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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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는 소심하다. 보노보노는 걱정이 많다. 보노보노는 친구들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보노보노는 잘할 줄 아는게 얼마 없다. 어? 이거 내 얘기인 것 같은데. 줄곧 단점이라 여겨온 내 모습인 것 같은데?"

복잡한 일상 속에서 인간은 무수히 많은 고민을 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조금 가볍지만 의미 깊은 위로에도 반응도 없고, 각자 살아가는 고민거리에 타인에겐 관심조차 나누기 힘든 사회이다. 무반응이 오히려 희소식이고 서로에게 관심을 두는 것이 불편한 사회. 하지만 작은 위로가 큰 기쁨이자 치유가 된다는 것을 소심한 보노보노의 일상과 김신회 작가의 일기와도 같은 솔직한 자기 감정의 보고서에서 이를 느껴보길 바란다.

잘 하는 것보다 서투른 것이 더 자연스럽고, 소심하고 무뚝뚝한게 통용되는 사회. 보노보노와 작가 김신회의 이러한 단점 속에서도 정을 나누고 주변을 조금이나마 돌아보며 살아갈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자. 무관심 대신 사람들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그들처럼 어깨를 피고 가슴을 열어 따스한 온기를 전하는 시간을 이 작품과 함께 누리고 경험해보면 올 겨울은 더욱 정열적이고, 안정감 있는 마무리의 한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끔 너에게 무관심한 그 사람한테 먹을 걸 줘봐. 초코 바나  캔 커피같이 작은 거. 사람들은 먹을 걸 주면 좋아해."

김신회 작가가 상사에게 스트레스를 받던 중 친언니가 했다던 조언이다. 약간 황당하고 지나치게 단순한 해결법이었지만 의외로 취향 저격하듯 상사의 기호를 단 번에 파악해 그 이후 조금은 가벼운 직장 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생각보다 단순하지만 이런 타인의 조언 한마디가 고스란히 개인의 일상을 변화시킬 때 느끼는 쾌감.저자는 간식 기법처럼 사회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팁을 한 두가지 확보해 놓는다면 좀 더 부드러운 직장생활을 할 수 있으리란 조언을 던져주고 있다. 웃프지만 확실히 자극제가 될 수 있고,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을 팁이기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내용이다. 당이 떨어질 때 찰나를 노려 당신의 상사를 공략하라!

'친구는 만날 때마다 나의 외모, 스타일, 행동, 말투를 지적하며 어떻게든 고쳐주고 싶어 했다.'

그래서 김신회 작가는 이 친구를 만나는 것이 유난히 자신을 쓸쓸하게 만드는 사람 중 한명이라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다른 친구를 만나 속상한 이야기를 하던 친구에게 조언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럴 때 갑자기 친구의 한 마디!

"이럴 땐 충고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면 안돼?"

이 때 불현듯 작가는 전자에서 언급했던 불편한 친구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친구를 자신이 불편해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때로는 아무 이유없이 이야기와 하소연을 들어주고 단순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주는 것, 그것이 말 많은 조언이나 충고보다 저 큰 가치이자 상대방에겐 '사이다 청량제'같은 해결책이 된다는 것을 독자로서 인식하고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김신회 작가는 그만큼 보노보노의 일상과 자신의 생활 속에서 느껴지는 동일선상의 공감대를 잘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서 무릎을 탁 쳐가며 '나도 이런 경우나, 상황이 넘쳐났는데.' 라는 동질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 풍성할 정도로 담겨 있다.

' 어른은 비록 꿈은 없을지 몰라도 세상 물정은 안다. 포기할 때와 그만둬야 할 때가 언제인지도알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는 현실도 안다. 그러니 만약 자신이 어른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꿈 없이도 살아가는 나를 장하게 여기며 살자.-중략-꿈 없이 살아간다는 것, 그건 또 다른 재능이다.'

