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고전 읽기 - 신화부터 고대까지 동서양 역사를 꿰는 대표 고전 13
최봉수 지음 / 가디언 / 202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맘대로 고전 읽기》는 사람 이야기이다. 사람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저자는 고전을 타고 내 맘대로 고전 읽기 급물살에 탑승해 보다 많은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 이 책을 출간했다. 읽어야 하지만 잊어버리는 고전 읽기의 즐거움과 매력을 이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책이 실제 고전 작품을 접하기 전, 우리가 어려워만 하고 멀리했던 고전 도서 터득의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동서양의 고전에 진수를 뽐낼만한 작품으로 엄선돼 있다. 동서양 고전 철학서를 읽어보신 분도 계시겠지만 초심자에게 이만한 책은 없을 듯싶다. 1부 서양 고전, 2부 동양 고전으로 나누어진 책의 목차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일리아스》, 《호메로스》, 《그리스비극》, 헤로도토스의 《역사》, 《변신 이야기》를 비롯 꼭 한 번 읽어 보아야 할 고전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해설을 담고 있다. 원전을 바탕으로 저자의 생생한 설명과 해석이 책의 생동감을 더한다. 이보다 조금은 익숙한 동양 고전도 독자를 기다린다. 사마천의 《사기》, 《열국지》, 《초한 지》, 《삼국지》, 《삼국사기》, 《일본서기》등 동북아 삼국의 고전을 소개하며 시대적 상황들도 비교하며 대한민국의 역사적 위치, 현실적인 접근의 역사적 해설도 겸하고 있다. 난해하다고 밖에 느낄 수 없을 고전의 이해. 전문가의 시점에서 난이도를 낮춘 작품의 효용 가치를 충분히 활용해 고전의 고수로 가는 길을 만들어보자.



《그리스 로마 신화》는 2,500년간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인간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위대한 콘텐츠의 화수분으로 거듭났다. p.19

그리스 로마 신화는 구전의 이야기이다. 도시 국가인 그리스는 각 지역에 따라 다른 신을 섬기며, 신에 대한 존엄적 가치를 신화로 창조하듯 입에서 입을 통해 전파시키고 결국엔 활자화된 글로 현대인들에게도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그리스 로마 신화는 끊임없는 재생산의 에너지, 영향의 분출이란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최봉수 저자는 가급적이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내용과 문장으로 설명하며 신화 탄생의 신비를 풀어간다. 공허란 아무것도 없는 시대에서 공간, 하늘과 땅, 빛과 어둠이 탄생하며 영웅이라 일컬어지는 신들의 등장을 간결하고 가독성 높은 이야기로 풀어간다. 가끔 어려운 그리스 신들의 용어도 등장하지만 이 또한 부연 설명으로 독자들을 책 속에 집중시킨다. 어떻게 보면 구전처럼 전해지는 신화 속 이야기들이 인간의 탐욕을 신으로 형상화하여 비치고 전승되어 후대에 이르는 지금까지 교훈으로 삼으려는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 자신의 몸으로 낳은 우라노스를 처단하려는 대지의 신 가이아. 이를 거드는 그녀의 또 다른 아들 크로노스까지 마치 인간의 부정부패, 기득권 탈취의 연장선상에 있는 비굴한 인간의 모습이 투영된다. 이 또한 반복되는 것이 신화이자 역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크로노스마저 올림푸스 신전의 최고 신이자 자신의 막내였던 제우스와 어머니였던 대지의 신 가이아에게 불안한 최후를 맞게 된다.


