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채워가는 시간들 - 그래도 내 생애에 행복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황상열 지음 / 마음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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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라는 시간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흔적이자 침묵과도 같은 인간 개개인의 마음속 깊은 울림이다. 8권의 가까운 작품을 발표한 황상열 작가의 인생이 어떠한 과정과 추억을 지니고 현재에 이르렀는지 자연인 그 자체의 모습을 읽고 경험하며 대리 추억할 수 있는 작품이다. 어느 누구나 추억을 먹고 산다. 하지만 그건 단지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되새길 뿐 입 밖으로 혹은 글로 솔직 담백하게 끄집어내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작가 본연의 디테일한 기억과, 미래를 바라보는 능력이 다분한 인간 황상열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살아온 아날로그적 감성이 묻어나 지금의 현재 모습, 많이 이들과 소통하고 끊임없이 발전하고 나누어 가려는 마음이 지금에 영근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7080세대들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밀레니얼 세대에겐 우리의 아빠, 삼촌이 살았던 파란만장했던 어제의 무용담을 자신의 가치에 맞춰 발전시킬 수 있는 에세이이자 미래 자기 계발서라고 평할 수 있는 작품이다.

집 전화로 덜덜 떨며 이성 친구에게 전화했던 추억, 언택트 한 시대 문자 몇 개로 자신을 표현하는 지금과 다른 뭔가 특별한 감성의 시대, 가장 찬란했던 시대를 살아온 인물, 작가 중 한 명이 아닐까 황상열 작가를 그렇게 평하고 싶다.

'만남과 소통은 같다고 생각한다. 만남이 없는 소통은 없고, 소통이 없는 만남은 생각할 수가 없다.'

SNS 소통 시대이다. 위의 황 작가가 언급한 글이 다소 아날로그적 감성일 수 있으나 적극 동의한다. 실제 SNS를 통해 살갑게 지내다가도 실제 모임을 통해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반대의 성향인 사람도 만나게 된다. 동호회 모임의 SNS 친구들도 인터넷 공간에서 과묵했지만 오히려 적극적인 분들도 간혹 목격한 적이 있다. 만남을 통해 눈빛을 교환하고 필요한 마음속 말을 서로 가감 없이 나누는 관계 형성, 지금과 조금 거리가 먼 이야기라 할지라도 문자 해고 통보, 이별 통보에 이르기까지 약간 상식을 벗어난 행위는 예전 아날로그적 감성의 진정한 소통과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생각이 든다. 장기하의 노래 가사처럼 '일단 만나, 우리 한 번 만나.' 지금 시점에서 조금 어려우나 소통이 발전해 만남이 원활히 이어지길 희망한다.


반려견을 키워 본 사람은 안다. 지금이야 반려견이지만 과거엔 발바리-이상한 의미로도 사용된다-똥개류의 개를 앞마당에 두고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황 작가는 이모 댁에서 받은 '아지'라는 강아지에 대한 미안함과 추억을 공유한다. 힘들고 지치며 스트레스 받을 때에도 항상 그를 맞아주던 반려견 '아지'. 십대에서 성인이 되기까지 강아지 '아지'작가의 가족들과 한평생 견 (犬)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간 것 같다. 사랑도 많이 받고 때론 작가의 분풀이용으로도 전락한 적이 있지만 황상열 작가는 지금도 '아지'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다고 한다. 15년이 반려견들의 통상적평균 수명 시지만 지병을 앓으며 18년간 살아온 '아지'의 마지막을 위해 가족들은 결국 안락사를 결정한다. 가족을 떠내본 심정, 힘들고 아프거나 만사가 귀찮을 때 현관문을 열면 꼬리를 흔들며 작가를 맞았던 강아지 '아지' 아직도 황 작가의 기억 속에 추석 선물로 저장돼 있음에 그의 따스한 마음을 느낄 수 있던 에피소드였다.


이 책을 쓸 당시 작가의 나이는 40살이었다. 불혹의 시작, 푸석푸석해진 피부와 나이 들어감은 건강 상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선 추억도 추억이지만 작가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등장한다. 약속은 꼭 지키시고 훈육하실 때는 따끔하게 아들을 교육하시는 어머니와 명문대 진학을 바라시기에 서울로 유학시키시는 강하고 엄하신 아버지 밑에서 자란 모범생 아이 황상열이었다. 지금 40대인 작가,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동일한 나이대의 아버지는 멋진 신사셨다. 그럼에도 세월은 속이지 못하는 법이다. 엄중하고 교육열이 강하셨던 아버지의 어깨도 점점 움츠러들 뿐이다. 아버지들은 비슷하다. 40대 황상열 작가의 아버지가 아들 잘 되라며 다그치고 성공하기를 바랐던 것은 자신보다 더 잘 되길 바라는 참 된 부모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결국 이해했으며 존경한다는 말로 글에 표현한다. 쉽지 않을 수도 있을 부모님의 존경, 위기를 극복한 한 가족의 가장이 있었기에 지금 글로 소통해가는 황상열 작가가 있구나.라는 생각도 해본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황상열 작가가 전하는 마지막 말을 더해본다.

일상에서 우린 수많은 감정을 버리고 흡수하며, 반복되는 실천과 반성을 이어간다. 그럴 때 간혹 옛날엔 이랬는데.라는 추억 어린 감상에 빠진다. '라테는 말이야'가 올바르고 긍정적 의미로 타인에게 표현되고 함께 나눌 이야기가 된다면 꼰대가 아닌 인생의 공감대가 된다. 황상열 작가의 이번 작품도 그러한 자기 고백으로 많은 이들과 교감할 수 있는 가치를 생산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7080세대, 그 이후를 책임질 후배 세대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우리 선배 세대들의 이야기, 필요한 건 배우고 뺄 건 빼는 것이 인생이고, 우리 인간이란 세대의 스토로는 무한 반복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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