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리며 생산하고 배신하여 죽음으로 결과를 짓는 신들의 영역이 인간의 그것과 별다를 바 없다. 저자 또한 창조자의 시대에서 신(인간)의 시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자궁-어머니-과 입-크로노스 형제 및 크로노스-은 새로운 시대를 막고 선 과거의 공간이자 단절해야 할 과거의 시대였던 것이라 평가한다. 구전되어 온 이야기인 만큼 다양한 해석과 의도가 내포된 《그리스 로마 신화》가 주는 매력에 한 번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해석은 각자의 상황, 상태에 달라질 수 있음은 염두에 두 자.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일리온의 시, 혹은 트로이성의 노래라고도 불린다. 또한 트로이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노래한 기승전결의 구조를 지닌 시라고도 한다. 쉽게 말해 호메로스는 그의 분노가 어떻게 승화했는지 노래하고 싶었다고 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아킬레우스는 친구였던 파트로클로스에 대한 복수로 트로이의 또 다른 영웅 헥토르를 전투에서 살해하고 말지만 결국 헥토르의 아버지이자 트로이의 왕인 프리아모스의 사죄에 마음을 녹여 헥토르의 시신을 수습해 트로이성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이렇게 복수를 뜨거운 눈물로 씻겨낸 아킬레우스. 결국 《일리아스》는 트로이 영웅 헥토르를 노래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긴 대서사시와 같은 이야기를 네 단락으로 간추려 알기 쉽게 전하는 최봉수 작가의 내 맘대로 고전 읽기는 짧지만 깊은 의미를 곁들여 쏠쏠한 재미를 더한다. 이와 반대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 참전을 마치고 귀향하는 내용의 주제로 과거와 현재, 회상이 반복되는 대서사시이다. 《일리아스》의 헥토르, 아킬레우스의 경우와 비교해 읽다 보면 각자의 다른 관점, 상황을 독자의 눈으로 바라보며 분석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지혜롭지만 때로는 자신만을 귀하게 여기는 인물, 한곳에 정착하기를 어려워하는 인물이 오디세우스였다니 현실로 말하면 책에서 언급하듯 나쁜 남자의 원형임에 틀림없다.
고전 그리스 비극은 주로 디오니소스에게 바치는 디오니소스 축제 기간 중 상연되는 작품이다. 책에서 세 명의 대표적인 작가를 소개한다. 3대 비극 작가로 불리는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가 그들이다. 아이스킬로스는 《오레스테이아》3부작을 완성했으며, 소포클레스의 경우 우리가 흔히 아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인물 《오이디푸스 왕》을 쓴 작가이다. 그들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한 에우리피데우스는 《메데이아》라는 작품으로 너무 서툴렀던 사랑의 비극적인 결말을 그린 작품을 완성해낸다. 다소 난해하고 밝은 내용의 작품이 아닌 비극이 주제가 되는 내용이지만 이야기 안에 담긴 인간의 사랑과 탐욕, 복수 등의 모든 감정을 책이 아닌 공연물로 형상화해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도 이들 비극 작품들이 세계는 물론 국내에도 꾸준히 공연되는 것이 그 반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