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넘쳤던 가정의 아빠와 엄마, 그리고 여자아이. 하지만 한순간 어린 여자아이에게 이별이 다가온다. 그 이유는 처음부터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이야기의 흐름이 왠지 맹숭맹숭하지 않을까?
그녀는 그렇게 전학을 통해 이모네 집에 거주하게 된다. 공원 벤치에서 매일 만나는 책 읽는 남자-친구들은 로리콘이라 부른다-의 옆에서 반복적으로 책을 읽게 되고 처음의 두려움 대신 오히려 여자 소녀에겐 그 남자가 곁에 있음에 안정감을 찾게 된다.
비 오는 날 소녀는 남자의 우산을 쓰고 그의 집으로 향한다. 아빠의 코, 손, 신발, 행동이 닮은 남자, 후미라는 19세 대학생에게 연민을 느낀 것일까? 후미 또한 엄마의 보살핌을 받아 틀에 박힌 박제와 같은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청년이다. 왠지 부자연스러워 보이지만 모범 청년 같은 이미지를 여자 소녀 사라사에게 보여준다. 이모 집을 버려두고 젊은 청년 후미의 집에서 생활하게 된 사라사는 학교도 멀리하게 된다. 또한 사라진 엄마, 아빠의 정체도 밝혀진다. 어쩌면 익숙해진 자연스러움, 편안함이 둘 사이의 관계를 좀 더 인간적이고 평온하게 이끌어가는 디딤돌이 되지 않았는지 생각해본다. 그러나 이러한 소설류의 이야기가 평탄하다면 그 자체로 소설은 소멸돼 버린다. 여자 소녀의 이야기 그녀에게 내재된 아픔과 시련은 작품의 제목처럼 차가운 달처럼 정처 없는 유랑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즉, 사라사의 삶을 비유한 제목답게 어딘가로 흐르듯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를 그라는 존재의 굴곡진 삶은 전개된다.
그럼에도 그들이 기뻐하고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책에서 찾아보는 것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