 창의적인 글쓰기 과정의 하나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오덕렬 작가는 에세이란 장르도 이젠 하나의 문학으로 끝없는 실험과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덕렬 작가는 서문에서 밝히듯 수필에도 평론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수필이 하나의 문학 사조로서 자리 잡음이 요구되고, 이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에 대한 내용도 언급한다.

에세이가 봇물 터지듯 넘쳐나며 수많은 단어들이 글과 문장들로 소비되는 것이 현실이다. 더 나아가 글  안에서 우리가 좀 더 사유하고, 타자와 소통하듯 나누며 평하는 힘을 길러야함은 필요하다. 이처럼 이 작품은 수필을 읽는 독자에게 힐링이란 잠깐 멈춤의 시간과 책의 내용을 대하는 자세를 되돌아보게 해주는 책임감도 느끼게 한다. 가볍게 다가오던 《수필 한 편》이 삶의 변화에 작은 등불 역할로 다가오길 희망한다.

 



*출판사 지원을 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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