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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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나는 가르치는 사람이며, 죽을 때까지 가르치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이 작품은 총 일곱 개의 챕터로 이루어졌다. 평전답게 저자와 위젤 교수의 만남을 비롯해 그가 경험했던 위젤 교수의 명강의와 세계관. 유대교에 관련된 예화들이 책의 내용 곳곳에서 흥미롭게 느껴진다. 이 책 제목처럼 기억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주목된다. 그리고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할 필요성, 믿음과 불신, 광기와 반항, 행동주의, 말과 글을 넘어서, 목격자란 대 제목의 구성으로 정리돼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느끼겠지만 위젤 교수의 생생한 강의 현장에서 사제 간에 오가는 대화와 경청하는 모습 등이 마치 실제 강연장을 경험하는 것 같은 몰입감을 느끼게 한다.

홀로코스트의 악몽으로 가족을 잃은 크나큰 아픔을 겪었지만 이를 이겨내고 당시 상황을 기록한 자전적 소설 ‘밤‘을 출간한 주인공 엘리 위젤. 평화주의자이자 교육자로서 한 평생을 살아온 그의 삶과 강의.
제자인 저자 아리엘 버거에 의해 세계의 독자들과 만나게 되는 건 과거를 깊이감 있게 나눌 수 있는 큰 선물이다.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강연과 한 인물의 삶을 통해 독자로서 대리만족하고, 그가 힘겹게 살아온 발자취를 통해 미래를 좀 더 희망에 찬 시간으로 채워나갈 자양분을 얻길 희망한다. 홀로코스트와 일제 강점기를 겪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세대와 동일한 시점에서 자란 주인공의 삶의 궤적을 통한 생생한 강의, 현장에서 들어봄직한 감동을 이어나갔으면 한다

배움이 자신을 살렸다고 믿는 위젤에게도 배움에 대한 고민이 존재했다. 홀로코스트의 장본인들 또한 교육을 받고 대학을 나온 대다수의 지식인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살상과 생명을 담보로 한 실험으로 한 인류를 파괴하기에 이른 것이다. 여기서 저자의 스승인 엘리 위젤은 배움에 대한 딜레마를 겪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교육을 통해 윤리적 타락을 이겨내는 연구를 평생의 업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이것이 올바른 지식으로 쌓여가면 증오 대신 공감과 동정의 위로가 될 수 있음을 믿었던 확신이 있었다.

교육을 포함해 위젤 교수가 강조했던 기억에 집중하게 된다. 책의 제목과도 일치한다. 우리가 겪는 아프거나 기쁜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억을 단순히 그 사건, 상황에 처해 있던 사람들만이 간직하는 것은 미래의 올바른 발전 방향에 있어서는 옳지 못한 정의로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와 생 전의 위젤 교수는 기억과 쓰기에 주목하고, 홀로코스트를 겪으며 그 기록을 남기고, 후대의 증거물로 활용했던 생존자들의 증언 및 기록물에 관한 사례도 설명한다. 어떤 것이든 잊히는 것보다 기억을 매개로 글이나 말, 혹은 첨단 영상 기자재를 통해 보존되고 보전되는 기억의 힘. 아픈 과거의 역사를 잊지 않고 되돌아보며, 다가올 미래 세대가 바른 세계관을 정립하고, 함께 공감하며 인류를 위한 교육으로 지속해가는 것도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목적일 수 있다.

목격자의 이야기를 읽거나 듣고 경청하는 자세는 중요하다. 이 책을 정독하며 읽는 독자들도 과거의 사실을 기억하고 또다시 나눌 수 있는 목격자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것이 기록이자, 배움의 힘이다. 그 한복판에 지성인 엘리 위젤 교수가 있었던 것이다. 아픔이 클수록 이를 이겨내려는 노력으로 그것을 기억하고 배움으로 승화시켰던 그의 삶이 많은 독자들에게 큰 힘이 되길 바라며 지금 자유롭게 누리고 있는 평화로움에 대해 감사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독서의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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