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의 달
나기라 유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이 넘쳤던 가정의 아빠와 엄마, 그리고 여자아이. 하지만 한순간 어린 여자아이에게 이별이 다가온다. 그 이유는 처음부터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이야기의 흐름이 왠지 맹숭맹숭하지 않을까?

그녀는 그렇게 전학을 통해 이모네 집에 거주하게 된다. 공원 벤치에서 매일 만나는 책 읽는 남자-친구들은 로리콘이라 부른다-의 옆에서 반복적으로 책을 읽게 되고 처음의 두려움 대신 오히려 여자 소녀에겐 그 남자가 곁에 있음에 안정감을 찾게 된다.

비 오는 날 소녀는 남자의 우산을 쓰고 그의 집으로 향한다. 아빠의 코, 손, 신발, 행동이 닮은 남자, 후미라는 19세 대학생에게 연민을 느낀 것일까? 후미 또한 엄마의 보살핌을 받아 틀에 박힌 박제와 같은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청년이다. 왠지 부자연스러워 보이지만 모범 청년 같은 이미지를 여자 소녀 사라사에게 보여준다. 이모 집을 버려두고 젊은 청년 후미의 집에서 생활하게 된 사라사는 학교도 멀리하게 된다. 또한 사라진 엄마, 아빠의 정체도 밝혀진다. 어쩌면 익숙해진 자연스러움, 편안함이 둘 사이의 관계를 좀 더 인간적이고 평온하게 이끌어가는 디딤돌이 되지 않았는지 생각해본다. 그러나 이러한 소설류의 이야기가 평탄하다면 그 자체로 소설은 소멸돼 버린다. 여자 소녀의 이야기 그녀에게 내재된 아픔과 시련은 작품의 제목처럼 차가운 달처럼 정처 없는 유랑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즉, 사라사의 삶을 비유한 제목답게 어딘가로 흐르듯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를 그라는 존재의 굴곡진 삶은 전개된다.

그럼에도 그들이 기뻐하고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책에서 찾아보는 것이 흥미롭다


성인이 된 사라사에겐 유괴 사건의 당사자라는 딱지가 붙여졌다. 어딜 가도 그녀의 지금, 현재보다 과거의 사건에 매몰돼 있는 주위 시선이 달갑지 않다. 그녀보다 오히려 그 사건을 목격한 이들의 트라우마가 아닌지 아이러니한 느낌까지 들었다. 두 번째 남자 친구 료와 동거 중이며 결혼을 앞둔 그녀에게 지나치게 우연스러울 정도의 후미로 추정되는 30대 카페 종업원이 등장한다.


우리는 지나칠 정도로 타인에 대한 편견과 지레짐작을 통해 상황을 더욱 악랄하게 만들고 극단적인 경우로까지 이끌어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라사와 후미의 경우도 그렇다. 일반적으로 생각하자면 감춰진 두 달간의 진실은 그들에게 그 어떤 때보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일 수 있다. 이면을 디테일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제3자-독자가 아닌-로서는 어떠한 상상도 가능하며 아름다운 시선으로서의 만남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은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봐야 하고 느끼며 경각심을 두어야 할 곳은 또 다른 곳에 있는데도 말이다. 진실은 왜 늘 희석되고 과대망상가들에 의해 악의적 포장으로 변질되는가......

사라사와 후미는 이러한 거짓 된 억측과 사실로 포장되는 현실의 편견 앞에 당당히 살아가려는 인물 군이다. #유랑하는 달처럼 정착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떠돌지언정 마음만은 곧게 뻗은 나무와 같이 서로를 치유하고 감싸는 인물로 지켜보는 건 어떨지 생각해본다. 이야기, 소설의 해답은 독자 각자의 주관적이지만 이것 또한 여러가지의 흐름이자 다채로운 결말로 이어지기에 열린 구조의 마무리를 다양한 해석으로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