꿈을 강요하는 사회는 이제 지쳤다. 꿈이 아니라도 괜찮다는 제목처럼 일상에 충실한 평범한 삶이 꿈보다 더 화려함으로 인생의 단편, 조각들이 될 수 있다. 이미 어른이 되었으므로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어느만큼 향상 된 삶을 지탱해 나가는 것이다. 김신회 작가의 말처럼 막연한 꿈 보다는 이를 내려두고 일상의 만족을 즐기고, 타인과 함께 부대끼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보노보노와 같은 삶이다. 그리고 그것이 독자인 당신의 유의미한 재능이다.

'언젠가는 네가 좋아하고 너를 좋아하는 인생의 친구를 만나게 된다고. 세상에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다고, 겨울 다음에는 꼭 봄이 오는 것처럼.'

우리는 누군가를 찾아 나를 알리려고 집착(?)하는 경우가 간혹있다. 내가 잘보여야 남도 나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거라는 불필요한 착각도 한다.  작가의 말처럼 물 흐릇듯, 계절이 바뀌는 흐름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길 기다려보자. 세상은 함께 사는 사회이며,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 내 등에 기대길 바라거나, 등을 내어 줄 사람을 찾기도 한다. 서두르지말고 때를 기다리며, 그 시간을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함을 느낀다.

나의 성격은 어떠하고 당신의 성격은 어떠한가? 항상 타고난 팔자, 세상을 탓하며 삶을 살아가는가? 저자는 네가지 성격 유형을 통해 내게 맞는 성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해주고 있다. 그래서 그 성격이 팔자일 수도 있고, 팔자가 성격이 될 수 있음도 언급하고 있다. 익히 들었던 저자의 성격처럼 할 말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다는 김신회 작가님의 이야기. 100%로 정확한 기억은 아니나 그려셨다는 내용의 대화가 얼핏 떠오른다. 무엇이든 오케이하는 성격인가? 아니면 크게 한바탕 들이 붙는 성격인가? 그 외에 사서 걱정을 많이 할수도 있고 아주 쿨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성격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각자의 성격은 인생을 반영하고, 타고난 팔자가 되어 꾸준히 성장하는 개개인의 성격을 완성 시킬 수 있다는데 공감을 한다. 물론 기본적 성격은 바꾸기 힘들 수 있지만, 성향을 조금씩이나마 사회생활을 통해 변화시키는 것은 팔자의 다변화를 위해서 필요하리란 생각을 곁들여 본다.

"나, 소심해요." 라고 우스게 소리로 종종 떠벌리고 다닌 것 같다. 어떻게보면 보노보노의 너부리가 하는 말이 해답을 제시한다. '곤란해지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곤란해진다.  그런 말을 자주 하게될수록 그 생각밖으로 빠져 나갈 수 없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나만큼 소심했다는 김신회 작가님. 아니 더 심하셨을지 모르지만, 문자나 SNS 답글에도 일희일비하셨다니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없지 않아 있었을 것이다. 소심하다는 생각의 방패를 걷어내는 진짐이 너부리의 조언으로 마음 속에 확고히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소심한 사람들끼리 서로 어울렁더울렁 살아가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라는 김신회 작가님의 멘트에 결과론적이지만 소심한 사람들이 뭉쳐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피식 웃으며 마무리해본다.

'누구에게나 아무도 모르는 모습이 있다. 아무도 모르는 내 모습을 나만 알고 있는 거라면 나, 대단하네. 나, 대단하네.'

남이 모르던 내 안의 정체성을 찾게 될 때의 희열감. 넌 조금만 틀을 깨면 또 다른 너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이 아쉽다고 이야기했던 선배의 말이 겹쳐진다. 다행스러운 건 많은 이들을 만나고 격변기라는 시간을 지나가면서 나의 부족했던 껍질을 깨듯 좀 더 다른 나를 찾아가는 조짐이 보여 뿌듯하다. 책 읽기가 그 큰 힘이 된 것 같기도 하고, 하나에 매몰되지 않게 하는 고지식함을 탈피하게 하는 힘 중 하나인 것 같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정말 소심했던 나, 그러나 감춰졌던 나를 깨워나가는 모습은, 늦잠 자던 나를 새벽형 인간으로 변화시킨 시작부터 시작된 건 아닐까? 절박함도 한 몫 했지만 그것도 내 의지의 발로였다.

