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묻어나는 향기가 그윽하다. 내용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마음을 그리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고 긍정과 안정적임이 생각들이 마음에 아로새겨지는 것 같다. 아이의 순수한 열정과 마음속 깊은 이야기가 담긴 '열네 가지'의 그림 속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렵고 힘겨운 시간들이 함께 하겠지만 주변을 느끼는 바라보는 홀리스의 정서가 궁금해진다. 그 나이에 맞게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으로 그려 갈 아이의 순수성이 포함될지, 어떤 역경을 그림으로 승화시키는 강인함이 풍겨지는 홀리스의 이야기가 그려질지는 책 속에 내용을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빠르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어가며 부모, 아이, 가족의 마음속 그림을 그려보자. 무엇이 삶에 더 소중한 가치로 입증될지에 대한 교훈을 더해 온기와 정감이 가득한 우리 가족의 마음 그림을 완성하는 시간이 함께 하길 바란다.
이야기는 두 가지 상황으로 전개된다. 조시 아줌마와의 만남과 스티븐과 그의 아버지, 친절한 이지 아줌마와의 에피소드이다. 우선 스티븐과의 첫 만남에서 홀리스는 자신의 나이를 속여 그에게 소개했지만 난생처음 오빠가 생겼다는 설렘이 있었던 걸까? 마음으로 그리고 싶었던 스티븐의 모습을 그리지 못한 것 같다. 고 솔직한 고백을 한다.
서서히 일상이 쌓여가면 추억이 여물어 가는 것이다. 홀리스에게 조시 아줌마와의 드라이브와 바닷가 여행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항상 버림받던 삶을 상상했던 홀리스에게 조시 아줌마와의 일상은 어떤 기대치가 주어질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기분은 홀리스의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작품 제목처럼 온전히 마음을 그리는 아이로 독자의 기억에 남을지 끊임없이 고통스럽고 아픔을 겪으며 생체기 가득한 아이의 삶으로 흘러갈지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홀리스는 풍경이나 상황, 느낌을 꾸준히 종이 위에 그리는 상상을 한다. 조시 아줌마와의 외출에서도, 스티븐과 아저씨, 자신을 딸처럼 여기는 이지 아줌마와의 만남에서도 말이다. 홀리스가 과거에 어떤 아픔과 이별을 겪었는지 확실히 모를지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달콤한 초코렛 같은 부드러움으로 가득 찬 시간이었다. 어느 날은 극장에서 만난 조시 아줌마의 사촌 여동생 베아트리스가 홀리스가 머물고 있는 조시 아줌마 집에 찾아왔다. 저녁 식사를 하며 홀리스가 그린 그림에 감탄을 하고 만다. 한 살이란 어리디 어린 나이에 버려진 슬픔이 그림으로 승화된 것일까? 홀리스의 그림은 베아트리가 40년간 그림 지도를 하며 가르친 아이들 중 가장 탁월하며 독보적이었던 것이다. 스티븐 아저씨가 생각하는 홀리스의 작품에 대한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위탁 가정을 전전하는 홀리스였지만 그녀의 그림만은 타고난 재능이었다. 눈으로 보아온 것을 하얀 종이 위에 그대로 재현 해낼 수 있는 능력......
어느 사이 조시 아줌마의 건망증은 심해 가고 홀리스를 조시 아줌마에게 보낸 겨자녀란 여인은 홀리스가 입양될 가정을 다시 찾아낸다. 조시 아줌마와 짧았지만 강렬했던 추억과 스티븐, 이지 아줌마 아저씨 가족과 헤어진다는 것도 홀리스에겐 또 하나의 상처였다. 스티븐 가족도 그녀가 자신의 가족이 되길 희망했다. 우선 겨자녀가 소개한 가족을 만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 가족을 만나기 전날 밤 홀리스와 조시 아줌마는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나길 약속하고, 야반도주와 같이 어딘가로 차를 몰아 달려간다. 그곳은 홀리스가 잠시 머물던 스티븐 가족의 강가 오두막이었다. 여기서 조시 아줌마와 크리스마스를 맞는 홀리스. 이렇게 이야기는 스티븐가와 함께 생활하며 딸이 되길 원했던 그들의 가족 이야기와 교차된다. 결말 또한 어떻게 흘러갈지, 책을 읽어갈수록 위탁 가정생활을 전전하던 홀리스에 대한 짠함이 느껴진다. 거칠고 예의 없는 아이로만 바라보던 주변의 시선을 피해 먼저 버림받기 전 위탁 가정을 먼저 떠났던 홀리스의 심정이 이해되었다. 좋은 사람과 좋은 일이 생겨도 그 앞에 다가서는 편견이란 벽이 늘 홀리스의 마음을 쓰리게 한 것은 아닐까? 예술적 기질을 타고난 그림 실력으로 그러한 혼란스러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인지 저하 증상이 더욱더 심해지는 조시 아줌마는 계속 그녀의 동생 베아트리스를 찾는다. 스티븐은 크리스마스 즈음 자신의 오두막에 홀리스가 있는 것을 예감한 듯 찾아와 만남을 갖는다. 왠지 판타지스럽게 보석빛깔이 감도는 느낌이랄까? 하얀 눈 풍경이 절로 상상된다. 일전에 있었던 트럭 사고에 대한 서로의 미안함이 상충될 상황에서 스티븐은 다시 한번 홀리스가 자신의 가족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도 내비친다. 조시 아줌마와 관계, 그리고 홀리스를 쥐 잡듯 찾는 겨자녀와 그녀가 가족이 되길 애타게 바라는 스티븐가의 사람 둔 사이에서 어떤 마무리로 결말이 지어질지 이야기의 흐름이 더욱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아픔을 겪으며 자랄 수밖에 없었던 홀리스에게 그녀에 대한 관심과 행복마저도 이제 짐처럼 느껴질 수 있다. 겉은 세 보여도 속은 여린 사람이 많다. 그러한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주고, 사랑해 주는 마음을 배우게 해주는 아이와 어른을 위한 성장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