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이 잠수함을 타고 스콜라 창작 그림책 17
윤여림 지음, 소복이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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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할아버지의 사이는 아빠와 나 사이의 거울이다. 그림책 속 아빠와 할아버지는 어색한 사이로 묘사된다. 아이의 눈에서 그러한 모습이 마음 편할리 없다. 동화를 읽다보면 말장난같지만 진짜 그 이야기들에 동화된다. 과연 나와 아버지의 사이는 어땠는지...한마디로 어색했다. 교사라는 직업상 엄하실 수 밖에, 안 좋은 모습 보이면 그저 죄송할 것 같아 자중했던 어린 시절이 아니었나싶다. 동화속 아빠와 할아버지는 지금은 그렇지만 어린시절엔 누구보다 가까웠다고 한다. 반대로 지금의 독자인 나는 과거보다 현재가 더 편하고 당시의 어려웠던 관계를 풀어감에 감사하다.이렇게 요즘의 동화는 아이들을 비롯해 어른이와도 큰 교감을 불러 일으킨다.


 

할머니는 아빠와 아이, 남편(할아버지)를 위해 박스 잠수함을 만들어 준다. 얼마전 아이와 로봇 박스라 칭하며 어설펐던 박스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당시가 떠올라 흐뭇함이 배가 되었다.

이 낯선 난관을 할아버지와 아빠, 그리고 아이는 어떻게 극복할까? 이렇게 이야기 속 내용과 함께 함께 책을 읽는 아이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끔 가능한 작품이다.노라이 잠수함을 타고 떠나는 3대의 추억 여행이 어색하지만 어설프지 않게 시작된다.

경험이 추억이 될 때, 특히 소중하고 간절했던 순간이 아이에게도 성인인 아빠들에게도 잊지 못할 따스한 회상으로 남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만화 '옥토넛', '아기상어'에 익숙해 바닷속 세상도 그리 새롭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신비롭고 신선한 건 아빠와 할아버지가 상상하듯 떠나는 바닷속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조금 불편했던 사이는 여행을 통해 소통하고, 그간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 작은 출발이 중요하다. 아빠와 할아버지, 아이는 이렇게 서로간의 끈을 점점 더 돈독히 해나가지 않을까? 90년대 당시 연세로는 90세까지 장수했던 우리 할아버지. 유관순 누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에 자랑스러워했던 그 당시, 약초를 팔아, 붕어빵 장사를 하시며 용돈을 쥐어주시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는 건 동화의 힘에 동화 된 내가 있기 때문이다.


아빠와 아이는 잠수함을 나와진정한 바닷속 탐험을 한다. 아이를 위해 모든 걸 다 해주기 위해 인어로 변신한 아빠. 그들의 할아버지와 아빠의 어린시절이고, 현재 아이와 아빠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렇게 점점 소원했던 관계는 돈독해지고 허물이란 장벽은 사라진다. 부자(父子)지간이 그렇게 어색한 것만이 아니라는 걸 작품은 확실이 보여준다. 바닷속 신비로운 여행은 아빠에게도 아이에게도 신나는 모험과 같은 스펙타클한 감정의 잔재를 마음 속 깊이 쌓이게 한다. 인생의 영양분이자 미래를 위한 기틀이 되는 힘이 된다.


 

간혹 길을 가다가 헤매거나 목적지를 상실할 수 있다. 이때 절대 서로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아빠는 아이의 힘이 되고 등불이고 따스함이다. 또한 어른도 실수할 수 있다는 걸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어른의 관대함이다. 동화 속 아빠는 이를 누구보다 먼저 깨닫고 아이를 사랑이란 가슴으로 감싸 안는다. 세 부자가 서로의 마음을 느끼고 소통할 수 있는 재미난 여행이다. 이 중심엔 할머니, 아빠의 엄마가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그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이니까.


 

서로가 교감하며 감동 가득했던 바닷속 신비로운 여행. 몰랐던 것, 안타까웠던 것, 닫혀 있던 것들을 새로운 경험으로 뻥 뚫리게 할 수 있었던 노랑이 잠수함. 그간은 조금 어설프고 어색한 관계였지만 옛날을 추억하고 현실에 만족하는 삶은 가족에게 큰 힘과 버팀목이 된다. 아빠와 아들, 서로 한 번 꼭 안아주고 눈물 한 바가지 아닌더라도 서로에게 나타나줌에 감사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랑이 잠수함을 타고는 만감이 교차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 본 작품은 출판사에서 지원 받아 개인적인 객관적 견해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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