연애를 잘하려면 오그라드는 표현을 잘해야한다. 작가의 경우는 오그라드는 표현이 항상 상대에게, 아니 일부에게 이상한 표현 혹은 과장 된 몸짓이나 말짓으로 받아들여지게하는 부작용을 나은 적이 있다고 한다. 오그라듬, 재미, 살가움 등이 오히려 사람에 따라 진지충, 오버스러움으로도 느껴지는 것은 사람마다의 성향이나 차이 때문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어차피 각자의 장점이나 성향에 맞게 연애를 하든 일을 계획하는게 정답일텐데 굳이 과장하고 안되는 오그라듬을 표현하는 건 자신을 더 괴상망측하게 할 수 있다. 김신회 작가는 말한다.

'못하는 걸 되게 하는 일에도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런 데에다 에너지를 쓰느니 잘하는 걸 더 안정적으로 지속하는 일에다 힘을 쏟고 싶다.'

그렇다. 왜 하기 힘든 것,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그림에 스스로를 과장되고 거추장스럽게 나타내느니보다 할 수 있고, 과감성까지 보이는 것에 나를 맡기는 것이 즐거움이 되고 만족감이 될 수 있다. 그런 것에 최선이 필요하지, 억지 춘향이같은 마지 않는 옷에 날 맞출 필요는 없다. 나무에 오르려는 보노보노의 모습에 안쓰러숴하는 너부리 아빠는 이런 말을 한다.

' 알겠니?  못 하겠으면, 다른 걸 해.'

늦기전에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는 것이다. 늦었다는 건 이미 시간이 머지 않았다는 것이므로 바로 시작한 필요가 있다.

미니멀리스트의 삶이 내게 어울릴지 생각한다. 따지고보면  나란 독자는 무엇을 끊임없이 수집하거나 사 두는 성격이 못 된다. 김신회 작가는 좀 더 작은 집으로의 이사를 앞두고 가득 쌓아 둔 옷을 정리하고 수많은 책도 인터넷 중고 서점에 판매하거나 지인들에게 나누는 기쁨을 실천했다고 한다. 이렇게 정리 된 것들에 마음이 홀가분하면 그만이다.

보노보노와 아빠가 살고 있던 언덕 아래 태풍으로 인한 작은 언덕이 하나 생긴다. 섬이 생겼으니 집 욕심이 난 부자는 그 위에 집을 짓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 집은 점점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그들의 대화와 김신회 작가의 마무리가 걸작이다.

집이 없어져도 곤란하지 않다는 부자의 멘트와 '이게 없으면 못 살까?' 질문하는 김신회 작가의 말에 빛이 난다고 할까? 그냥 버리거나 잊은 것은 얼마 지나지 않으면 평정심을 되찾기 마련이다. 억지로 쌓고 모으고 들여놔 봤자 느는 건 한숨이다. 우린 없어도 되고 필요치 않은 것에 잠식되 살고 있다. 그냥 없는 듯 내려 놓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게 미니멀리스트로 향하는 길이 아닐런지...???

걷는게 좋고 뛰는 것이 좋아진다면 늙어가고 있다는 징조일까?  불안일까? 다행일까? 어찌 되었건 걷고 뛴다는 건 힐링이고 사색의 시간 확보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듯 보노보노가 걷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포로리는 대답한다.