물고 물리며 생산하고 배신하여 죽음으로 결과를 짓는 신들의 영역이 인간의 그것과 별다를 바 없다. 저자 또한 창조자의 시대에서 신(인간)의 시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자궁-어머니-과 입-크로노스 형제 및 크로노스-은 새로운 시대를 막고 선 과거의 공간이자 단절해야 할 과거의 시대였던 것이라 평가한다. 구전되어 온 이야기인 만큼 다양한 해석과 의도가 내포된 《그리스 로마 신화》가 주는 매력에 한 번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해석은 각자의 상황, 상태에 달라질 수 있음은 염두에 두 자.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일리온의 시, 혹은 트로이성의 노래라고도 불린다. 또한 트로이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노래한 기승전결의 구조를 지닌 시라고도 한다. 쉽게 말해 호메로스는 그의 분노가 어떻게 승화했는지 노래하고 싶었다고 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아킬레우스는 친구였던 파트로클로스에 대한 복수로 트로이의 또 다른 영웅 헥토르를 전투에서 살해하고 말지만 결국 헥토르의 아버지이자 트로이의 왕인 프리아모스의 사죄에 마음을 녹여 헥토르의 시신을 수습해 트로이성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이렇게 복수를 뜨거운 눈물로 씻겨낸 아킬레우스. 결국 《일리아스》는 트로이 영웅 헥토르를 노래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긴 대서사시와 같은 이야기를 네 단락으로 간추려 알기 쉽게 전하는 최봉수 작가의 내 맘대로 고전 읽기는 짧지만 깊은 의미를 곁들여 쏠쏠한 재미를 더한다. 이와 반대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 참전을 마치고 귀향하는 내용의 주제로 과거와 현재, 회상이 반복되는 대서사시이다. 《일리아스》의 헥토르, 아킬레우스의 경우와 비교해 읽다 보면 각자의 다른 관점, 상황을 독자의 눈으로 바라보며 분석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지혜롭지만 때로는 자신만을 귀하게 여기는 인물, 한곳에 정착하기를 어려워하는 인물이 오디세우스였다니 현실로 말하면 책에서 언급하듯 나쁜 남자의 원형임에 틀림없다.

고전 그리스 비극은 주로 디오니소스에게 바치는 디오니소스 축제 기간 중 상연되는 작품이다. 책에서 세 명의 대표적인 작가를 소개한다. 3대 비극 작가로 불리는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가 그들이다. 아이스킬로스는 《오레스테이아》3부작을 완성했으며, 소포클레스의 경우 우리가 흔히 아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인물 《오이디푸스 왕》을 쓴 작가이다. 그들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한 에우리피데우스는 《메데이아》라는 작품으로 너무 서툴렀던 사랑의 비극적인 결말을 그린 작품을 완성해낸다. 다소 난해하고 밝은 내용의 작품이 아닌 비극이 주제가 되는 내용이지만 이야기 안에 담긴 인간의 사랑과 탐욕, 복수 등의 모든 감정을 책이 아닌 공연물로 형상화해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도 이들 비극 작품들이 세계는 물론 국내에도 꾸준히 공연되는 것이 그 반증이다.


서양 고전을 중심으로 위에서 소개한 작품들은 고전 작품이란 편견을 깰 만큼 저자의 아주 쉽고 간결한 설명 방식으로 소개되어 독자들이 쉽게 고전에 다가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변신 이야기》를 비롯 《플루타고라스 전쟁》, 사마천의 《사기》와 나관중의 《삼국지》, 김부식의 《삼국사기》, 《일본서기》에 이르기까지 한 번쯤 들어보았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작품들을 보다 가볍고 쉽게 접근 가능한 저자의 설명과 해설을 통해 고전은 어렵다는 책에 대한 편결을 부수고, 독서의 바운더리를 확장하는 기적을 맛볼 수 있으면 한다.

물론 이 책에서 설명하는 고전 중 유명한 작품은 이미 읽어본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선 저자와 내가 고전을 읽고 해석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비슷한 점은 없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책 읽기의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어렵기만 한 고전을 좀 더 쉽고 가볍게 만나 이해한 후 원전 작품을 만나는 시작점을 이어가길 바란다. 쉽고 이해하기 편한 책, 그러나 고전마저 한 번은 관심 깊게 만나볼 수 있을 호기심을 자극하는 최봉수 작가의《내 맘대로 고전 읽기》이다.

*본 책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개인적 의견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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