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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들의 세상
혜영.Kim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찬찬히 책을 읽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나고, 읽고 나서 좋은 맛의 기억이 감돈다면 저자로서는 참 행복한 일이다.‘
저자가 쓴 서문의 문장이 정말 맛깔스럽다. 천천히 책을 읽으며 이런 유쾌한 맛, 감미로움이 오랜 시간 혀끝을 밋도는 여운처럼 책을 통해 그런 묵직함을 느끼고 싶다. 그간 지식 이론서 위주로 집필하며 학생들을 가르쳐온 저자에겐 새로운 도전일 수 있다. 제목은 동화처럼 순수해 보이지만 아이를 비롯해 어른들에게도 느끼고 감동받을 수 있는 뚜렷한 삶의 교훈이 가득 베여 있길 희망하며 책과 인사를 한다. 진정 책을 완독하고 난 뒤 ‘이 책 참 달콤하구나‘라는 교감의 지평을 넓혀 가고 싶은 바람이다. 물론 평가는 독자 개개인의 몫임을 밝혀둔다.
‘콩‘을 하나의 생명체로 의인화한 작가의 작업 아이디어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건 사실이다. 더구나 글에 생명력을 더욱 불러일으키기 위해 직접 그린 것 같은 삽화로 글의 전개에 깔린 생생함을 더해준다. 이러한 생동감을 통해 작가가 바라듯 전 세계 하나, 하나의 콩들이 햇빛이란 자양분을 받아 ‘행복‘에 대한 가치로 열매 맺길 희망한다. 이것이 삶의 동기부여이고 콩, 즉 우리 인간이 나아갈 길이 된다.
‘모성애가 강한 살구는 가까운 마음이 닿는 콩들 모두를 사랑으로 보호하고 배려하는 품성이 대단하다. -중략- 머나먼 별까지 날아올라가 새로운 세계를 이룩하고 싶은 모카의 꿈만큼, 무던히도 현실에 씨앗을 삼고 새싹을 틔우며 나무로 키우는 살구의 삶에서 배울 점이 대단히 많다.‘
커피콩 모카의 한없이 좋은 친구 땅콩 살구의 성격을 묘사했다. 나눔과 베풂, 양보란 전통적 미덕이 사라지는 시기에 필요한 친구 사이이기도 하다. 모성애가 강해서 그러한 성향으로 자라난 살구일지 모르나 현실적인 측면에서 자신의 본모습, 자연스러움을 타인과 교감하려는 공감 능력이 뛰어난 아이이자 친구가 아닌가 싶다. 가치 또한 중요히 여긴다는 의인화된 모카의 말에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치관에 대해서도 곰곰이 고민해본다. 미래 지향적인 모카와 다르게 현실감 있는 땅콩 살구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서로가 각자의 가치에 대해 이해하고 상호 협력하는 모습 안에서 친구로서 진한 우정이 묻어나 있는 것은 아닐까 개인적 생각을 덧붙여 본다. 계속되는 에피소드 속에서 느껴지는 공감대, 혹은 난해한 점들도 책을 반복해 읽으며, 깊이 있게 생각해보다 보면 의도치 않은 답까지 생기게 해주는 신기한 작품이다. 내용은 조금 어렵고 풀어내기 힘들어도 작가가 창조해 낸 콩들의 캐릭터에서 생동력이 묻어 나와 책장을 꾸준히 넘기게끔 하는 마력(?)을 불러일으킨다.
모카의 친구콩들은 정말 열심히들 일하는 것 같다. 또한 우애도 돈독해서 그들의 만남에 묻어나는 정서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한다. 솜콩 레오, 이티콩 퍼플, 완두콩 투리, 메주콩 세모, 위에서 이야기한 살구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영역에서 고민하고 생각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콩으로 의인화된 사람들, 각자의 매력을 조금씩 닮아가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속에 일치감을 저자는 느끼고 있다. 인생이란 쓰고 달고, 울고 웃고의 연속이다.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섯 콩들도 그렇게 살아간다. 조금 난해하지만 골똘히 자신의 인생, 위치, 행복에 대한 다양한 고뇌를 하게끔 해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