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임재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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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의 시작은 살인사건 혹은 현장이다. 추리물의 기본 원칙을 완벽하게 고수하며 죽음-하지만 쉽게 풀리는 가해자의 퍼즐이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다- 을 당한 국회의원 당선자의 범인을 찾는 것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전개된다.

이처럼 이야기는 2000년대 초반 국회의원 당선인 살인 사건과 병행, 소년이란 인물과 소녀, 그 사이 대장이라는 친구가 등장하는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두 가지의 스토리 구성, 전개된다. 마치 2,000년대 초반 영화계를 장식했던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를 연상시키는 소설이다.


정치권과 결탁되어 있는 기업 세력, 서로 단물을 빨고 빨릴 수밖에 없는 비리의 온상 속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또 다른 영화 우민호 감독의 영화 <내부자들>도 스쳐 지나간다. 영화이든 소설이든 드라마이든 현실을 혹독하게 풍자하며, 그 안에서 살풀이하듯 쏟아내는 매력을 발산하는 것이 관객과 독자를 위한 서비스라는 생각한다. 그 의미에서 이 작품 <심판>도 현실에서 있을 법한 사실(?)을 허구적으로 그려내 가진 자와 못 가졌지만 자유와 정의를 꿈꾸는 이들을 대등한 위치에서 등장시키고 경쟁 시킨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소년(기영), 그를 이끌어주는 친구 대장(준하), 고교 시절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 안경(용훈) 이 시대를 거슬러 자유로운 정의를 위한 세상에 우뚝 선다. 그들은 어떠한 압력, 부정한 것들의 위력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고 단단한 돌로 자유의 의지를 더욱 강력히 한다. 의지가 있어야만 투쟁이 있어야만 용서가 가능하다는 소설 속 작가의 문장에 이 작품의 의미가 담겨 있다. 누가 누구를 심판하는 단순한 판결이 아니라 용서가 가미된 심판이라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결정되는 판단, 판결의 의미가 더욱 명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세력의 불법과 부정, 거래는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파헤치고 이겨내기 위한 투쟁은 계속된다. 힘과 힘의 대결이 아니라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으나 문제에 대해 끝없이 항거하는 세력이 있음에 현실이 부정적으로만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양한 인물의 군상들이 펼치는 어둠과 희망의 공존 속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다각도 넘치는 판단과 심판을 독자 스스로 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법과 양심, 증거와 증언 이것들이 지닌 부정과 진실에 대해도 깊이 있게 사유하는 시간이 될 작품이다.

*출판사 지원을 받아 개인적 감상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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