'걷다보면 풍경이 움직이거든'

맞다!  그렇구나. 시선을 위 아래로 돌려보면 365도 회전 영상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강이며, 호수며, 해와 달, 나무, 가로등이 나를 빗겨 가거나 따라오는 느낌이 든 때가 내게도 있었다. 자작나무 숲을 찾아 걷기 위해 긴 시간을 운전해 간 김신회 작가 일행도 걷기를 통해 목적을 이루려한다. 별 거 아닐 것이란 생각으로 가벼운 복장과 산책하듯 걸으려는 작가 일행의 의도는 빗나간다. 결국 땀을 흘리고 자작나무 숲을 발견한 이상 걷기의 이유와 명확성은 확실해진다. 그리고 감춰 둔 스마트폰의 셔터가 터지기 시작한다. 등산을 하는 이유도 땀과 고통이 점철 된 결과물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감상하며 흐르는 바람을 몸과 마음 가득한 자양분으르 빨아 들이는 기분은 경험한 사람만이 가능하다. 걷기와 뛰기도 순간은 힘들지만 그 안에서 나를 돌아볼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처음 며칠은 온 몸이 고장난 듯 욱신거릴 수 있지만 다시 걷고 뛰는 건 나이가 들었음을 의미하고, 건강을 챙겨야하는 신호이며, 삶을 좀 더 활기차게 살아가려는 방법 하나가 더 추가 된 덧셈이다.

'인간은 예술을 통해 삶을 즐기고 즐거움은 삶의 의지를 강화시킨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평소 미술관과 음악 감상도 즐겨(?)하실 것 같았던 김신회 작가의 과거는 '그렇지 않았다' 였다. 전혀 예상 외의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깨달으셨기에 또 한 번 이해가 간다. 시도하지 않거나 처음의 두려움은 인간이 도전하는 것에 대한 공포감을 유발한다. 시작부터 센 것을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작은 것도 두려워하는 것이 대부분이 인간일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책에서 인용 된 브레히트가 던져주는 문장이다. 예술을 사례로 들고 있지만 어떠한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다. 예전엔 어떻게 음악을 들으며 영단어를 함기하고, 책을 읽을 수 있나 시작 전부터 고민했는데 먼저 그 길을 걸어 간 사람들을 따라 해보니 어느새 익숙해졌다. 김신회 작가가 말하듯 내가 멀리했던 것들에 조금씩 눈과 귀를 열고 다가서 보는 것이다. 릴렉스하며 하나씩 해 나가는 것이다. 의도치 않게 '나'라는 인간의 삶을 즐겁게 해 줄 포인트는 무한 가치로 항시 대기중이다.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꾸밀 줄 모른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슬프면 엉엉 운다. 속상한 일이 생기면 숲속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면서 속상해하고, 궁금증이 생기면 아무나 붙잡고 질문을 퍼붓는다.'

김신회 작가는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솔직했다고 전한다. 다른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나에게 죄책감을 갖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삼은 것도 글의 마무리 담고 있다. 솔직하다는 이유로 직언을 하거나 아무말 대잔치를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솔직함을 잘못 된 방법으로 발설하는 원인이다. 정제 된 표현으로 상대가 아프지 않게 전달되는 솔직함은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마음 근육도 단단하게 해준다. 그렇지만 그런 깊이 있는 생각과 배려가 차츰 줄어들어가는 현실이 아프다. 이 작품은 이미 많은 독자들이 읽고 공감하며, 눈물 한바가지 흘렸다는 분들의 이야기도 많이 접해 들었다. 솔직함 속에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면 그것으로 족하다. 우린 보노보노처럼 평범한 독자들이다. 물 흐르고 낮과 밤이 바뀌는 일상의 자유로움을 느낀다. 서로를 바르게 대하고 좋아하며 살아가는 세상에 작은 것에 감사하고 위로가 되어주는 마음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러면 족한 것이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가 우리가 꿈꾸고 바라는 <하루>라는 삶의 일상이었으면 한다. 평범하지만 나에겐 매일 특별한 하루말이다. 물론,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면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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