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행엄마 ㅣ 케이스릴러
이지은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20년 전 [성북동 대저택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스럽게 범인 이준미는 쉽사리 체포되고 그녀의 곱디곱던 딸 호연은 영도라는 미혼의 20대 여인에게 맡겨진 채 20년의 세월이 흐른다. 어느 날 발신인이 적혀 있지 않은 편지를 받은 호연은 그것이 교도소에 수감 중인 친엄마의 편지임을 확인하고 당황스러워한다. 이때 호연의 의붓 엄마 영도에게도 한 통의 전화가 온다. 그간 소식이 끊긴 그녀의 엄마 청옥이 암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내용이었다. 잊고 살았던 것들에 대한 기억, 잔잔한 수면 위의 파고가 높아지듯 두 모녀의 심리 상태 또한 혼란스러워질 뿐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이며, 흥미롭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의문과 의문이 덧 대여지는 글의 구조가 짜임새 있게 그려진다.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호연은 남자 친구 진우와 갑작스러운 이별을 한 후 편지 속 친엄마 이준미를 만나기 위해 교도소로 향한다. 처음이자 마지막 저변이라 생각하는 호연에게 친엄마 이준미가 전해주는 ‘미셸‘이란 가명의 단서는 과연 그녀의 친엄마가 20년 전 사건의 진범이었을지에 대한 미세한 추측을 불러일으키게끔 한다. 결국 당시 살인 사건의 범인 이준미를 유일하게 진범이 아닐 수 있다고 글을 올린 전직 기자 출신의 블로거 박창성을 만나게 된다. 이후 적극적인 협조를 하겠다는 창성과 단란한 가정의 가장으로 빵집을 경영한다는 현재의 모습에 안심이 된 호연은 ‘미셸‘이란 인물에 주목하게 된다.
연이어 발생하는 이름 모를 화재 사건과 한문숙이란 여인에게 발견되는 불에 타다 만 휴대폰. 이 안에서 무언가 은밀한 단서를 찾은 여인은 이 휴대폰 속 사진이 결정적 단서가 될 것임도 예측한다. 독자들의 입장에선 복잡할 수 있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두 모녀의 스토리 속에 20년 전 [성북동 대저택 살인 사건]의 진범 혹은 진실의 조각을 맞춰가는 추리의 재미도 쏠쏠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호연은 미셸이라는 여성의 집을 찾지만 창성과 도착한 그 집은 이미 불에 타 전소된 상태이다. 이곳에서 기웃대던 여성(한문숙), 즉 불탄 집에서 휴대폰을 얻게 된 여성을 만나게 된다. 이 여인 또한 미셸이란 여자와 사연이 있던 사람이며 자살한 자신의 남편이 미셸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생각한다. 수확 없이 끝났던 상황은 종료되고, 호연에게 번호 없는 문자가 도착한다. 그 안엔 미셸의 집 주소가 있고 새벽부터 깨어난 호연은 전 날 영도와 다툰 앙금을 뒤로하고 미셜, 그녀에게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되며 충격에 휩싸인다. 이야기는 갈수록 미궁에 휩싸이며 왜 호연의 친모 이준미가 살인죄를 뒤집어쓴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진실에 가까운 통로로 향하게 된다.
호연의 친엄마 이준미가 왜? 천진 그룹의 손녀 김이나와 그의 남편 민정원의 가정부로 들어가게 되었는지, 전직 기자 출신 창성이 왜 블로그에 이준미가 위의 부부에 실제 진범이 아닐 수 있는지 증거와 가설을 담은 글을 썼으며, 그들과 어떤 관계로 이 일에 함께 협조를 구하게 되었는지 의문은 조금씩 풀려간다. 그 뼈대를 맞추어 가는 이야기엔 호연의 양모 영도와 영도의 엄마 청옥, 마약사범 미셸과도 얽혀 있는 문제들이 가득하다. 호연은 미셸에게 잠시 납치되지만 다행스럽게도 창성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하게 된다. 창성은 이 사건에 집중하게 된 이유를 호연에게 말하고 자신이 겪은 과오를 해결해야 하는 목적으로 이준미와 천진 그룹, 사망한 부부(민정원, 김이나)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공개했다고 처음에 이야기한 내용을 좀 더 솔직하게 털어놓게 된다.
호연의 납치 이후 이준미의 20년 만기 출소 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미묘한 연결고리가 조금씩 풀려나간다. 정황상 왜 살인 사건이 일어났으며, 그 원인의 중심에 과연 이준미가 어떤 역할을 했고, 미셸과 영도의 엄마 청옥의 희미했던 관계도 서서히 증명된다. 영도에겐 그저 자신의 그늘이며 엄마 청옥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했던 친언니 영선이 있었다. 하지만 의문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언니 영선. 그 이후 항상 뒤 전이던 엄마 청옥의 관심은 영선의 사망 후 둘 째인 영도에게 옮겨 간다. 모든 진실을 파헤치기란 쉽지 않다. 문제의 원인이 어디 있었는지, 결국은 그 안의 진실은 밝혀지지만 소설 속 인물들은 이에 명확한 증거나 사실을 모른 채 이야기와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의문의 열쇠가 풀리는 것은 이 소설 [비행 엄마]를 읽는 독자의 몫이자 작가가 주는 선물이다. 어떻게 흘러갈지 모를 전개와 얽히고설킨 인물 관계도를 풀어주는 마무리가 작가의 첫 장편 데뷔작이지만 뛰어난 스토리 텔러의 모습을 독자에게 선사하는 작품이다. 작가의 후속 작품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